서울 성북구 정릉 3동 산1-15번지, 서울 높은 산자락에 위치한 수녀원에 이르면 도심의 분주함은 전혀 찾아볼 수 없고 수도자들의 그윽한 영성의 향기만 고요 속에 묻어 나온다. 산사의 침묵 가운데 유일하게 들려오는 소리는 수녀원 정면에 자리한 수련원 증축공사장에서 나오는 조용한 소음뿐이다. 인부들도 수녀원 분위기에 젖은 탓인지 사람들의 소리는 쉬이 들리지 않는다. 한국교회의 첫 방인 수도회로서 수도자들의 역할이 컸기에 현재 수련원을 넓혀야할 만큼 수도자들이 많이 늘어났다. 이같은 영원한 도움의 성모수녀회는 크게 창설기·시련기·재건기·발전기 나뉘어 오늘에 이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1931년 평양 영유읍 상수구리 257번지에 기와집 2채를 매입하고 5명의 지원자를 양성하면서 본격적인 수도회의 역사는 시작된다. 모리스 몬시뇰에 의해 태어나 수도회 첫 서원식이 있기까지의 창설기에는 메리놀 수녀회 제노베파 수녀를 비롯해 실베스텔 수녀, 프란치스카 데레사 수녀, 장정온 수녀가 수녀양성을 맡았다. 상수리 모원에서 공동생활을 함께한 수도자들은 모두 17명. 이들은 선교수녀회의 사명을 다하기 위해 초창기 일손이 모자라는 본당에 나가 성가를 가르치고 어린이들의 교리를 맡기도 했다. 36년에는 창설자인 모리스 몬시뇰이 본국으로 돌아가게 됐고, 38년 2월 18일 교황청으로부터 수녀회 창립 및 회헌을 인준받았다.
수녀원이 창설된 지 꼬박 6년만에 교황청의 인준을 받은 영원한 도움의 성모회는 이를 계기로 평양 관후리, 대신리, 서포, 평안북도 비현, 신의주, 마전동 본당과 평양교구 내 학교, 사회복지 시설 등에서 폭넓은 선교활동을 펼쳤다.
초창기 어려운 여건 속에서 수도생활과 더불어 선교를 해왔던 11명의 수녀들은 1940년 6월27일 영원한 도움의 성모 축일날 제1회 서원식을 맞게됐다. 한국교회가 낳은 수녀회의 맏딸이 된 것이다.
41년 제2차 세계대전으로 사태가 악화되면서 메리놀 선교사 전원이 본국으로 떠나면서 수도회는 시련기를 맞는다. 이로써 한국인 메리놀 선교사 장정온 수녀만 남았고 장수녀는 제4대평양 대목구장 오세 주교로부터 원장 임명을 받았다. 일제하의 힘든 상황에서 수녀회를 이어가던 중 45년 광복의 기쁨을 맞았지만 이것도 잠시뿐, 수도회 첫 종신서원 예정자 면담이 있었던 49년 홍용호 주교가 납치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 사건을 시작으로 수도회 건물과 재산은 몰수당하고 수녀들은 강제해산됐다. 50년에는 장정온 수녀도 공산당에게 피납됐고 결국 11명의 서원수녀와 1명의 수련자를 북녘에 남겨둔채 17명의 서원수녀와 3명의 수련자들만 남하했다.
부산으로 내려온 수녀들은 제2대 원장 강베드로 수녀와 함께 부산 대청동독립 가옥을 신축해 본원으로 사용하면서 남한에서 재건기를 맞이했다. 다시 수련소를 재건했고 53년에는 청주로 최초의 분원을 파견하면서 수도회 선교활동을 이어갔다. 서울 흑석동으로 다시 본원을 옮긴 55년, 당시 춘천교구장이었던 구주교의 도움으로 춘천 효자동에 수련소를 재개했고 부산, 인천, 서울, 강원도 등지에서 본당·교육 사도직을 진행해갔다.
57년에는 드디어 제1차 총회를 개최할 수 있었고 파물라 수녀를 3대 총원장으로 선출했다.
서독 파다본 교구에 의료 및 본당사도직을 위해 수녀 4명과 지원자 36명을 외국으로 파견하기도 했던 수도회는 같은 해인 62년 서울 정릉으로 본원을 이전하고 69년에는 재단법인 영원한 도움의 성모수녀회로 독립재단 인가를 받았다.
남한에서 평양교구 소속으로 활동을 해왔던 수도회는 70년 서울대교구장 김수환 추기경과 평양교구 캐롤 교구장간의 협약으로 통일이 될 때까지 서울대교구 소속 수도회가 됐다. 현재 본원에 자리한 이후 영원한 도움의 성모회는 창설자의 정신을 이어 당시 복음말씀에 목말라하던 청년들을 중심으로 가톨릭성서모임을 전개, 전국적으로 성서사도직을 확대해나갔다. 한민족과 온인류를 위해 선교영역을 넓혀갔던 수도회는 83년 부산 영도 성모의 집을 개원하면서 수도회 첫 빈민사목을 시작했고 현재 미국, 중국까지 선교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장정온 초대원장으로부터 시작된 수도회의 역사가 현재 13대 총원장인 김숙자 수녀까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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