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타이페이시 근교 빈민가에 자리잡고 있는 티엔 추기경 병원(Cardinal Tien Hospital). 중국인 최초의 추기경인 티엔 추기경의 이름을 붙인 이 병원은 타이페이 교구에서 운영하는 것으로 대만을 대표할만한 호스피스 의료기관 중 하나다.
이곳의 호스피스 병동인 「성요셉 호스피스 센터」에서 방문객을 처음으로 맞이한 것은 자원봉사자들의 귀에 익은 성가 합창이었다. 앙상한 모습의 말기 환자를 둘러싸고 낯익은 선율의 성가를 중국어로 부르는 봉사자들의 얼굴에서는 오랜 기간 사랑으로 환자들을 보살펴온 이곳의 분위기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이 병원의 호스피스 활동은 천주교, 개신교, 불교 등 각 종교가 앞장서 대만에 호스피스를 도입하기 시작했던 198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만 교회는 93년 가톨릭 사니팍스 사회의료 서비스-교육재단을 설립한 이후 말기암 환자를 위한 가정 호스피스 센터(Home Care Center for Terminal Cancer Patients)를 개원하고 대만 최초로 가정 호스피스를 실시하는 등 초창기부터 활발한 호스피스 활동을 벌여왔다. 그러던 중 94년 이곳 티엔 추기경 병원에 호스피스 병동인 「성요셉 호스피스 센터」를 설립, 호스피스를 본격적으로 펼치게 됐다.
현재 성요셉 호스피스 센터의 병상은 14개로 그리 큰 규모는 아니지만 의료수준에 있어서는 단연 최고를 자랑할 것이라고 병원장 메이 안 루 수녀는 말한다. 이 병원의 호스피스 활동은 "4Whole"(whole person, whole family, whole journey, whole team) 원칙 아래 이루어져 전인적인 치료와 환자와 가족, 의료진간의 일치를 중시하고 있다. 호스피스팀의 구성원은 간호사, 보조간호사, 의사, 사회사업가, 영성담당 수녀, 자원봉사자 등으로 정기적인 팀 회의를 통해 팀워크를 공고히 하고 있으며 관련 학회에 활발히 참가하는 등 연구활동 또한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병동 곳곳에서는 환자들의 안락한 생활을 위한 섬세한 손길을 살펴볼 수 있었다. 베란다 한 켠에 마련한 화단, 휴게실에 놓여진 많은 책과 피아노, 주기적으로 교환한다는 벽면의 그림액자들. 환자들의 침상 위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성화와 불상이 그려진 액자 두 개가 나란히 겹쳐져 있다. 대만인의 대다수는 불교 신자이므로 이들이 입원했을 경우에는 이를 존중해 불상 그림을 걸어준다고 한다. 장례 형식 또한 그들의 종교에 따라 원하는 대로 진행해 준다.
『호스피스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생의 마지막을 앞둔 이들에게 삶과 죽음, 신과 인간, 존재의 의미 등과 관련한 영적인 도움을 주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호스피스가 선교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우리는 그저 아픈 이들을 돌보아 줄 뿐 아무 것도 강요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병원장인 메이 안 루 수녀의 말이다.
아울러 원장 수녀는 『호스피스 환자 대부분은 장기환자이므로 이들에 대한 관심과 치료가 자칫 소홀해지기 쉽다』고 말하며 『임종하는 이의 아버지인 성요셉의 정신을 따라 병원 수익의 상당 부분을 장기 환자들이 보다 안정되고 선진화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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