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교 신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자신의 생애를 교회와 세상을 위해 바치고 싶다는 열망을 품게 마련이다.
거룩한 소명을 향한 아름다운 유혹의 순간에 부딪힐 때 참된 자신의 소명을 발견하고 그 부르심을 활짝 꽃피우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누구나 한 번은 가슴 속에 품게 되는 거룩한 삶으로의 부르심을 어떻게 식별하고 응답해야 할지를 생각해본다.
사제는 「그리스도의 성사적 현존을 영구히 보장」(평신도 그리스도인, 55항)하며 말씀을 선포하고 성사를 거행하여 영원한 삶의 여정에서 그리스도 공동체를 인도한다.
또 수도생활은 『신부로서 한 분이신 그 신랑과 일치하려는 교회 전체의 노력을 드러냄』으로써 교회의 핵심에 자리잡고 있다.
수도생활이 풍요로울 때 교회는 내적인 생명력을 지니며 수도자들의 숨은 기도와 희생, 헌신과 봉사는 세상의 어둠을 밝힌다. 우리는 부르심을 잘 식별하고 자신이 부르심을 받았다고 생각되면 그에 적극적으로 응답해야 한다.
열망의 식별
성소에 대한 열망이 일어난다고 생각되면 우선 냉철하게 자신의 열망을 다시 한 번 잘 생각하고 기도를 통해 자신의 속마음을 들여다본다. 계속해서 이런 생각이 솟아나면 신뢰할 만한 영적 지도자와 상의를 한다. 자신에게 영적인 조언을 줄 수 있는 사람은 다양하다.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고 있는 부모나 형제자매, 또는 본당 사제나 수녀, 수사 등이 상담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때 적극적인 지원을 받을 수도 있지만 때로는 완강한 반대를 받는 수도 있다. 하지만 바로 이때야말로 자신의 참 의지와 부르심에 대한 단호함을 다시 생각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이러한 반대도 이유가 있게 마련이므로 진지하고 겸허하게 반대에 대해 기도를 통해 헤아려야 한다.
부르심의 표식들
성소를 받았다는 절대적인 확실성이 보이지 않더라도 일반적으로 성소의 유무를 식별할 수 있는 윤리적인 확실성은 있게 마련이다. 일반적으로 꼽는 기본적인 식별 기준은 다음과 같다.
교회법과 사제양성규범에 따라 자연적, 법적 장애요인이 없어야 한다. 또 어떤 적합성이나 조건들, 예컨대 가정 환경, 건강 상태, 균형 잡힌 정서 생활, 건전한 사회관, 신심, 사회성, 지적 능력, 건전한 윤리 생활 등에 문제가 없어야 한다. 여기에는 또 정결과 독신 생활의 적합성, 공정성, 정의감, 관대함 같은 덕목도 포함된다.
아울러 성소에 대한 올바른 동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느님과 교회가 요구하는 구체적인 일에 적극적으로 봉사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성소에 대한 올바른 지향은 각자의 연령과 능력, 완전한 자유 의사, 선을 추구하고자 하는 의지를 요구한다.
따라서 불완전한 의욕이나 의지, 또는 성소에 대한 막연한 만족감만으로는 부족하다. 또 성소의 삶은 생활 양식을 통해 드러나야 하는 것이며 한시적으로 성소의 삶을 살겠다는 생각은 올바른 생각이 아니다.
한편 성소에 부적합한 부정적인 표지로는 절제의 부족, 습관적으로 좋지 않은 기질이 있어 공동생활과 순명을 하지 못하는 기질, 습관적으로 양순함이 부족하거나 시기심과 독단성이 강한 기질, 성소의 직무에 필요한 판단력 부족 등을 들 수 있다.
성소의 선택
적절한 기도와 상의를 통해 자신에게 참으로 성소가 있다고 생각되면 교구 사제, 또는 수도생활 중에서 어떤 성소를 선택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결정해야 할 것이다.
대개 우리나라에서는 수도생활보다는 교구 사제를 선호하거나 권장하는 분위기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이 때문에 수도자, 특히 남자 수도회들의 경우 지원자들이 매우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기도 하다.
또 수도생활의 경우에도 수도회의 수만큼이나 다양한 생활 양식과 활동에 대한 소명을 갖고 있다.
봉헌된 삶이라는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카리스마를 갖고 있으므로 각자의 적성과 성격, 소질, 조건, 이상에 따라 적절한 수도회를 선택해야 한다.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보는 인터넷을 통해서도 얻을 수 있다. 각 교구 홈페이지에는 교구청과 성소국 사이트가 마련돼 있으며 수도회의 경우 '남자 수도회 사도생활단'(http://www.brothers.or.kr)이나 '여자수도회장상연합회(http://www.nuns.or.kr)' 홈페이지에서 아주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열망의 식별이나 성소의 선택 과정 모두에서 항상 명심해야 할 것은 각자의 성소에 대한 응답은 스스로 해야 하지만 그 주도권은 하느님께 달려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부르심에는 언제나 성모 마리아처럼 모든 것을 하느님께 온전히 맡기는 자세가 필요하다.
구체적인 준비
일단 자신의 성소가 참된 것이라 판단하고 거룩한 부르심에 응답해 살아갈 결단을 내린 후 사제성소를 위해서는 대신학교 입학을, 수도생활을 위해서는 수도회 입회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각 교구는 교구청마다 성소를 담당하는 부서와 담당자를 두고 있으며 대개 중학생부터 예비신학생 모임을 운영하면서 성소 계발에 힘을 쏟고 있다.
따라서 성소에 뜻을 둔 청소년들은 부모, 본당 사제 등과 상의한 후 예비신학생 모임에 열심히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원주교구의 경우에는 초등학생 때부터 성소자 육성을 위해 예비 성소자를 지원 받아 모임을 갖고 있기도 하다.
수도회의 경우 원하는 수도회와는 언제라도 연락을 취할 수 있다. 하지만 각 수도원 별로 지원자를 받는 시기가 정해져 있을 수 있으므로 입회를 원할 경우에는 미리 연락을 취해야 한다.
입회를 확정하는 데에는 지원자나 수도회 양측에서 서로를 관찰하고 올바른 성소인지를 판단하는 기간이 필요하다. 수도회 및 지원자의 조건에 따라 이는 몇 개월에서 몇 년까지의 기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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