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문인이라면 누구나 받고싶어 하는 가톨릭문학상을 수상하게 돼 우선 하느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가톨릭신문사가 제정한 제4회 가톨릭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이규정씨(스테파노·신라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특히 그동안 작품 활동을 격려해주고 기도해준 주위의 모든 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면서 『작품 위주의 엄정한 심사로 알려져 있는 가톨릭문학상을 수상하게 된 것이 더욱 영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제4회 가톨릭문학상 수상작에 선정된 「퇴출시대」는 이규정 교수의 6번째 소설집이자 선집 장편을 합하면 그의 10번째 소설. 제목에서 느껴지듯 IMF 이후 실직 해고 자살 등으로 이어진 서민들의 삶이 사실적으로 묘사되고, 일그러진 현대사의 질곡을 비판한 9편의 중·단편이 실려 있다.
작가의 말처럼 주변의 어려운 이웃, 소외되고 그늘진 곳에 있는 이들에 대한 관심이 6?5 이후 최대의 시련이라는 IMF를 겪으면서 자연스레 「퇴출시대」라는 옥동자를 낳았다.
『IMF가 한창일 무렵, 자갈치에서 중앙동까지 지하도를 걸으면서 노숙자들의 비참한 실태를 직접 목격했습니다. 그들에게 무슨 희망을 줄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그러나 「퇴출시대」는 IMF를 몰고 온 사회적 부조리와 불의(不義)를 고발하고 비난하기 보다는(아마도 초기 작품이었다면 그러했을 것이지만), 고통과 실의에 빠진 이들에게 새로운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주력한다.
어떻게? 그 해답은 작가의 하느님 체험, 바로 신앙의 힘에 있다.
십자가의 수난과 죽음을 겪고서야 이뤄낸 부활, 그에 대한 믿음만이 현실의 고통을 극복할 수 있는 힘과 희망과 의욕을 줄 수 있다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보이는 것만을 믿으려하고 물질과 금전만능의 가치관이 팽배한 시대에 순수소설의 미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표피적이고 감각적인, 상업화하는 문학에 대한 우려지요. 이번 수상이 이러한 조류에 역행해서 정통소설의 틀을 이어가는 노력으로 이해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작가로서의 「선비정신」을 강조하는 이규정씨는 『투철한 작가의식을 갖고 세속적인 부나 성공과는 일정한 거리를 둘 수 있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면서 우리 문단의 조로(早老)현상과 일부 정치적 성향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훌륭한 작가분들이 많으신데 제가 이런 큰 상을 받게돼 그분들에게 죄송한 마음입니다』
지난 2월 일본 고베, 오사카, 교토 등지를 방문하고 돌아온 이규정씨는 현재 재일 한인동포들의 애환을 담은 장편소설을 준비 중이다.
◎ 약력
1937년 일본 경도 출생
1963년 경북대 사범대 국어과 졸업
1970년 동아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졸업
1977년 '시문학'에 단편 '부처님의 멀미'로 등단
1980년 영세(세례명 : 스테파노)
1996년 부산교구 평신도 사도직협의회 회장
2001년 현재 신라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 사범대학장, 한국가톨릭문인회 회원
◎ 작품
<소설집> ‘들러리 만세’ ‘아겔다마’‘첫째와 꼴찌’ ‘아버지의 적삼’
<중편전집> ‘패자의 고백’
<소설선집> '쏟아지는 빛 다발'
<전작장편> ‘돌아눕는 자의 행복’‘먼 땅 가까운 하늘’(전3권)
◎ 수상경력
일붕문학상 소설부문(1986)
부산시 문학상 문학부문(1988)
■ 심사평
‘고난에서 퍼올린 빛과 샘’
작가 이규정씨는 1977년 이래 약 25년 간 소설 창작에 정진해 왔다. 한편 그는 부산 가톨릭문인협회 회장, 천주교 부산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 회장을 역임했다.
이번 수상작 「퇴출시대」는 수록 작품 9편 중 7편이 가톨릭을 소재로 하거나 주제로 다룬 작품집이다. 이 「가톨릭문학상」의 수상 대상은 그 범위에 있어 반드시 가톨릭적이어야하는 것은 아니라 개방적이지만 이 상의 가치와 격조를 드높이고 지켜가기 위해 되도록 인간 구원의 주제의식이 예술적으로 형상화되어 우수한 작품성이 인정되는 작품에 이 「가톨릭문학상」을 수상하고 있다. 가톨릭이 소재가 되어 훌륭하게 작품성을 성취한 경우도 또한 다행한 일이다.
소설집 「퇴출시대」는 근래 우리 사회 현실의 특징인 경제난과 대량 실직 상황이 소재로 되어 있다. 가톨릭적 영성 차원이라 하더라도 현실에 대해 도피적으로 초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사람들의 고난에 찬 삶 속에 동참하여 그 바닥에서 솟아나는 인간의 육성과 인간다운 삶에의 희망을 작품화한 것이 이규정씨의 소설이다. 이 작가의 작품들은 안정되고 순탄한 문체인데도 내부에 극적인 긴장이 장치되어 있다. 또 주인공들이 적나라한 자기 노출을 보이지만 결국 문제의 순화와 자신에 대한 화해를 통해 평화의 빛에 도달한다. 이러한 작품세계가 요즈음 다분히 허무주의 또는 말초적 감각에 치우치는 일반 문단의 경향에 의미 깊은 일깨움을 주게 되기를 바란다.
<한국가톨릭문학상 심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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