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은 5월 4일 그리스 아테네 공항에서 게오르게 파판드레오스 그리스 외무장관의 영접을 받으면서 이번 순방길을 열었다.
교황은 이날 그리스에 도착한 뒤 바로 크리스토둘로스 그리스 정교회 아테네 대주교를 만나 지난 1204년의 십자군운동을 상기시키며 용서를 청하는 기도를 바쳤다. 교황은 콘스탄티노스 스테파노풀로스 그리스 대통령을 만난 뒤 아테네의 크리스토둘로스 대주교의 숙소를 방문했으며 그곳에서 교황은 「기억의 정화」에 대해 언급했다.
교황은 이어 과거와 현재를 통틀어 가톨릭 교회의 아들딸들이 동방교회의 형제자매들에게 저지른 잘못에 대해 용서를 청하고 하느님의 용서를 청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특히 콘스탄티노플의 재난에 대해 지적하고 이에 대해 깊은 유감의 뜻을 표시했다.
이 사건은 거의 800여년 동안 그리스정교회의 역사에 있어서 매우 아픈 기억이라고 할 수 있으며 가톨릭 교회에 대해 비난할 때 항상 그 핵심이 된 부분이다.
교황은 크리스토둘로스 대주교에게 가톨릭과 정교회는 교회안의 분열을 불러온 이러한 역사적인 반목과 갈등을 극복하기 위해서 함께 노력할 것을 강조했다. 분열은 하느님과 세상의 눈으로 볼 때 큰 흠이라고 말한 교황은 『어떤 기억 즉 고통스럽고 머나먼 과거의 일부 사건들은 오늘날까지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겨주고 있다』고 말했다.
교황의 이같은 기도와 발언에 대해 크리스토둘로스 대주교는 놀라움을 표시하고 즉시 교황과 포옹을 나누었다.
교황의 이날 발언은 그동안 정교회 측에서 오랫동안 열망해오던 것으로 교황은 이처럼 그리스 정교회에 대해 겸허한 자세로 역사적인 과오를 인정하고 용서를 청함으로써 1천여년 동안 갈라져있던 정교회와 화해의 가능성을 한층 밝아지게 했다.
정교회측은 이에 대해 아직 양측간에 해결돼야 할 문제들이 많이 남아있음을 지적하면서도 환영의 뜻을 밝히고 '용감한 행동'으로 받아들였다.
교황은 이어 대주교와 함께 사도 바오로가 아테네인들에게 연설을 했던 아레오파구스에서 코스티스 스테파노풀로스 그리스 대통령과 각료들이 참석한 가운데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유럽 그리스도교의 뿌리와 정신이 손상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교황과 대주교는 이어 「종교라는 미명 아래 행해지고 있는 폭력과 강제 개종, 광신주의」에 대해서도 지적하고 모든 그리스도교 교회의 화해와 공존을 강조했다.
▲ 이슬람 지도자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5월 6일 다마스커스 구시가지에 위치한 오마야드사원에서 시리아 이슬람 지도자 아미드 쿠프타로를 만났다.
교황은 시리아 방문 다음날인 6일 가톨릭교회 역사상 처음으로 이슬람 사원을 방문해 수세기에 걸친 이슬람과의 갈등을 비롯해 모든 종교간의 반목과 갈등의 해소를 위해 노력할 것을 호소했다.
교황은 이날 다마스커스의 오마야드 이슬람사원을 방문해 율법학자 등 시리아의 이슬람 성직자들의 영접을 받은 뒤 1시간 30분 가량 사원에 머물며 이같이 호소했다.
이날 교황이 방문한 우마야드 사원은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커스 구시가지에 위치한 사원으로 705년부터 715년 사이에 건설된 석조건물이며 이슬람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사원 중의 하나이다.
이 사원이 서있는 자리에는 로마제국 당시 주피터 신전이 서 있었으며 이후 비잔틴 시대에는 세례자 요한의 교회가 서 있었다.
한편 교황은 이에 앞서 다마스커스의 압바신 축구 경기장에서 레바논과 요르단, 팔레스타인 등지에서 몰려든 신자 5만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야외미사를 집전했다.
교황은 이날 미사 강론에서 『그리스도교인들과 이슬람교도들은 오랫동안 상대방을 적대시하고 공격해왔으나 이제 우리는 전능하신 신에게 용서를 청하고 상대방에게 용서를 청하고 용서해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이어 이날 사원에서 이뤄진 만남이 가톨릭교회와 이슬람간의 대화를 진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었기를 희망한다며 이를 위한 양측간의 대화 노력이 지난 수십년 동안 상당한 성과를 거둬왔다고 말했다.
교황은 또 『이슬람과 가톨릭교회의 지도자들은 이제 우리의 위대한 종교 공동체를 더 이상 갈등이 아니라 존경할 만한 대화의 집단으로 만들어 달라』는 희망을 표시했다.
교황이 이날 미사를 집전한 압바신 경기장에는 미사가 시작되기 2시간 전부터 군중들이 몰려들기 시작했고 이 지역 신자들은 물론 다른 지역의 그리스도교계 대표들도 대거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