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의 저자 존 그레이는 『남,녀의 차이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부부간의 사랑을 증진시킨다』라는 전제하에 남,녀가 서로 어떻게 다른가를 인식하게 함으로써 관계 속의 긴장을 줄이고 사랑을 이끌어 가는 전략을 이 책을 통해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부부 생활을 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꼭 한번은 읽어보아야 될 책이라는 생각과 함께, 청소년들을 위한 성교육은 단순한 신체적인 특성을 강조하는 피상적 교육이어서는 안되고 심리적이고 정신적인 남,녀 간의 차이를 이해시키는 교육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의 가정들이 위기에 처한 현실은 특별히 우리 사회가 사랑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가진 사랑을 표현하는 사랑의 방법과 기술 부족에 그 원인이 있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공감하게 되었다. 또한 사랑이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자기 중심이 아닌 타인 중심이어야 한다는 것과, 타인 중심의 삶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상대방을 알고, 상대방의 뜻과 원함을 들을 수 있는 민감한 마음과 귀 그리고 지혜가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오늘 복음은 목자와 양의 비유를 통하여 예수님과 예수님을 따르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들음과 앎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내 양들은 내 목소리를 듣습니다』(200주년 기념 신약성서)라고 이야기함으로써 주님의 양됨의 특징을 들음에서 찾고 있다.
성서에 나오는 「듣다」라는 단어의 의미는 단순히 어떤 소리를 듣는 것이나, 주의 깊게 귀를 기울이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에 자기의 마음을 열어 놓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여기서 마음을 연다는 말은 자신의 고집을 앞세우지 않는다는 말일 것이고 말 뒤에 숨어 있는 그분의 마음을 헤아린다는 것이요, 둘째는 온몸으로 받아들인다는 의미일 것이고, 셋째는 상대방의 감정과 경험세계를 인정하는 진정한 동의가 바로 「마음으로 듣는다」란 말에 포함된 의미일 것이다. 그리고 「듣는다」란 말은 모든 셈족어가 그러하듯, 실행하고 복종하는 실천을 포함하는 단어다. 마태오 복음 7, 24 이하에서 보지만 들음은 행함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고, 실천 없는 들음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그분의 양임을 드러내는 표지가 바로 「들음」인데 그것은 단순히 그분의 말씀을 머리로 이해하고 그분이 어떤 말씀을 하는가 하는 것을 귀로 듣는 것으로 머무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참된 들음의 삶은 그분의 말씀을 우리 삶의 중심으로 받아들이는 동의의 삶이요, 그 말씀이 우리 삶의 일부를 이루는 실천의 삶이어야한다는 것이다.
사실 신앙이란 바로 이러한 「들음의 삶」이 되어야하는데 실제 우리 삶에 있어서는 우리가 하느님의 말씀을 듣기보다는 거꾸로 우리가 하느님께 우리의 소리를 강요함으로 하느님이 우리의 말을 들어주도록 강요하고 있는 것이 우리들의 또 하나의 잘못된 모습이다. 이같은 나의 모습을 보면서 『내 양들은 내 목소리를 듣습니다』란 단순한 그분의 말씀이 웬지 가슴에 와 닿는다.
그리고 두 번째로 양들은 목자를 따라가는데 그 이유는 예수님이 나를 안다는 데 있다는 것이다.
『나는 그들을 알고 그들은 나를 따라 옵니다』
여기서 우리는 '안다'라는 말마디에 주의할 필요가 있는데 이 말마디는 단순한 추상적 지식을 넘어서는 「지금 여기」에 있는 구체적인 무엇과의 관계를 드러내고 있는 말이라는 것이다. 즉 어떤 것을 안다는 것은 그것에 대한 「구체적인 체험」을 포함하는 말이다. 고통, 죄, 전쟁, 평화 그리고 선과 악을 안다라는 것은 그것을 경험하고 체험할 때 「아! 이것이 고통이요 평화로구나!」 하는 살에 와 닿는 살아 있는 체험이 안다는 것의 의미라는 것이다. 때문에 「안다」라는 의미는 때로는 가족간의 유대를 뜻할 수도 있고 남자와 여자의 성 관계를 표현하기까지 하는 단어가 되는 것이다.
때문에 예수님이 당신의 양들을 안다라는 것은 단순히 얼굴이나 그가 누구인가를 아는 것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한 인간과 인격적인 접촉을 통한 관계를 가지고 있음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바로 이 사실은 오늘날 예수님을 대리할 목자들의 삶이 어떠해야하는가 하는데 하나의 교훈을 주고 있고, 하느님과 우리와의 관계는 바로 이러한 인격적이고 실존적인 만남이어야 함을 다시 한번 보여 주고 있다.
오늘 우리는 부활 제 4주일과 함께 성소주일을 지내고 있다. 성소 주일은 착한 목자이신 주님께 일생을 바칠 젊은이들, 사제 성소자들과 수도 성소자들을 위하여 특별히 기도를 바치는 날이다.
우리 모두 이 젊은이들이 착한 목자이신 예수님을 본받을 수 있도록 기도하면서 동시에 양과 목자 사이의 관계를 유지시켜 줄 진정한 들음과 실존적인 앎의 장이 우리 교회 공동체 안에 자리 할 수 있도록 기도 드리자 !
말씀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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