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집사람이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 같이 나오지 못했습니다』
송천오 신부의 인사말에 이은 우스갯소리에 터져 나온 폭소가 좌중을 한바탕 뒤흔들었다 놨다. 서울대교구 전농동본당(주임=송천오 신부)이 다져진 내적 힘에서 우러나오는 선교를 모토로 매달 마지막 주간 목요일 오후 7시30분에 봉헌하고 있는 「선교의 날 미사」에 이어지는 뒤풀이 장에서는 웃음이 끊일 줄 모른다.
전농동본당이 올 2월부터 마련하고 있는 「선교의 날 미사」는 효과적인 선교를 위해 우선 신자들의 영적인 성숙과 화합을 통해 선교 역량을 갖추자는 데 뜻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본당은 남성과 여성 구역이 어울려 구역별로 봉헌하는 미사를 전후해 신자들이 자신이 딛고 선 현실을 체감할 수 있도록 이끌고 있다.
「선교의 날 미사」가 예정된 구역의 신자들은 미사 차례가 돌아오는 달이면 구역 내 가구를 빠짐없이 방문하며 신자 유무와 냉담 상태 등을 세심하게 파악한다. 또 미사 중 봉헌시간에는 구역장이 관할 구역에 속한 동의 총 세대수를 비롯한 총인구, 신자, 쉬는교우, 예비신자 수 등 신자들이 발로 뛴 성과물을 담은 봉헌문을 봉헌하며 곧 뛰어들 선교의 어장인 구역을 파악하도록 돕는다. 특히 이런 노력이 배인 통계는 선교를 위한 현실진단이 되기도 한다.
또 미사 파견 강복 전에 사제가 미사 참례자들에게 일일이 안수를 베풀며 마음을 새롭게 다지도록 돕는다.
「선교의 날 미사」를 통해 거둔 성과도 적지 않다. 시행 2개월여만에 쉬는교우 20여명을 회두시키는가 하면 신자 현황 등 사목에 필요한 적잖은 정보를 쌓을 수 있었다. 미사 후에는 앞서 선교의 달 미사를 봉헌한 구역의 신자들이 뒤풀이를 위한 다과를 준비해와 자연스럽게 나눔의 장으로 이어지도록 이끈다.
이같은 전농동본당의 선교를 위한 텃밭 고르기는 이미 지난해부터 꾸준히 이뤄져온 구역미사가 바탕이 됐다.
송신부는 지난해 2월부터 매주 구역을 돌며 신자들의 현황은 물론 구역별 특징을 파악하며 지역에 맞는 선교를 위한 구상을 가다듬었다. 신자 가정 가운데 많은 수가 파출부 등 부업을 해야 그나마 생활이 유지되는 이른바 「먹고살기 바쁜 동네」, 송 신부는 이런 지역의 현실에 주목했다. 삶에 젖어 피동적인 본당 신자들의 정신을 일깨워 내실을 기하고 이를 통해 다져진 영적 힘을 선교의 원동력으로 삼아 나가겠다는 구상이 「선교의 날 미사」의 동기가 됐다.
송천오 신부는 『교우들이 자신의 내부에서 자연스레 선교 역량을 발견하도록 도와줌으로써 이들의 넘쳐흐르는 힘이 바탕이 될 때 올바른 선교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고 『성당이 신자들만의 것이 아닌 지역의 성당으로 자리잡아 나갈 수 있도록 신자들의 의식을 넓힘으로써 선교의식이 지역으로 넘쳐흐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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