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이 병원에 온지가 이제 2년째 접어들었다. 병원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병자, 의사, 간호사, 약제사, 영양사, 고객상담실, 행정직원 그리고 의료기사, 봉사자들과 병자의 보호자들이다. 이분들은 모두 병자를 위하여 움직이고 있다. 병을 고쳐주는 일은 얼마나 좋은 일인가! 선행 중의 선행이다.
병자는 우리의 진지한 봉사와 친절을 받아야 할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다. 친절한 행동이 그들에게 신뢰와 희망을 가져다 줄 수 있고, 병고를 가볍게 받을 수 있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 병원은 이경철(안드레아) 병원장 신부님과 손대철(안드레아) 행정처장 신부님과 김영수(스테파노) 원목실장 신부님 세분이 같은 이념으로 참된 친절의 분위기가 온 병원에 감돌 수 있도록 바라고 지도하고 있다.
언제였던가? 목포근해에 있는 작은 섬에 사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남루한 옷차림에 봇짐을 힘없이 들고 우리병원을 찾아왔는데, 수위아저씨가 친절히 손잡고 안내원에게까지 데려다주고, 안내원은 반갑게 달려가서 맞아주며 봇짐을 받아들고 인도해주는 모습을 보았다.
이러한 친절의 행위는 안내원에게 끝나는 것이 아니고 간호원이나 의사선생님도 마찬가지였다. 원목위원회에서는 이러한 친절행위가 활성화되기 위해서 1년에 4차례 분기별로 친절직원을 추천받아 표창하는 제도까지 있다.
자원봉사자 중 미용봉사자는 월3회 나와서 누워있는 환자의 머리를 깎아주는데, 한번에 50명 정도씩 정성스럽게 깎아주고 머리까지 감겨주기까지 한다. 누운 환자이기 때문에 하루에 10명만이라도 피곤할텐데 월3회나 해주는 그 친절한 봉사행동은 참으로 놀라웠다. 오로지 환자를 기분 좋게 해주고, 그 마음에 위로를 주기 위한 친절한 마음이 아니고야 어찌 이런 대단한 일을 해낼 수 있겠는가! 또 호스피스 자원봉사자들은 죽어가는 사람의 임종을 돌보는데 그들의 열성과 정성, 인내심, 항구심이 대단하다. 삶에서 죽음으로 넘어가는 슬픔과 불안에 가득한 임종자를 도와 그 옆을 떠나지 않고 기도하고 그 가족들에게까지 위로와 희망을 안겨주는 일을 해내고 있다.
나이 많은 자원봉사자들은 그들이 기술이나 힘이 없어서 다른 것을 못하는 대신 매주 2번씩 오전9시부터 병원에 나와서 그날 소요되는 거즈, 솜 등을 자르기도 하고 접기도 하며, 임상병리과에서 필요한 면봉과 시험관에 붙어있는 라벨을 뜯는 작업 등을 하며 성모님께 묵주기도를 올리면서 병자들의 방문과 회복을 빌어주고 있다.
그리고 환자들에게 그 통증을 조금이라도 잊을 수 있고 또한 마음의 위로가 되게 하는 방법으로 책을 읽게 하는데 현재 약 1500권 정도의 책을 마련해서 대출하고 있다.
또 한분의 할머니는 80세가 넘었는데 척추의 통증으로 우리 병원에 생활보호대상자(완전무료)로 입원했는데 그 할머니의 여섯 살난 손녀가 있다. 할머니가 병원에 입원하게 되니 손녀도 같이 따라와서 함께 한 침대에 살게되었다.
지나가는 우리 직원들은 그를 보고 측은한 마음으로 온갖 사랑과 친절을 베풀어줌으로써 그는 완전히 우리 가족과 같이 되어 추울 때는 내복과 장갑, 양말, 모자, 목도리까지 갖추어 입게 하고, 어린이집에 다녀오면 할머니의 침대가 손녀의 방이 되고 집이 되어 생활한다.
필자는 30여년간 교육계에 있으면서 학생들에게 『열심히 공부해서 성적을 올리자』 『성실하게 살자』 『예의바르게 살자』 등등 인간교육을 하는 것에만 정신을 썼는데 여기서는 자신의 삶의 한계를 넘어 봉사하는 친절행위를 해나가는 실제적인 생활표본을 보고 있다.
마더 데레사가 집없이 길거리에서 죽어가는 병자를 데려다가 몸을 씻겨주고 옷을 갈아입혀서 침대에 뉘였을 때, 그 병자는 마더 데레사의 손을 잡고 『감사합니다』라는 한마디를 남기고 눈을 감았다. 그 모습을 보고 『그는 나에게 큰 기쁨을 주고 갔다』고 말하며 병자를 위해서 자기가 베푸는 사랑보다 오히려 그 병자에게서 더 큰 기쁨을 받은 것이라고 했다. 이렇게 깊이 사랑을 맛보면서 친절을 실천하는 우리가 되게 해주시기를 희망해본다.
청소년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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