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는 살 수 없을 만큼 불편했던 한 여자는 수도생활을 원했다.
작은 예수이길 바랬던 한 남자는 기도하며 어울려 살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었다.
장애인 전문 예술인학교를 짓고 싶어하는 박성구 신부와 윤석인 수녀는 ‘함께 삶의 기쁨’을 아는 것이 진정한 나눔의 자리임을 이야기한다.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만났다.
혼자서는 살 수 없을 만큼 몸이 불편했던 한 여자는 조심스레 한 남자에게 말을 건넸다.
『나 같은 이도 사람들과 더불어 살 수 있나요』라고.
작은 예수이길 바랬던 한 남자는 『물론』이라는 명쾌한 답을 줬고 한 여자는 불가능해보이는 일에 도전했다. 한 남자는 그 가능성을 위해 장애인과 보통 사람들이 기도하며 어울려 살 수 있는 수도공동체를 만들었다. 이 곳에서 40년간 누워지내던 한 여자는 『수녀』가 됐고 그날 이후, 늘 함지박 웃음을 얼굴에 머금으며 사람들에게 희망을 건네주는 이가 됐다.
그 여자는 오늘 조용히 사람들에게 고백한다.
지금 사람들 앞에서 웃을 수 있는 건 17년 전 만났던 한 남자, 「꿈을 먹는 어른」 박성구 신부가 동행해주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화가 수녀」「장애인 화가」로 많은 이들에게 알려진 윤석인 수녀와 장애인 수도공동체 작은예수회를 창립한 박성구 신부가 산책길을 나서며 그들의 인연을 다시금 떠올려본다.
13살 때 찾아온 류머티스 관절염으로 몸을 움직일 수 없었던 윤석인 수녀는 92년 작은 예수수녀회에 입회하고 99년 장애인으로는 처음으로 수도회 종신서원을 했다. 그림을 꽤 잘 그렸던 「장애인 윤석인」이 유명한 「화가 수녀 예수다윗보나」로 다시 태어나는 순간이었다.
『신부님을 만나면서부터 못하는 일이 없어졌어요. 매일 새벽미사로 시작되는 수도생활도 힘에 부치지 않고, 철야기도며 도보행진, 해외전시까지 다녀도 몸이 거뜬하거든요. 지금은 컴퓨터 작업도 수도회 안에서 제일 잘하죠』
침대 휠체어에 몸을 의지해 지하철을 타고 다니며 그림을 그렸던 일, 로마에서 교황님 안수를 받았던 일, 수녀회 원장직을 무던히 해내는 일…. 모두 쉬운 일은 절대 아니다. 그러나 눈물 흘리며 쓰리질 때마다 『네가 살아 있어서 빛이다』라며 쉼 없이 용기를 불어 넣어준 박신부와 세상 곳곳에서 격려를 해준 후원회원들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덕분에 최근 윤수녀는 그의 그림과 삶을 담은 자전적 에세이집 「동행」을 펴내 뭉클한 감동을 사람들에게 하고 있다. 윤수녀의 온화한 그림들은 4월 25일부터 5월 1일까지 명동 평화화랑에서도 만날 수 있으며 오는 9월에는 바티칸과 로마 국립박물관에서 전시된다.
장애인이 함께 하는 수도공동체를 만든다고 했을 때 모두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지만 과감하게 밀어부친 박신부의 용기는 한사람의 장애인을 화가 수녀로 만들었고, 적어도 이 땅의 많은 장애인들의 가슴에 희망의 불씨를 심어주었다.
『눈물 젖은 장애인의 얼굴에 미소가 사라지지 않게 하는 것이 나의 소명』이라고 한 박신부의 진정한 소망은 모든 이들이 하느님의 영(靈)을 느끼며 마음의 장애, 신체의 장애를 훌훌 던져 버리는 것이다. 그날을 위해 박신부는 활기 넘치고 살아 숨쉬는 듯한 '영의 노래'를 내놓으며 하느님 사랑 전하는 작은 예수가 되려한다.
장애인 전문 예술인학교를 짓고 싶고 신자들을 위한 영성의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윤수녀와 박신부의 소망. 이 바람은 15만 작은예수회 회원과 '함께 삶의 기쁨'을 아는 모든 사람들이 진정 '동행'할 때 우리 곁에 진정한 나눔의 자리로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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