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수요일 저녁, 거실은 자그마한 성당이 된다. 저녁 8시가 지나자 삼삼오오 짝을 지은 가족들이 들어선다.
대구대교구 매호본당(주임=박윤조 신부)이 매주 수요일 구역별로 나눠 봉헌하는 가족미사. 참례하는 가정은 대게 8~10가정 정도로 소규모다. 둥들게 둘러앉아 성가정을 이루게 도와달라는 전체 지향 외에도 각자가 구하는 바를 지향으로 이야기하고 미사를 시작한다. 강론 전에는 서로 가족들을 소개하는 시간을 먼저 가진다. 처음 만나는 옆 아파트 아저씨도, 갓 이사온 전입교우도, 예비신자들도 이 자리를 통해 인사를 나눈다.
매호본당은 지난해 12월부터 소규모 가족미사를 실시하고 있다. 부임 후 5개월여에 걸친 가정방문 후 가족끼리 모여 기도해본 적이 한번도 없는 가정이 있는 등 가정에서의 신앙생활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 것을 본 주임신부의 권유에서 시작됐다.
박윤조 주임신부는 『주일에 성당서만 신앙생활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가정에서는 물론이고 직장, 학교 등 어디서든 신앙인으로 살아가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며 『요즘엔 가정이 꼭 하숙집처럼 돼버려 가족 개개인이 모두 따로 신앙생활을 영위하고 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본당 신자들은 자녀들이 학교와 학원 혹은 직장 등의 일로 늦은 시간에 돌아와 함께 모이기가 어렵다고 불만을 갖기도 했지만 이젠 가족이 함께 모여 기도하는 매력에 빠져있다.
가족미사 외에도 매호본당 각 가정을 하나로 묶어주는 데 큰몫을 하는 것은 가족 은총통장.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아침, 저녁기도, 성서읽기, 평일미사참례, 고해성사 등을 하면 은총통장에 달란트를 적립해준다. 하지만 가족 중 단 한사람이라도 함께하지 않으면 달란트는 없다.
달란트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함께하기 어려운 가족들과 모여 기도하는 것 자체가 은총이고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신앙인으로서 당연히 해야할 일들을 하고 칭찬하는 것 같지만 이런 기초적인 신앙생활도 잘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적인 문제.
또 학생미사를 제외하고는 복사, 해설, 독서 등의 미사전례봉사와 각종 성당행사 참여도 가족 단위로 한다.
주일학교 수업도 더이상 학습의 장이 아니다. 교리교사는 일차적으로 신앙을 가르칠 책임과 자격을 가진 어머니들들로 구성돼 있다. 수업도 가정이나 학교생활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생활복음나누기다.
박윤조 주임신부는 『가정 안에서 신앙생활이 활성화되지 않으면 각종 단체활동도 알맹이가 부실해지기 쉽다』며 『가정 안에서의 기본적인 신앙생활 활성화』를 강조했다. 또 박신부는 『성당은 신앙의 주유소』라며 『성당에서만 신앙생활을 잘 할 것이 아니라 이웃에 도움이 되는 빛과 소금으로서 살아가야한다』고 말했다.
매호본당 신자들은 매일 빈 성당이 아니라 자신들의 가족 안에서 먼저 「성체」를 찾아 학교, 직장 등의 일상생활에서 더욱 빛을 내기 위해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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