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나의 어렸을 적부터의 기억들이 떠오르면서 영화필름 지나가듯 모든 죄악들이 스치며 지나가는 것이었다.
나는 하나씩 하나씩 죄들을 통회하기 시작했다. 너무나도 생생하게 모든 죄악의 모습들이 떠오르면서 나는 잘못했다고 계속 주님께 용서를 청했다. 그러면서 예수님께서 머리에 가시관 쓰신 모습, 십자가를 지시고 언덕을 오르시는 모습이 총천연색으로 보이는데 모자이크 스타일로 비추어졌다. 나는 계속 용서해 달라고 외치면서 큰 소리로 주위도 의식하지 못한 채 울어댔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지만 어느새 내 마음이 진정되면서 눈을 떠보니 내 옆에는 휴지가 가득 쌓여 있었다. 봉사자가 내내 옆에서 계속 휴지를 주었던 것이다.
내 옆에 계신 어머니께서는 나를 보며 괜찮으냐고 물으셨다. 나는 고개를 끄덕여 보이며 주위를 보니 모든 사람의 시선이 나에게 집중해 있었다.
잠시후 강의 시간이 되어 강사께서 강론을 하시는데 나는 또다시 놀랐다. 그렇게도 많은 강론 시간이 지나갔지만 내 마음은 밖에 있었고 강의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었는데 이제는 말씀 한마디 한마디가 귀에 쏙쏙 들어오면서 그 강의가 나의 과거를 이야기해 주는 것 같아 다시 눈물을 쏟기 시작했다. 그 강의는 회개 강의였던 것이다.
얼마나 강의가 좋았는지 시간가는 줄 모르고 듣고 있었다. 강의 후에 음악봉사자가 응답 성가를 부르는데 그 찬양이 얼마나 또 내 가슴을 울리는지 나는 다시 대성통곡을 하였다.
그 성가는 사형수가 가사를 쓴 것인데 참으로 통회하는 마음이 잘 표현되어 있었다. 그 가사의 1절은, 「세상에서 방황할 때 나 주님을 몰랐네. 내 맘대로 고집하며 온갖 죄를 저질렀네. 예수여 이 죄인도 용서받을 수 있나요. 벌레만도 못한 내가 용서 받을 수 있나요」라고 되어 있는 「주여 이 죄인이」라는 복음성가였다.
내가 성가의 가사처럼 정말 벌레만도 못한 죄인이라는 것이 깨달아졌다.
죄인이라면 오직 감옥에 들어가 있는 사람만 가리키는 줄 알았는데 정작 죄인은 나였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 성가가 끝난 후 내 마음 속엔 봉사를 해야겠다는 강렬한 소원이 일어났다. 나도 노래하는 가수인데 저 음악봉사자들처럼 음악봉사가 하고 싶다느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너무나도 간절하게 그 소원이 생기면서 마음 한 구석에는 나같은 사람이 봉사를 할 수 있을까하는 죄의식에 사로 잡혔다. 그 때서야 나는 내 자신을 올바르게 볼 수가 있었다. 나는 내가 세상에서 제일 잘났는 줄 알고 살아왔었다. 아버님, 어머님이 인기 가수였고 나또한 인기 가수는 아니었지만 노래하는 가수였고 사람들에게 사랑도 많이 받았으며 돈도 괜찮게 번다고 생각했기에 착각 속에 살았던 것이었다. 그것이 깨달아지면서 15년동안이나 냉담하다 처음 피정에 참석한터라 봉사하고 싶은 마음을 누구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 지 난감해 하고 있었다. 잠시 후 휴식 시간이 되었고 잠시 밖을 나가서 하늘을 보았는데, 30년이 넘도록 보아온 하늘과 땅 나무와 풀들이 갑자기 너무나도 아름다워 보였고 모든 것이 나를 반기며 말을 건네주는 것 같아 보였다. 또한 피정을 받는 모든 형제 자매들이 너무나 아름다워 보였고 인사를 하며 웃어 주고 싶어서 - 그동안 먼저 남에게 인사나 말을 건넨 적이 없던 내가- 「은총 많이 받으세요」하며 인사를 하고 다녔다.
몸은 새털처럼 가볍게 느껴졌고 얼마나 기쁜지 말할 수가 없었다. 나는 다시 산속의 경치를 보면서 세상을 창조하신 창조주 하느님을 찬미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떤 형제가 나에게 다가와 마을 건넸다. 「고영민 안드레아 형제님 맞죠?」 나는 「네, 맞습니다」하자 그 형제는 악수를 청하며 「나는 이 피정을 주관하는 성령봉사회의 음악부장입니다」라는 것이었다. 나에게 노래하는 가수아니냐고 물으면서 그 봉사회에서 음악봉사자를 모집하고 있으니 함께 봉사할 생각이 없느냐는 것이었다. 나는 너무 놀라고 기뻐서 잠시 멍해 있었다. 누구를 찾아가 봉사하고 싶다고 말할 수도 없는 나에게 음악봉사자가 직접 찾아와 봉사하자고 하니 그때 내 기분은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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