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안에서 저희는 늘 함께일 거예요』
태어나 지금껏 한번도 떨어져 본 적이 없다는 윤경일(요셉·17·갈현동본당)-경성(가브리엘·17) 형제는 올해 인천해사고등학교도 나란히 진학했다.
쌍둥이로 태어나 같은 항해사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형제는 마음 씀씀이마저 비슷하다. 너무 어릴 때 집을 나가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엄마, 그리고 그 아픔을 삭이지 못해 얼마전 훌쩍 집을 떠나버린 아빠, 그 가운데서도 착하게만 자라난 경일이와 경성이의 모습은 놀라움이다.
고모집에서 아빠와 곁방살이를 하며 고등학교에 들어오기까지 용돈이라곤 한번도 받아본 적이 없다는 형제. 월세를 사는 고모댁과 벌이가 없던 아빠의 형편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또래 친구들처럼 먹을 것이나 입는 것을 두고 투정 한번 부리지 않은 형제의 어른스러움은 아픔으로까지 다가왔다.
방과후 친구들이 학원으로 달려갈 시간이면 곧장 집으로 돌아와 방에서 한발짝도 나가지 않고 몇 번을 읽었을 지 모를 책을 뒤지고 또 뒤졌다는 형제의 얼굴에서 느껴지는 평온함은 오히려 안타까움이다.
『집안 사정도 힘들고…. 돈도 벌어 아빠와 고모를 도울 수 있잖아요』
학비가 무료인 해사고를 지망하게 된 까닭을 어른스럽게 말하는 경일이에게서는 그늘보다는 밝은 희망이 전해져왔다.
주말이면 서울 고모댁으로 올라와 고모의 재봉일을 도우며 일손을 돕는 경일이 경성이는 성서가 가장 큰 감동을 전해준 책이었다고 말한다. 일요일이면 나란히 성당을 찾아 자신들보다 힘든 이들을 위해 두 손을 모은다는 형제에게 하느님은 유일한 안식처인 셈이다.
『마음 아프지 않게 사는 거죠』
『아프지 않고…, 사이좋게 지내는 거요』
행복이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두 형제가 어렵게 토해낸 말에서는 마음속 어딘가에 쌓여있던 아픔이 함께 흘러나왔다. 함께 고개를 떨구고 눈가를 매만지는 모습에서는 행복이라곤 모르고 자란 어린 형제에게 드리운 버거운 십자가가 느껴졌다. 3년 후 항해사가 될 꿈을 향해 한발한발 나아가고 있는 형제, 자신들보다 어려운 이들을 도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마음으로 드러내는 형제에게는 그들이 누빌 대양보다는 넓은 마음이 숨어 있는 듯했다.
『늘 힘들지만은 않겠죠. 저희보다 힘든 이도 있는데요』
형제의 어른스러움이 어른들의 마음에 큰 울림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도움주실 분=한빛은행 702-04-107874(가톨릭신문사)
사제를 꿈구는 용성이에게 문의·성금답지
▣ 올해 들어 본지를 통해 소개되고 있는 소년소녀가장에게는 전국 각지로부터 사랑의 손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어 조그만 관심이 곧 마르지 않는 사랑의 원천임을 보여주고 있다.
갑작스런 병으로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와도 떨어져 할머니와 살고 있는 최용석(베네딕도·14·서울 중림동본당)군에 대한 보도(4월 1일자)가 나간 후 사제를 향한 용석이의 꿈에 동참하고자 하는 이들이 쇄도했다.
한달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모인 독자들의 성금은 모두 670여 만원.독자들이 모아온 성금은 용석이가 신학교에 들어갈 때까지 훌륭한 씨앗이 될 것이다.
이 외에도 용석이를 직접 도울 수 잇는 방법과 지속적으로 도울 방법이 없냐는 문의가 잇따랐다. 드러나지 않는 가운데 매달 정기적으로 소정의 성금을 보내는 이들과 직접 용석군에게 정신적 물질적 도움을 보태오는 이들이 이런 사랑의 결실이다.
얼마 전 할머니와 사글세방으로 이사를 한 용석이는 요즘도 씩씩하게 성당을 다니고 있다고 한다. 사제의 꿈을 향해 힘차게 성당 언덕길을 오르는 용석이의 발걸음이 더욱 힘차졌다는 할머니의 말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