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독서에서 사도들은 자신들을 박해하며 선교활동을 하지 못하게 요구 하는 대사제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에게 이렇게 대답한다. '사람에게 복종하는 것보다 오히려 하느님께 복종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마도 이 대답이 신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가장 정확한 답이 될 것이다.
우리가 신앙이라는 것을 여러 가지로 정의할 수 있겠지만 신앙이란 비록 힘들과 고통스럽고 어떤 경우에는 오늘 독서의 사도들처럼 인간적인 면에서는 많은 손해와 박해를 받을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을 찾고 그분의 원하심을 실천하는 것이라는 대답보다 더 올바른 대답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때문에 신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하느님의 뜻과 인간의 뜻을 분별하는 눈과 실천」이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오늘 복음은 부활하신 뒤 제자들에게 나타나신 세번째 발현 사화이다. 그 내용은 베드로를 위시한 7명의 제자들이 고기잡이를 나갔는데 밤새 한 마리도 잡지 못하고 새벽을 맞았으나, 새벽녘 '그물을 배 오른편에 던져 보아라 그러면 고기가 잡힐 것이다'란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그물을 던졌더니 153마리나 되는 많은 고기가 잡혔다는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는 자연이적사화로써 루가 복음에서는 첫제자들을 부르는 소명 사화와 연결되어 있고, 오늘 복음에서는 부활 발현사화와 연결되어 있다.
오늘 복음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난번에 이야기 한 「배」와 「호수」가 가지는 의미 외에도 몇 가지 사실을 살펴보면 참으로 묵상할 만한 좋은 소재들이 나온다.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점은 사랑 받던 제자와 베드로 사도와의 관계이다. 예수님의 사랑을 받던 제자가 누구인가 하는 점은 약간의 이론이 있기는 하지만, 교회 안의 특별한 사랑과 믿음을 지닌 남녀들을 대표한다는 것이다. 즉 베드로 사도가 교회의 임명받은 공식 지도자들을 대표한다면, 사랑 받던 제자는 거룩한 남녀신도들을 뜻할 것이다. 그리고 이 두 가지 형태의 역할은 아주 밀접한 것으로 오늘 복음에서 베드로가 주님의 현존을 식별하기 위해 사랑받던 제자의 능력에 의지하듯이 교회 안에서도 여전히 이 두 역할은 서로 협력하고 함께 활동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제자들이 육지에 다다르자 예수께서는 불을 피우고 그들을 위해 아침식사를 준비하고 계신 모습은 당신 제자들이 천상에서 받을 그들의 환대를 미리 보여 주시는 것이고, '방금 잡은 고기를 몇 마리 가져오너라'하는 것은 제자들의 수고의 결과를 받아들이신다는 것이다. 즉, 사도들의 선교 활동에 대해서는 천상적 응답이 주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153마리의 고기. 물론 단순히 많은 고기로 지나칠 수도 있지만 숫자의 의미를 좋아하는 복음사가들이 숫자를 기록했다면 분명 어떤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이 숫자의 의미를 「완전한 성공」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 그 이유는 153이라는 숫자가 1에서부터 17까지 더한 수의 합이 153이라는데 착안한다. 즉, 17이라는 수는 10과 7의 더한 수로써 10과 7은 모두 완전수이기에 153은 성공적인 선교 활동을 암시하기 위해 쓰여졌다고 보고 있다.
둘째로 이 숫자가 가지는 의미를 해석할 때 옛 학자들은 이 153을 호수 속에 사는 다양한 물고기들의 종류라고 믿고 있었다. 그렇다면 제자들이 잡은 물고기는 장차 모든 민족들 가운데서 교회 안으로 들어올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떻든 여기서 잠시 생각해보아야 할 점은 많은 물고기에도 불구하고 그물은 터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물은 교회를 상징하기에 교회는 그 구성원들의 수가 매우 많고 다양함으로 인해 일치를 유지하기가 불가능할 것처럼 보일 수가 있지만, 그러나 교회는 이 그물처럼 찢어지지 않고 그 일치는 지켜질 것이란 점이다. 물론 그 일치를 보증하시는 분은 예수님으로써 예수님을 일치의 원리로 보여주고 있는데, 여기에서도 갈라진 교회의 일치의 첫 출발점이 무엇인가에 대한 원초적인 해답을 발견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으로 미루어 보면 이 이야기는 단순한 고기잡이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교회에 대한 참으로 많은 것을 주기 위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제자직분에 관한 교훈과, 모든 인종 및 민족들에 대한 전도활동에 있어서 교회의 자세, 그리고 교회의 공적인 권위와 신자들과의 관계 등등. 그러나 우리가 오늘 복음을 보면서 무엇보다 가슴에 새겨야 할 교훈은 교회의 가장 근본적인 활동인 선교 사명이 열매를 맺기 위한 가장 결정적인 열쇠는 「그물을 배 오른편에 치라는 요구와 이 요구에 대한 분명한 복종」이라는 점이리라 ! 우리는 아직도 교회의 기본 사명인 선교와 복음화의 사명을 요원한 지상 과제로 남겨 놓고 있다. 아마도 그 원인의 하나는 「그물을 배 오른편에 쳐라」라는 그분의 길을 우리가 알지 못하기 때문이 아니라 피곤함과 귀찮음, 하느님의 뜻보다는 인간의 생각에 더 집착하여 그 요구를 거부하는 우리들의 모습 때문이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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