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찾아가 봉사하고 싶다고 말할 수도 없는 나에게 음악 봉사자가 직접 찾아와 봉사하자고 하니 그 때 내 기분은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았다.
나는 그 형제님에게 나같은 죄인도 봉사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그 형제님은 무슨 소리냐고 우리 다 죄인들이 모여서 함께 봉사한다고 말을 해주어서 나는 마음이 좀 편해지는 것을 느끼며 열심히 봉사하겠다고 약속을 하였다.
나는 계속 피정을 받으며 얼마나 좋은지 피정이 끝났는데도 집에 가고 싶지 않았다. 계속 피정만 하며 살았으면 하는 마음이었지만 어머니와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돌아온 후 그러니까 영세받고 처음으로 성서를 읽기 시작 하였다. 신약성서를 읽으며 얼마나 말씀이 꿀처럼 단지 밤 10시부터 새벽 4시까지 읽었다.
나는 그 음악단장과의 약속대로 토요일 밤 9시에 면목동 성당을 찾아갔다.
그때 우리집은 화곡동에 있었고 면목동까지는 꽤 거리가 멀었는데, 묵주기도를 처음 배워 15단을 바치고 나니 면목동 성당에 도착하였다. 거기에서는 밤을 새워 기도하는 철야기도회를 하고 있었다. 지하에 자리잡은 철야기도회는 많은 사람들이 꽉 차있었고 열기가 대단하였다. 나를 보자 봉사자 한 분이 반갑게 맞이하며 잘왔다고 포옹해 주는데 따뜻한 사랑을 느꼈다.
성가 봉사자들이 나와 성가를 부르고 율동을 하는데 무척 신이나고 즐거웠다. 또한 말씀을 듣는데 다시 한번 감동을 느끼며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나는 다짐하였다. 내 사는 날까지 주님과 함께 늘 동행하며 살겠다고….
난생처음 밤을 새는 철야 기도회에 흠뻑 젖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밤을 새웠다. 그후부터 나는 토요일만 기다려졌다. 이 세상 그 어떤 기쁨과 즐거움보다 철야 기도회가 더 기쁘고 즐거웠다. 얼마나 토요일이 기다려 지는지 토요일만 되면 나는 항상 마음이 들떠 있었다.
내 위의 요한 형님이 그 당시 음악 레스토랑을 경영했는데 내가 잠시 도운 적이 있었다. 노래도 부르고 손님이 많을 때는 음식도 나르곤 했는데 툐요일 저녁만 되면 접시를 깨기도 하고 실수를 되풀이하니 형님은 으례히 토요일 저녁만되면 돕던 것을 그만두고 어서 철야기도회에 가라고 할 정도였다.
내가 철야기도회를 참석하는데 힘드는 줄 몰랐던 이유를 우스개 소리처럼 하는 말이 있다.
나는 이미 세속 삶에서 훈련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사실 나는 토요일만되면 서울에 있는 나이트 클럽을 섭렵할 정도로 열심히 춤을 추러 다녔기에 밤 12시가 넘어도 눈이 초롱초롱한 상태로 철야를 할 수 있었다고 말이다.물론 철야기도는 기본적인 체력과 주님을 사모하는 마음 또한 주님의 은총으로 졸지 않고 얼마든지 잘 할 수 있지만….
한번은 철야에 갔더니 봉사자 교육을 받으라고 했다. 그래서 봉사자 교육 3단계 코스를 한번도 빠지지 않고 받았다. 그 후엔 봉사회에서 청소를 시켰는데 난생 처음 화장실 청소, 바닥 청소 등을 했지만 그것이 내겐 즐거운 일이었다. 내 방 청소도 하지 않고 살던 내가 기쁘게 봉사하는 것이 내 스스로 의아한 일이기도 했다.
그 당시 내겐 집에서 하나의 별명이 있었는데 「죽장에 삿갓쓰고 방랑 삼천리…」하는 「고삿갓」이었다. 그러나 집에서도 나의 생활을 보는 가족들의 시선과 생각이 달라졌고 그렇게 자주 만나던 세상의 친구들이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세상 쾌락을 즐기던 친구들과 만나도 예수님 이야기외에 별로 하고 싶은 이야기도 없었고 그 친구들과의 만남보다 봉사자들과의 만남이 훨씬 즐거웠다.
나의 생활 반경은 집과 교회 그리고 저녁에 나가 노래하는 가수 생활 그것 뿐이었다.
집에서는 가족이나 친척들이 나를 칭찬하며 달라졌다고 놀라와했다. 나는 가족들보다 봉사자들과의 시간이 더욱 많아졌고 생활 또한 가족처럼 같이 할 정도로 봉사 생활이 점점 더 즐거워졌다.
세월이 흘러 봉사한지 4년째 되던 해에 나는 수도원에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들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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