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엘과 사울을 중심으로 왕정도입에 관한 이야기를 살펴 보고자한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다른 모든 나라들과 같이, 「판관인 사무엘」 대신에 「왕」을 원한다.
이스라엘의 왕은 유일하신 야훼 한 분 뿐이시며 야훼의 뜻을 저버리는 배신행위는 하지 말라고 사무엘이 일러준다.
이렇게 「하느님의 백성」이라는 이스라엘이 가진 고유한 특성을 잃어버릴 위험이 있는 왕정을 반대하지만 백성들은 끈질기게 요구한다. 이에 마지못해 허락해 주시는 야훼의 뜻을 따라 「길갈」에서 베냐민 지파의 키스의 아들 사울에게 기름을 발라 왕으로 세운다(8~9장).
하느님의 절대주권은 보전
8장부터는 히브리 백성의 신앙과 정치에 중대한 제도의 설립을 놓고 상반된 입장과 문제점을 기술한다.
이스라엘인들에게 왕정시대는 영토적으로 가장 강대하고 가장 영광스러웠던 시대를 의미하면서 동시에 국민의 존재마저도 위협한, 이스라엘 역사의 파란만장한 시대를 가리킨다. 종교적 견지에서 메시아 즉 이스라엘을 태평성대로 영도해갈 이상적인 통치자의 출현 약속이 왕조와 직결되어 있다. 그렇지만 왕들이 통치하던 시대에 불경건한 국왕들의 행실로 말미암아 히브리 종교는 거의 완전히 버림받다시피 하였다.
사울의 선출에 대한 전승은 두 가지 전승에 의해 성서 텍스트에 반영되어 있는데, 왕정에 반대하는 전승(8장 10, 17~24·12장), 왕정을 지지하는 전승(9, 1~10, 16·11장)으로 구분된다. 사무엘은 이 두 사상 조류가 교차하는 지점에 해당한다. 사무엘은 판관들의 카리스마적 성격, 즉 하느님의 대리자로서, 하느님께 선택된 인물로서의 성격을 군주들에게 해당시킬 줄 알았다. 그래서 하느님의 절대주권은 그대로 보전이 되었던 것이다. 적어도 장차 백성에게 하느님의 계획을 완전무결하게 성취할 이상적인 군주상에서는 그것이 보전되는 것이다.
왕정 반대 전승
엘리의 아들들의 방자한 행실이 사무엘의 아들들에게서도 반복이 되었다. 그러나 왕정을 요구하는 진정한 원인은 새로운 국제 정치상황에 적응하려는 의도 내지는 필요였고, 사무엘의 아들들의 무능력은 표면상의 계기에 불과하였다(8, 1~5).
그 요구에 대해 사무엘은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하느님도 같은 뜻이신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8, 6~9). 사무엘은 생생하고도 비관적으로 「왕의 권리」를 묘사하여 백성에게 들려주었는데도 불구하고 백성은 왕에 대한 요구를 고수한다. 성서저자가 이 사실을 서술하는 문구를 보면, 왕을 세우겠다는 요구를 곧 하느님을 멀리하려는 간접적인 의도로 해석하며, 동시에 백성의 요구에 대해 하느님이 백성과 동등한 수준에 내려오시어 말씀하시는 방법(condescendence)을 강조한다(8, 10~22).
왕정 지지 전승
9장은 문체가 사울의 카리스마적 신체적 장점을 칭송하고, 하느님의 기이한 방법으로 임금의 직책에 선발하신 인물이요 사무엘이 열렬히 지지하여 왕으로 성별하였다고 기술한다(10, 1~8). 그러므로 이 텍스트는 앞의 텍스트(8장 10, 17~24)와 원천이 다른 문헌이며 왕정을 하느님 친히 원하시고 축복하신 제도라고 지지하는 입장을 담고 있다.
그래서 이 텍스트는 문맥과는 거리가 먼 사울의 집안 이야기에서 실마리를 꺼낸다. 암나귀 일화는 하느님이 당신이 뽑으신 인물을 회중 앞에 등장시키는 각별하신 섭리로 해석되고 있다(9, 1~10). 또한 성서의 모든 설화의 핵심을 이루는 논리로서 사건과 사람을 움직이시어 당신의 구원계획을 실현하시는 분은 바로 하느님이시라는 것이다. 사무엘과 사울의 첫 상면을 길게 묘사하면서 사울이 선택된 카리스마적 측면을 극구 강조한다(9, 11~27).
나에게 있어서 왕은 누구인가? …어려운 문제에 직면할 때 나는 과연 누구를 왕으로 모시려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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