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할 처가의 장인어른께서는 40년 동안이나 철학관을 하고 계셨기에 우리의 결혼식을 성당에서 하는 것을 반대하셨다. 절이나 결혼식장에서 하라고 하셨다.
당신 눈에 흙이 들어가면 들어갔지 절대로 성당에서 결혼시킬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때 나는 정말 마음이 착잡하였고 절망스럽기까지 했다.
영적인 면에서도 장인 어른의 심정은 이 결혼을 받아들이기 힘이 드셨고 실제로 부조하러 오시는 손님들도 다 장인어른께 점을 치거나 잘 아는 분들인데 얼마나 체면이 깍이시겠는가!
그러나 우리의 소망 또한 주님이 계시는 성전에서 결혼하는 것과 동시에 신부님을 모시고 감실 앞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것이 당연지사라 여겼다.
처가의 모든 식구들과 친척들은 장인 어른의 뜻을 잘 따르는 편이라 모두 포기하라고 하였고 내가 느끼기에도 퍽 어렵게 생각되었다. 그러나 우리의 소망은 간절했고 또 믿음을 가졌다.
하느님 아버지도 우리의 결혼식을 성전에서 하기를 바라실 것이고 또 도와주실 것이라고 말이다. 나는 아내될 사람에게 묵주기도를 가르쳐 주었고 매일 만나서 성당 마당에서 54일 기도를 올렸다.
그 당시 아내될 손현희 자매는 순복음 교회를 다니며 주일학교 교사를 하고 있었으나 묵주기도를 잘 받아들였다. 우리는 청원의 기도를 바치면서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한다는 의미로도 장인어른을 자주 찾아뵙고 약주도 따라드리고 안마도 해드리며 속으로는 주모경이나 심령기도를 하곤하였다.
청원의 기도가 끝나고 감사의 기도가 절반이상 끝나고 있을 때 놀라운 일이 생겼다. 그렇게 완강하던 장인어른께서 갑자기 성당에서 결혼식 올리는 것을 허락하신 것이다. 그때의 기쁨은 말할 수가 없었다. 우리는 90년 9월 15일 당산동 천주교회에서 평소 존경하던 김병일 요셉 신부님을 주례 사제로 모시고 혼배성사를 하였다. 아내는 천주교회에 입교하였다.
평생 처음으로 두분이 함께 성당에 들어오신 장인 어른과 장모님, 처가 식구, 친척들은 그분들을 창조하신 아버지 하느님의 집으로 모두 모이게 된 것이다.
우리는 개포동에 11평짜리 아파트를 얻어 살림을 차렸다.
그 당시 아내는 여의도에 있는 통기타 무대에서 노래를 했고 나는 강남 쪽 레스토랑에서 트리오 활동과 듀엣으로 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 때 우리의 수입은 월 500만원 정도로 꽤 괜찮았다.
우리 부부는 오전부터 저녁 6시까지 성령봉사회에서 상설 교육이 있었기에 거의 일주일을 거기서 보냈다.
저녁 6시까지는 다른 일을 거의 하지 않고 봉사만 했다. 그리고 저녁 이후로 열심히 돈을 벌면 머지 않아 집도 장만할 수 있는 분위기였고 무척 행복한 생활이었다. 그러나 마음에 항상 걸리는 것이 있었는데 우리 부부는 봉사하다가 저녁 6시가 되면 봉사를 멈추고 밤무대에 나가야하는 것 때문에 봉사 뒷마무리도 못하고 또 봉사하는 기쁨을 더 맛보지 못하는 것이었다. 게다가 저녁에 있는 피정이나 교육은 참여할 수도 없고 지방에 가는 피정이나 세미나 등은 너무나 가고 싶었지만 꿈도 못꾸는 실정이었다. 그 동안 나는 대중 가요무대에 서는 것이 좋았고 가수왕이 되는 것이 소원이었기에 밤무대 서는 것이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었다.
그러나 점점 나는 가요보다 복음성가가 더욱 좋아졌고 대중 가요 무대에 서는 것 보다 성당 제대 옆에 서서 성가를 부르는 것이 더욱 좋아졌다.
집에 있던 많은 가요, 팝송, 칸소네 등 판들이 영적 독서책과 성가테이프들로 바뀌었다.
어느 날 나는 여느때처럼 밤무대에서 노래를 하는데 마음이 너무 혼란스럽고 머리가 아팠다. 또한 노래하는 레퍼토리도 건전한 가사나 내용만을 골라 부르려고 하였다. 예전엔 가사 내용에 신경쓰지 않고 분위기나 신청곡에 맞추어 어떤 노래든지 아무 뜻없이 불렀었다.
그러나 예수님을 만나고 부터는 가사에 자꾸 신경을 쓰게되고 비윤리적인 가사는 더더욱 부르기가 싫어지자 같이 노래하던 멤버들은 『너 목사되었냐』고 하며 불만을 표시하였다.
나는 머리도 아프고 기쁨도 없는 상태에서 계속 밤무대와 봉사 생활을 병행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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