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홍보매체에 대해 본격적으로 관심을 표명하기 시작한 것은 교황 비오 11세(1922-1939)부터였지만 체계적인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1963년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개최되면서 「매스미디어에 관한 교령」이 반포되면서부터이다. 1971년 교황청 사회홍보평의회가 발표한 「일치와 발전」, 1992년 「새로운 시대」를 발표하면서 교회의 관심은 더욱 깊이를 더해갔으며 그 사고의 폭과 넓이도 확장됐다.
홍보매체에 대한 교회의 관점은 근본적으로 긍정적이다. '하느님의 도움으로 인간 지능이 만들어낸 놀라운 기술'(매스미디어 교령 1항)이다. 시공을 넘어서 인간들 사이의 일치와 친교를 더해주며 '인간들 사이에 더욱 완전한 평등을 이룩하고 보장한다'(일치와 발전 20항).
교회는 결국 사람과 문화에 봉사하고 세상과 대화하며, 인간 공동체와 발전에 봉사하고 교회 일치, 새로운 복음화에 봉사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홍보매체는 충분히 갖고 있으며 따라서 교회가 이를 긍정적인 입장에서 수용하고 선용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하지만 물론 교회는 홍보매체가 잘못 사용됐을 경우의 부작용에 대해서도 각별한 주의를 기울인다. 특히 상업주의와 진리의 왜곡, 진실성의 결핍 등에 대해서 교회는 각종 문헌을 통해 분명히 지적하고 있다.
교회가 현대 사회에서 홍보 매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홍보주일을 정해 기념하기 시작한지 이미 35년이 지났다. 하지만 100주년을 향해 가는 경향잡지, 70주년을 훌쩍 넘은 가톨릭신문과 같은 전통 깊은 매체를 보유한 한국교회이지만 교회 홍보매체를 충실하게 읽는 신자는 전체의 절반이 되지 못한다. 일반 신문이나 방송은 모두 빠짐없이 구독하면서도 교회 매체에 대해서는 관심이 부족한 이유는 무엇인가.
가톨릭신문이 창간 70주년을 맞은 1997년 조사한 「가톨릭신자의 종교의식과 신앙생활」에 따르면 교회 신문 열독률에 있어서 어느 정도, 또는 많이 읽는다고 응답한 신자는 불과 40%가 못된다. 교회 잡지는 더 떨어진다. 어느 정도, 또는 많이 읽는다는 응답은 30%에 머물고 있다. 특히 잡지 구독률은 가톨릭신문이 60주년을 맞아 실시한 조사에서 나타난 것보다 현저하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난다. 교회 일반 서적의 경우에는 약 40% 정도가 어느 정도, 또는 많이 읽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을 볼 때 한국교회의 교회 매체들에 대한 신자들의 관심과 접근은 별반 호전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현재 교회 홍보매체는 과거와 비교해 상당히 다양해진 것이 사실이다. 우선 개신교, 불교와 함께 3대 종교 방송으로서 평화방송 케이블 텔레비전과 라디오 방송이 있고 신문으로는 일간지인 대구매일신문과 주간신문으로 가톨릭신문, 평화신문이 있다. 또 인쇄출판물로는 경향잡지를 비롯한 종합적인 신앙 교양지에서부터 성서 전문지, 학술지 등 다양한 체제와 내용을 가진 특색 있는 잡지들이 많이 등장했다.
또 각 출판사들은 기존의 종이매체 뿐만 아니라 PC 통신에서부터 시작해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해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영상매체 제작과 보급 등 첨단 매체의 활용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같은 추세는 일반 사회의 정보화 추세와 맞물려 앞으로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면 이처럼 교회 매체가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적지 않은 성장을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이용률이 그에 버금가게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생활성서사가 지난 1993년 406명의 신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교회 홍보매체가 안고 있는 문제와 관련된 질문에서 평신도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응답이 44%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내용이 딱딱하고 어렵다는 응답이 다음으로 20%를 차지했다. 폭이 좁고 폐쇄적이라는 응답과 현실성이 없다는 응답도 각각 16%, 12%를 차지했다.
현재와 비교해 근 10년에 가까운 시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조사 내용은 지금도 여전히 상당한 시사점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결과를 볼 때 교회 매체가 일반 사회의 매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용자들로부터 매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신자들은 물론 오로지 흥미와 재미로만 매체를 선택하는 것은 아니며 교회 매체가 갖는 중요성에 대해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다고 할지라도 급속도로 변화되는 세속의 매체 환경을 고려할 때 교회 매체 역시 어느 정도는 기술적으로나 세련미에 있어서 뒤처져서는 안될 것으로 보인다.
수용자인 신자들의 교회 매체에 대한 열의 면에서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수용자들이 교회 매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도록 권고하고 좋은 정보를 선별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데 소극적이었다는 점도 지적되어야 할 것이다.
오늘날 매체 환경은 잠시 한눈을 팔면 뒤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급속도로 변화되고 있다. 인터넷이 출현한지 몇 년 안되어 대중화되는 등 커뮤니케이션 수단의 발전은 눈부시다. 앞으로 교회는 이러한 첨단의 매체들이 의미하는 바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 매체들을 어떻게 수용해 적극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 좀더 깊이 연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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