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윤리자문위원회가 5월 18일 발표한 '생명윤리기본법'(가칭) 시안은 인간 생명의 존엄성이라는 원칙과 생명공학 연구의 필요성이라는 두 가치 사이의 절충안을 모색하기 위한 소산으로 보인다.
가장 논쟁이 되고 있는 사안인 인간 배아 복제 문제에 있어서 원칙적으로 인간 배아 복제는 물론 연구도 제한된 범위에서 허용함으로써 생명윤리 문제를 두고 고심한 흔적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소위 '잉여 배아' 연구를 조건부로나마 허용함으로써 여전히 교회의 입장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을 포함하고 있다.
시안에 따르면 인간 배아를 체세포핵이식 방법으로 창출하는 행위가 금지되며 불임 치료 이외의 목적으로 체외수정 방법을 통해 인간 배아를 창출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또한 그러한 방법으로 창출된 인간 배아 및 그 간세포에 대한 연구도 금지된다.
'배아'는 정자와 난자가 만나 형성된 수정란으로 통상적으로 장기가 형성되기 전인 14일 이전의 상태를 말한다.
이에 대한 연구가 원칙적으로 금지됨으로써 생명공학계에서는 적지 않은 반발을 보이고 있다. 서울대 황우석 교수나 마리아 산부인과 박세필 박사 등 그 동안 생명공학계에서 적지 않은 성과를 보여온 연구자들의 기존 연구 중 상당 부분이 시안에 따르면 금지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안 시안은 불임 치료 목적으로 체외수정 방법을 통해 얻어진 인간 배아 가운데 폐기될 예정인 '잉여 냉동 배아'에 대해서는 난자 및 정자 제공자의 동의를 받을 경우, 연구를 허용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여전히 문제를 안고 있다.
즉 인간 생명은 정자와 난자의 결합으로 이뤄지는 수정란에서부터 하나의 온전한 인간 존재로 보는 교회의 입장에서는 소위 '잉여분'의 냉동 배아를 파괴하는 연구 역시 생명의 죽음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안이 아무리 이전보다 진일보한, 생명윤리 관련 규정을 포함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인간 생명을 파괴하는 행위에 대해 허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해당 규정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기본법 시안 요지
▨국가생명윤리위원회의 설치와 운영 : 독립 상설기구로 국가 생명윤리위원회를 대통령 소속으로 둔다.
▨생명복제와 종간교잡행위 : 체세포핵이식 등의 방법을 이용한 인간개체복제는 금지된다. 체세포핵이식등의 방법을 이용한 동물 복제는 인정된다. 인간과 동물의 종간교잡행위는 금지된다.
▨유전자 치료 : 생식세포, 수정란, 배아, 태아에 대한 유전자 치료(세포질 이식 포함)와 체세포에 대한 우생학적 목적의 유전자 치료는 금지된다. 암 등 일부 질병은 체세포에 대한 유전자 치료가 허용된다. 유전자 치료를 하는 경우 사전에 당사자의 자발적 동의를 받아야 한다.
▨동물의 유전자 변형 연구와 활용 : 건강과 복지를 증진하기 위한 목적으로 실험동물을 대상으로 행하는 유전자 변형연구는 인정된다. 이를 상시 감독하는 동물연구특별위원회를 둔다.
▨인간 유전체 정보 연구와 활용 : 모든 인간은 유전적 특성에 관계없이 똑같이 존중받는다. '유전자 결정론'은 인정되지 않는다. 국가나 민간 기구가 복리적 측면에서 개인 유전 정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때에도 필요성과 불가피성이 충분히 합의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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