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와 종교계, 윤리학자, 법학자, 의사와 수의사, 불임클리닉 의사 등 100여명이 4월 1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 모여 격렬한 논쟁을 벌였다.
5월말 「생명윤리기본법」(가칭) 시안 제출을 앞둔 과학기술부 「생명윤리자문위원회」(위원장=진교훈 교수)가 주최한 이날 강연회 겸 토론회에서 논란이 된 주제는 이른바 「간세포」연구 및 활용과 「이종생물간 유전자 이식」이었다.
「바람직한 생명윤리기본법 마련을 위한 공개강연 및 토론회」에서는 특히 배아 간세포 연구의 정당성에 대한 논의로부터 의사와 과학자들의 기본적인 윤리적 자세와 인식에 대한 비판으로 확산됐다.
강연회는 배아 간세포와 성체 간세포의 연구와 활용, 그리고 그것이 가져올 치료적 효과에 대한 의과학적 설명을 담은 강연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각각 30분씩 1시간 남짓한 강연이 끝나자 격렬한 반박이 시작됐다.
배아·성체 간세포 연구
우선 첫 강연에 나선 임정묵 교수는 『배아간세포 연구는 과학의 근본적 목표인 인류 복지향상에 반드시 필요하다』며 『실제적으로 다가온 몇 가지 위험 요소만을 차단해 과학기술의 창의성과 독자성을 존중하는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강연자인 박국인 교수(연세의대 소아과학교실)는 「성체 간세포의 연구와 활용」에 대해 설명한 후 『배아간세포와 성체간세포 연구가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생명안전윤리연대 박병상 소장은 『의과학계에서는 윤리적인 우려를 인정한다면서도 문제 해결에 노력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시민들과 협의해 윤리적 문제를 논의하기 전에는 모든 연구를 잠정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 김환석 소장은 『성체 간세포 연구를 활성화하면 심각한 윤리적인 문제가 발생하는 배아 간세포 연구는 줄어들 것』이라며 『성체 간세포 연구의 가능성이 무시되고 배아 간세포 연구에 편중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가톨릭계를 대표해 생명윤리자문위원회에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구영모 교수(울산대 의대 인문사회의학교실)는『배아 간세포 연구가 성체 간세포 연구보다 큰 이득이 없는데도 의과학적 효용만을 이유로 연구과정에서 수정란을 파괴해 윤리문제를 일으켜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반면 의사와 과학자들은 이러한 주장에 대해 『성체 간세포가 효율과 기능면에서 제한적이며 배아 간세포의 원할한 활용을 위해서는 두 가지를 모두 연구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반박하며 『배아 간세포와 성체 간세포를 구별하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윤리문제 안일 대처
논쟁은 여기에서 의사와 과학자들이 윤리적인 문제에 관심을 기울일 의지가 있는지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졌다. 진교훈 교수는『윤리적으로 볼 때 배아 간세포와 성체 간세포는 명확히 구별된다』며 『과학의 입장에서 최소한의 생명 존엄성 훼손은 각오해야 한다는 것인지 말해달라』고 비판했다.
위원들의 질의가 끝난 후 이어진 방청객들의 발언은 더욱 격렬했다.
한 법대 교수는 『인간으로 성장할 잠재력을 갖고 있는 배아를 파괴하면서까지 실험한다면 이에 대한 모든 논쟁을 이겨낼 수 있도록 윤리적으로 입증해야 한다』며 『과학자들이 왜 윤리문제에 그처럼 안일하게 대처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 개신교 신학대 교수는『이 자리는 생명윤리기본법을 마련하려는 자리인데도 불구하고 기술적인 논의만 무성할 뿐 윤리적 논의는 거의 하지 않고 있다』며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의학자와 과학자들이 윤리문제를 외면한 채 과학기술만 이야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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