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와 인습에 얽힌 사회구조 등의 문제점을 지적, 비판한 중편소설집 「봄 아닌 봄」(뿌리출판사/314쪽/8000원)이 출간됐다.
작가 이재기(베네딕도·마산 진주 신안동본당·63)씨는 69년 「인생외상」으로 등단 이후 소설집 「낙제생」을 비롯해 장편소설「햇무리」, 「부활의 쓴 잔 채우기」, 「생명의 길」(상·중·하)등의 작품을 통해 가톨릭적 세계관을 드러내왔다. 이번에 새로 발간한 소설집 「봄 아닌 봄」에서도 작가의 가톨릭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신앙과 인습 사이에서의 갈등을 잘 나타내고 있다.
중편소설 5편이 담긴 이 책에서는 제도나 인습이 개인의 삶을 제한하고 있음을 세밀히 탐색하고 잘못된 제도에서 벗어나고자하는 사회의식구조를 보여주고 있다.
「벌과 죄」에서는 죄로 인해 악인은 죽지만 업보는 피해자들에게 그대로 남는다는 주제를 드러낸 것을 비롯해, 「봄 아닌 봄」에서는 가정을 꾸리는데 장남에게 지나치게 책임감을 지우는 호주 상속제도 등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죽은 자 말이 있다」에서는 혼수 문제로 시집 식구들과 마찰을 빚다가 결국 자살에까지 이르는 비극을 그림으로써 잘못된 결혼풍습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특히 남아선호사상이 빚어내는 가정의 비극을 그리고 있는 「하느님의 실수」는 뿌리깊은 가톨릭 신자 가정이면서도 남아선호 사상을 버리지 못해 뿌리깊은 인습과 신앙 사이에서의 갈등을 잘 나타내고 있다.
오랜 평신도 선교사로서의 활동과 중·고등학교 교사, 신문사 논설위원 등의 경력을 지닌 이재기씨는 1978년 「남부문학」 소설 신인상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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