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5월 4일부터 9일까지 그리스, 시리아, 몰타를 방문한 이번 순방은 특별히 동방교회와의 일치 노력, 그리스도교와 이슬람 사이의 관계, 중동 평화 노력에 있어서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언론들은 이번 순방 특히 그리스 방문을 두고 『12세기의 빙하가 녹아내렸다』『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역사를 바꿨다』는 등의 특별한 의미와 성과를 부여했다.
물론 1000년 동안의 서로에 대한 의심과 편견은 아직 완전히 잊혀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교황의 역사적인 방문 이후 가톨릭과 동방교회간의 심리적이고 문화적인 장벽은 어느 정도 녹아내렸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실제로 가톨릭과 동방교회간의 벽은 신학적인 것보다는 오히려 심리적이고 문화적인 경향이 강했다.
아테네 현지의 언론들은 교황의 이번 방문을 앞두고 서방국가들보다도 오히려 더 많은 근심과 우려를 했었다. 하지만 교황 순방이 끝난 뒤 언론들은 교황이 지팡이에 의지해 위대한 걸음을 내딛었다고 평가했다. 이탈리아의 아베니레지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보이지도 않으면서도 넘어갈 수 없을 것 같았던 벽을 무너뜨렸다』고 말했다. 이 벽은 그리스 정교회와 가톨릭교회를 무려 1천년 동안 갈라 놓았던 벽이었다.
교황의 시리아 방문은 이슬람과 그리스도교간의 관계에 대한 핵심적인 논쟁을 제기했다. 교황의 방문은 사무엘 헌팅턴이 제기한 「문명의 충돌」이라는 개념을 상기시켰다. 이 개념과 이론은 공산주의의 몰락 이후 세계의 평화와 민주주의의 발전에 이슬람을 가장 큰 위협으로 부각시켰다. 하지만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처음으로 다마스커스에서 우마야드 사원에 들어갔을 때 이슬람과 그리스도교간의 새로운 대화와 협력의 시대가 열렸다.
교황은 또 이번 방문에서 중동의 평화 회복을 간절하게 기도했다. 그리고 중동 분쟁의 해결은 오직 대화를 통해 가능하며 유엔 결의안들을 충실하게 실행에 옮겨야 함을 강조했다. 교황은 『모든 사람들, 모든 정치 지도자들의 갈등과 분쟁은 목적을 이루는데 실패했고 앞으로도 실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교황 순방, 즉 시나이산, 성지에 이어 그리스, 시리아, 몰타 등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순방은 이전의 순방들과는 사뭇 다르다. 일반적으로 교황의 해외순방은 구체적인 사목적 필요성에 따라 이뤄진다. 하지만 최근의 순례들은 명백하게 예언자적 성격을 띠고 있으며 미래를 지향하고 있다.
교황은 몰타에서 로마행 비행기에 오르기전 자신의 대희년 순례 여정에 대해 『구세주 강생 2000년과 연결된 장소들을 방문하면서 나는 그리스도인들의 위대한 신앙 쇄신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세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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