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계단을 내려갑니다. 하나 두울…. 앞에 문이 있습니다…』『고맙습니다』
한 손에는 흰지팡이를 쥐고 다른 한 손으로는 봉사자의 손을 잡고 나선 성지순례길, 가까운 성지마저 찾지 못해 늘 안타까움이 컸던 복음성가 가수 정예진(마리아·44·청주 안림동본당)씨는 여느 때와는 다른 가뿐한 마음으로 따뜻한 봄볕 속에 순례에 나섰다.
서울대교구 한국순교자현양위원회(위원장=배갑진 신부)가 신유박해 순교 20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가톨릭맹인선교회(회장=김경무, 지도=정순오 신부)와 함께 4월 19일 시각장애인 50명을 초대해 마련한 성지순례는 순교의 참의미를 돌아볼 수 있게 한 행사였다.
레지오 마리애 서울 세나뚜스 봉사자들의 안내를 받으며 이날 오전 명동성당 지하묘소 참배를 시작으로 서소문, 당고개, 새남터, 절두산 등 서울 5대 사적지를 차례로 순례한 시각장애인들은 마음의 눈으로 성지에 새겨진 가신 이들의 정신을 돌아보며 순교자들의 시복시성을 위한 하나된 마음을 모아냈다.
특히 이날 성지순례는 장애인의 날을 하루 앞두고 이뤄져 더욱 뜻을 더했다. 점자로 된 성지 안내자료와 기도문 등을 받아든 시각장애인들은 성지를 거닐면서도 열심히 자료를 더듬으며 성지를 마음 속에 차곡차곡 담아냈다.
가톨릭맹인선교회 김경무(아오스딩) 회장은 『장애인들은 혼자 행동하기가 불편해 누구 못지 않게 성지순례에 마음이 있어도 나설 마음을 선뜻 내기가 힘든 게 현실』이라며 『이런 기회가 자주 마련된다면 장애인도 순교신심을 함께 나누고 널리 파급시키는데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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