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기뻐하소서/ 주님께서 함께 계시니 여인 중의 복되시며/ 태중의 아들 예수님 또한 복되시나이다…』
고사리 손에 쥐어진 묵주알을 한알씩 한알씩 굴려가며 외치는 기도소리가 성모님의 온화한 얼굴에 미소를 머금게 한다.
유아교육의 전통을 자랑하는 서울 혜화유치원(원장=송홍자 수녀) 어린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묵주기도를 하고 있다.
아이들이 처음 묵주를 봤을 땐 커다란 묵주를 목에 걸어보기도 하고 묵주알을 만져보는 등 마냥 신기해하기만 했다. 그러나 신기함도 잠시, 원장수녀의 설명으로 기도하는 법을 금새 익히고 구슬 한 알에 성모송을 한번씩 이젠 제법 큰소리로 외치면서 기도를 드린다.
혜화유치원은 5월 성모성월을 맞아 자유기도 대신 묵주기도를 바친다.
묵주기도를 바치느라 친구들의 마음이 담긴 자유기도를 함께 드릴 수 없는 게 아쉽지만 아이들이 직접 만든 묵주알을 굴리면서 바치는 기도는 사뭇 진지하기만 하다. 구슬알을 놓칠까 조심스럽기도 하고 친구와 잠깐 장난치면 어느새 기도가 끝나기 때문에 잠시라도 묵주알을 놓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금새 배우죠. 제가 어릴 적에 수녀님께 받았던 교육도 지금껏 기억에 남아요. 그만큼 어린 시절 아이들에게 심어주는 종교교육은 자연스럽게 기억되고 생활로 이어져 좋은 것 같습니다』
송홍자 원장수녀는 유치원에서 매일 빠짐없이 해온 기도 덕분에 전교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고 한다. 유치원에서 함께 모일 때, 밥 먹을 때 드리는 기도는 집에 가서도 이어지기 때문에 기도 안하는 아빠, 엄마를 아이들이 성당으로 끌고 가는 경우가 꽤 많았다고. 원아들 가운데 40%는 신자가 아니지만 유치원 생활의 시작과 마침이 기도로 이어지다보니 기도가 아이들 생활의 일부가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혜화유치원은 이같은 기도와 함께 대부분의 가톨릭재단 유치원이 실시하고 있는 종교교육도 매주 빠짐없이 실시하고 있다.
축일이나 대축일 때는 유치원에서 직접 전례를 해보기도 하지만 평상시에는 성서의 가르침에 따라 실천교리를 가르치고 있다.
『성모성월과 묵주기도 성월에는 묵주기도를 드릴려고 해요. 이 아름다운 기도를 아이들이 입을 모아 드리면 성모님도 좋아하실꺼예요.5월 한달만이라도 아이들 덕분에 부모님이 같이 기도할 수 있다면 더욱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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