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한나의 이야기에서 불임이라는 한 여성의 상황을 야훼 신앙을 잃어버릴 위기에 처한 이스라엘의 처지와 연결하여 이해하고자 하며, 한나가 기도의 응답으로 얻은 아들을 포기하는 신앙으로 승화된 모성을 통해 오늘날 필요한 모성의 올바른 방향을 배우고자 한다.
사무엘의 탄생
자녀가 없던 한나는 실로 성전에서 서원하여 낳은 사무엘을 약속대로 하느님께 봉헌하고 엘리에게 지도를 부탁한다.
사무엘은 처음부터 하느님께 축성된 자로 등장한다. 하느님께서 이룩해 놓으신 놀라운 탄생 사건은 하느님께 완전히 봉헌하는 삶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애절한 청원기도
『한나는 아들을 얻기 위해 야훼께 부르짖었다(1, 10~11)』
한나가 속한 사회는 가부장제 사회로서 여성의 지위와 역할은 남편의 자식을 낳고 키우는 일에 한정되었다.
한나는 불임으로 엘카나의 집에서 자기의 위치를 확고히 할 수가 없었다. 남편 엘카나가 브닌나와 그의 모든 아들 딸들에게 몫몫이 나누어주었는데(1, 4) 한몫 밖에 안 되는 한나의 위치는 브닌나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초라한 것이었다(1, 5).
따라서 한나가 처한 상황은 단지 자식이 없어서, 남편의 사랑을 빼앗길까 봐서 질투하는 정도가 아니라 사회적 평판과 지위, 소외감 등 삶의 조건이 위협을 받는 위기 상황이었다.
나아가서 한나의 상황을 이스라엘의 상황으로 확대할 때 그것은 사회체제가 바뀌면서 국가적 존립의 위기에 처해 있는 급박한 위협으로 연결된다.
한나는 아들을 낳게 해 달라는 애절한 청원기도에서 그 아들을 나실인으로 내놓겠다는 서약을 한다(11절).
이러한 호소는 한나 자신의 한을 풀어 달라는 울부짖음인 동시에 불레셋의 위협에서 이스라엘을 지켜달라는 국가적 호소이며 이스라엘의 다음 세대를 보장함으로써 야훼신앙을 지켜가는 이스라엘 신앙체계의 정통성을 잇게 해 달라는 바람이다.
또한 야훼 하느님의 능력으로 출생할 아이가 이스라엘의 다음 세대로서 위기를 극복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사사로운 집착을 포기하겠다는 결심이다.
자식이 없어 소외당했던 가련한 여성 한나의 울부짖음은 야훼의 개입으로 삶의 전환을 이루어 냈다.
「사무엘」, 그 이름은 「하느님의 이름」, 「하느님이 들으신다」는 성취의 상징이다(19-20절).
신앙으로 승화된 모성
한나는 늦게 낳은 사무엘을 성전에 바치기 전에 충분한 애정을 쏟는다.
엘카나가 실로의 성전에 제사를 드리러 갈 때에도 한나는 사무엘의 양육을 위해 동행하지 않았다(1, 22). 이스라엘에서 수유기간은 생후 4년까지 길게 이어졌다.
한나는 야훼께 서약했던 대로 사무엘을 성전에 바침으로써(1, 24~25)아들에 대한 가족중심적 기대를 포기했다.
올바른 모성의 모범
그리고 어린 사무엘을 올바로 교육함으로써 이스라엘의 혼란기를 극복하고 안정된 왕권체제를 이루는데 큰 역할을 하도록 했다.
다시말해서 한 개인의 소극적 모성을 극복함으로써 민족의 어머니로 평가될 수 있는 올바른 모성의 모범을 보여주었고 부패한 사회를 개혁할 교육의 방향을 제시하였다.
한나의 기도는 울부짖음의 호소가 내적 행위가 아닌 적극적 행동임을 가르쳐주고 있으며, 그녀의 이야기는 역사적 격동기에 살았던 가련한 한 여성이 자신의 고통 속에서 민족의 고통을 담아내며, 가족 이기주의를 극복한 어머니로서의 힘과 확보된 권리를 바탕으로 자기의 지위향상을 추구하는 대신 소유욕의 포기를 통해서 올바른 교육을 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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