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를 읽는 것이 어린이들에게 금방 드러나는 효력 같은 게 있을 거라고 기대하지 말아야 하죠. 감정의 밑바탕에서 자라난 고운 심성이 어른이 되면서 다져지는 것입니다』
동화집 「고아원 아이들」로 제4회 한국가톨릭아동문학상을 수상한 정영애(엘리사벳·서울 응암동본당)씨는 수상 소식을 듣고 『하느님께서 신앙의 메시지를 전해주신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감격스러웠다』며 『더 좋은 작품들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1년 반 동안의 구상 끝에 나온 수상작 「고아원 아이들」은 경제위기 이후 버려진 아이들이 급격히 늘어난 현실에서 쉽게 이혼하고 쉽게 아이를 버리는 어른들에게 경종을 울리기 위해 쓴 글이다.
그래서인지 젬마 수녀가 운영하는 「천사원」아이들의 정의와 우정, 협동심, 모험심을 그린 동화집「고아원 아이들」은 어른보다 더 어른스러운 아이들의 이야기들로 짜여져 있다.
감이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감나무가 감을 버린다. 우리들도 부모가 버렸다. 부모의 팔에 매달린 아이들의 무게가 너무나 무거워 그냥 버린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주인공 강호의 생각은 책을 읽는 어른들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
정씨가 이렇게 동화를 쓰기 시작한 것은 14년 전. 처음 교편을 잡았을 때 담임을 맡았던 아이 하나를 잊지 못한다는 그는 교통사고로 부모를 한꺼번에 잃은 그 아이가 한번도 자신의 처지를 원망하지 않고 밝고 명랑한 모습으로 이겨내는 모습에 많이 부끄러웠단다.
정씨는 그런 아이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어 동화를 쓰기 시작했다. 19년간의 교직생활도 동화를 쓰는데 좋은 바탕이 됐다.
현재는 교편을 놓고 창작집 12권과 역사서와 전기집, 글쓰기 지도서 등을 발간하는 등 어린이책을 쓰는 게 전업이 된 그지만 여전히 아이들 곁에서 눈높이에 맞는 글을 쓰기 위해 어린이 글쓰기를 지도하고 있다.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며 소위 「문제아」로 학창시절을 보냈다는 정씨는 가톨릭계 중·고등학교를 다니며 세례를 받았다. 이 책 속에서 아이들을 사랑으로 감싸안는 젬마 수녀와 베다 수녀는 그런 정씨를 바르게 살도록 이끌어 준 실제 인물.
『동화가 삭막한 세상을 사는 어른들에게 더 많은 교훈과 감동을 전해줄 때가 있다』는 정씨는 『아이들의 생각과 생활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부모가 함께 동화를 읽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을 쓰면서 그 이야기에 빠져 저도 모르게 흥분하고 울고 웃고 할 때면 글을 쓰지 않고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았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는 정씨는 『어린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동화를 계속 쓰고 싶다』고 말했다.
◎ 약력
1949년 경북 상주 출생
1966년 영세(세례명: 엘리사벳)
1974년 진주 교대 졸업
1987년 한국아동문학에 '몽당연필'로 등단
1993년까지 대구 동성 초등학교 등 19년간 교직 생활
2001년 현재 어린이 글쓰기 지도 및 작품활동 전념
◎ 작품사항
<동화집> ‘큰 일학년 작은 이학년’‘내친구 엄지’ ‘생쥐네 일곱식구’ ‘까만 천사들’ ‘마법의 팔지’
<역사서> ‘단숨에 읽는 고려왕조’‘단숨에 읽는 조선왕조’
<전기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최치원’
◎ 수상경력
한국아동문학 신인상(1988)
아동문예작품상(1988)
아동문예작가상(1993)
한국아동문학상(2000)
■ 심사평
‘사랑을 깨닫게 하는 작품’
가톨릭아동문학상이라는 이름을 띠면서도 종교를 불문하고 모든 작가의 작품을 대상으로 한다는 시상 규정에 감사를 드리면서, 지난 1년간 전국에서 발간된 동시집 21권과 49권의 동화·아동 소설집을 일독했다.
일차로 3권의 동시집과 2권의 동화·아동 소설집을 수상 후보 작품으로 압축하였고 최종심사에서 정영애 작 장편 아동 소설집 '고아원 아이들'을 수상작으로 결정하는 데에 의견이 일치되었다.
수상작은 선과 악의 대립 구조이며 악이 패할 때까지 조마조마한 긴장감을 갖게 한다. 또한 이 장편이 사랑을 깨닫게 하는 주제라는 데에서 감동을 주기도 하였다. 작품 무대인 천사원에 수용되어 있는 원아들은 모두 불행한 가정에서 태어나 고아원으로 온 어린이들이다. 그래서 저마다 갈등을 지니고 있었고 그 중에는 야성적이고 이기적인 원아들도 있었다.
젬마 수녀를 비롯한 수녀들과 선생님은 수많은 고아들을 사랑으로 어루만진다. 원아들은 서로의 입장에서 다툼을 벌이기도 하지만 마침내 잘못을 깨닫고 폭력배에게 잡힌 두 친구를 구하는 데에 힘을 모으게 된다. 이와 같은 휴머니티는 아동문학의 본질이며 원칙이기도 하다.
작품 구성에 변화가 있고 폭력배를 일망타진하게 위해 벌이는 모험은 스릴을 느끼게도 한다.
또한 문장이 선명하며 스토리 진행이 경쾌한 점이 좋았다. 활동적인 등장인물에서 작품의 건강미를 느끼게도 하였다.
독자들은 이 작품에서 정의와 우정, 협동심, 모험심을 배우고 느끼리라 믿는다.
<한국가톨릭아동문학상 심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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