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수도원에 들어가려고 봉사하는 후배에게 수도회를 알아봐달라고 부탁하였다. 직접 찾아갈 용기가 없었던 것이다. 얼마후 후배가 수도회를 알아보고 대화를 나누어 봤지만 몇달 후 나는 자신이 없어 포기하고 말았다.
어느날 나를 위해 기도해 주며 정신적인 지주이신 둘째 누님이 나에게 결혼할 나이도 지났으니 결혼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면서 꼭 결혼 기도를 하라고 하셨다.
사실 나는 그 당시 결혼할 생각도 못했고 이성적으로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다는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하느님을 떠나 냉담하던 나의 생활로 인해 과연 내가 결혼할 수 있을까 하는 죄책감과 상처들이 내 안에 있었던 것이었다. 봉사생활을 하면서 기쁘고 즐겁게 지냈지만 막상 누님께서 결혼 이야기를 꺼내자 내 마음 속에 숨어있는 죄의식이 있었음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나는 평소에 친하게 지내던 선배 봉사자에게 결혼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고 상담을 하면서 그 상처들이 하느님의 크신 사랑과 자비로 치유되는 것을 느꼈다. 아! 하느님은 얼마나 크시고 좋으신지 나는 결혼하기위한 배우자를 놓고 100일동안 묵주기도를 하기로 했다.
지금 생각해도 왜 100일이라는 날짜를 정해 놓고 했는지 나도 잘 모를 일이다. 아무튼 그 정도는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나는 하느님께 평생 함께 봉사 할 수 있는 동반자를 짝으로 달라고 청했다. 내가 음악 봉사를 하니 같이 음악 봉사를 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하며 또한 인상도 좋은 사람으로 만나게 해달라고 기도하였다. 참으로 어린애같이 기도했던 것 같다.
결혼 기도를 한지 백일 되던 날이었다. 아침에 전화가 와서 받아보니 많이 듣던 목소리였다. 『형제여』하며 몇마디를 나누는데 무척이나 오랫만에 듣는 목소리였다. 알고보니 함께 세속에서 그룹활동을 하던 피아노치며 노래하는 선배님이었다.
4년만에 연락이 왔는데 그 분은 개신교 전도사가 되었고 한번 만나고 싶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약속을 하고 만나게 되었는데 서로가 변화된 모습에 놀라고 말았다. 그분은 정말 「탕자 중에 왕탕자」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세상 쾌락에 젖어 살던 선배님이었는데 그 때의 모습은 찾아 볼 수가 없고 모든 이야기가 하느님 사랑에 대한 것과 하느님 자랑 뿐이었다. 정말 하느님이 아니시면 그 누가 우리를 변화시킬 수 있을까. 우리는 서로가 과거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에 우리를 변화시켜주신 하느님을 찬미하며 부둥켜안고 울었다.
선배님은 모든 교파를 초월해서 함께 음악 선교단을 조직하여 하느님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음악으로 선교하자고 제의를 하였고 나 또한 가슴이 뜨거워짐을 느끼며 찬성하였다. 그래서 우리는 연습 날짜와 시간을 정하고 헤어졌다.
얼마 후 약속 날짜에 연습 장소를 찾아간 것이 나의 인생의 동반자가 기다리고 있는 곳인 줄을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것이었다.
나는 그 곳에 먼저 와 있는 한 자매와 인사를 나누었는데 많이 봤던 사람이었다. 알고보니 83년 MBC 강변 가요제에서 「이름없는 새」로 대상을 수상한 가수 손현희 자매였다. 나는 몇년 전에 불우이웃돕기 음악회에서 그 자매와 3번 정도 같이 공연했을 때 연예인 같지 않은 수수한 의상과 화장기 없는 얼굴에서 청순한 느낌을 받았던 것이 이렇게 예수님을 믿는 좋은 사람들과의 자리에서 만나게 되니 더욱 반가웠다.
우리는 연습시간에 몇번을 더 만나게 되었고 점차 내 생활에 변화가 찾아왔는데 손현희 자매만 만나면 괜히 가슴이 두근 거리고 눈을 감고 기도할 때는 얼굴이 어른 거려서 내가 그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우리는 음악선교단 MT에 가서 은근히 나의 마음을 비출 수가 있었고 만난지 6개월 만에 결혼 약속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우리의 결혼에는 커다란 어려움이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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