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던 어느날 업소에 출연하기위해 레스토랑을 들어서는데 유난히도 머리가 아팠다. 노래를 부르면서도 「내가 주님의 일꾼으로서 굳이 이렇게 돈을 벌기 위해 술좌석의 흥을 돋우는 노래를 부르고 때로는 가정을 등지고 불륜의 관계로 보이는 사람들도 자주 출입하는 그 장소의 분위기와 흥을 위해 여기서 도구 역할을 해야하는가?」하고 계속 생각하였다. 물론 잠시 휴식을 위해 또는 좋은 만남이나 가족간의 나들이로써 이런 레스토랑을 찾는 경우도 있겠지만 나로써는 그런 분들에게라도 주님의 살아계심과 그 사랑의 복음을 전하고 싶은 소망 뿐이었다. 그렇다고 그 곳에서 「찬미예수님」이나 「야훼 나의 목자」 「강물같은 주의 평화」 등의 성가를 불러줄 수도 없고…. 아무튼 내 마음은 기쁨없는 갈등과 고민으로 계속 이어져갔다.
오전엔 성전에서 기쁘게 찬미하다가 저녁만되면 「사랑이 울고 떠나고-마셔라 한잔의 술」등등의 가사로 바뀌니 나는 영적으로 맑은 느낌없이 혼란스러웠던 것이다.
드디어 나는 결혼 전부터 선교사를 만나 평생 주님의 일만 하고 싶은 것이 소원이라던 아내에게 이야기하여 함께 직업문제를 놓고 기도하기로 하였다.
우리가 하던 일은 둘 다 노래 부르는 일이었고 그 노래를 버리면 무슨 직업을 가져야 하며 또 가진 돈도 없으면서 어떤 장사를 하게되었다 하더라도 주의 일을 마음껏 하기에는 거의 다 방해가 될 것 같았다. 물론 어떤 직업이라도 주님 안에서 주님의 영광을 위하여 사랑으로 한다면 그것은 훌륭한 복음적 삶이 되겠지만 우리에겐 그것도 양에 차지 않았던 모양이다.
우스개 소리같지만 내 아내 데레사는 개신교에서 훈련을 잘 받아서인지 무슨 말만 꺼내면 기도부터하자고 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잠언 3장 6절의 「잘난체하지 말고 무슨 일을 하든지 야훼께 여쭈어라. 그가 너의 앞길을 곧바로 열어 주시리라」는 말씀을 붙들고 계속 기도하였다. 그 지향으로 기도한지 거의 한 달 정도 다 되었을까하는 때에 집에서 그 날도 둘이 기도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내 머리속에 마태오복음 6장 25절이 떠올랐다.
내 아내도 역시 그렇다고 하여 우리는 성서를 펴보았는데, 그 말씀이 바로 「너희는 먼저 하느님의 나라와 하느님께서 의롭게 여기시는 것을 구하여라. 그리하면 먹고 입고 마실 것은 곁들여 받게 될 것이다」라는 내용으로 공중에 나는 새도 창고나 곳간이 없이 하느님이 먹여 주시며 들에 핀 백합도 하느님께서 그처럼 입혀주시는데 하물며 우리 인간들이야 더 말할 것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우리 인간을 구하기 위해 하늘 영광 다 버리고 내려오시어 온 몸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고통을 받지 않으신 곳 없이 받으시고 우리를 사랑하신 그 아버지께서 아버지의 나라를 구하려고 일하는 자에겐 예외 없이 먹고 입고 마실 것을 덤으로 주겠다는 것이었다. 오히려 먹고 입고 마실 것을 구하는 기도는 이방인들이나 하는 것이니 구하지도 말라고 하신 것이다. 우리는 이 말씀을 그대로 의심없이 받아들여 며칠 후 노래하는 업소를 모두 그만 두었다.
우리는 아무 곳에서도 약속된 수입이나 월급이 없었지만 아무런 의심도 걱정도 없이 그냥 그 말씀이 믿어졌던 것이다.
그런데 그 다음 날 어떤 유명한 매니저가 우리를 찾아 왔다. 우리 가족이 가수가 많은 데다가 우리도 가수이니 유명한 듀엣가수로 만들어 주겠다는 것이었다. 나는 약간 마음이 흔들렸지만 사양하고 그분을 돌려 보냈다.
그 다음엔 우리 어머니께서 찾아오셔서 우리에게 돈을 잘 벌고 있으니 1년만이라도 더 하면 집을 마련하지 않겠냐고 하시며 그 후에 더 많이 봉사하라고 하셨다. 그러나 나는 『이미 결단을 내린 것을 바꿀 수는 없으며 이 길을 가겠다』고 말씀드렸다. 어머니께서는 몹시 실망하시어 『다시는 나를 볼 생각을 하지마라』라고 말씀하시고 돌아가셨다.
어머니로서는 자식에게 얼마든지 하실 수 있는 권유였으나 우리는 이미 충분히 기도하고 응답받은 것이라 돌이킬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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