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영위원장 인사 (이용길 가톨릭신문사 사장)
“어떤 말을 쓰느냐는 어떤 삶을 사느냐와 같아”
철학자 하이데거는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라고 했습니다. 또 신학자 레오나르도 보프는 『말은 곧 자신이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 두 석학의 말씀에는 언어와 인간 존재의 깊은 관계가 담겨 있습니다. 어떤 말을 쓰느냐 하는 것은 곧 어떤 삶을 사느냐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생각해볼 때 오늘의 두 수상자는 일생동안 언어를 갈고 닦아오신 점에 있어서 늘 정직하게 살려고 애쓰신 분이라 생각합니다.
두 분의 노력에 경의를 표하며 진심으로 축하의 말씀을 전합니다.
또한 이 시상식이 두 분께 대한 축하의 자리 뿐 아니라 우리 자신이 각자 평소에 어떤 말을 하며 살고 있는지를 정직하게 되돌아볼 수 있는 자리가 될 수 있길 바랍니다.
■ 축사 (구상 시인)
“작품과 삶이 동일한 진실인지 늘 반성해야”
우리는 언어와 사고를 이중적으로 생각하지만 언어를 통해 사고한다는 점에 있어서 언어와 사고는 일원적인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이러한 점 때문에 철학자 하이데거는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생각해볼 때 언어로 작업하는 이들은 본인의 언어와 같은 무게의 진실이 담긴 삶을 사는지를 늘 반성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작품 속에 담긴 것과 등가량의 진실이 없지는 않은지 작가들은 늘 경계해야 합니다.
특히 오늘 가톨릭문학상을 수상한 이들은 자신의 말이 참된 말이기를 기약해야 할 것입니다. 이는 또 모든 가톨릭 문학인들이 늘 염두에 두고 생각해야 할 일입니다.
■ 후원사 인사 (이덕훈 한빛은행장)
존경하는 가톨릭신문사 이용길 사장신부님,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이신 가톨릭문학상과 아동문학상을 수상하시는 두분 수상자와 축복의 자리를 함께 해주신 내외빈 여러분들에게 축하와 감사의 말씀을 드리게 되어 큰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아시다시피 가톨릭문학상과 아동문학상은 1997년 가톨릭신문 창간 70주년과 이문희 대주교님의 은경축을 기념하기 위해 시작하였으며 올해로 어느께 4회째를 맞이하였습니다.
비록 작은 소망으로 출발하여 발걸음을 내딛는 단계입니다만 수상자 여러분들의 사랑을 듬뿍 담은 작품들이 세상에 소개되어 사회를 비치는 큰 빛을 발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이번에 수상하는 작품들은 경쟁이 심한 이 사회에서 소외받기 쉬운 이웃들을 조명하여 그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내용이라는 감명을 받았습니다.
힘들거나 외로울 때 두손 꼭 잡아주는 가족, 말없이 힘이 되어주는 사회가 더욱 절실한 상황에서 수상자 여러분들의 큰 사랑은 수상 이상의 의미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가톨릭신문사가 제정한 한국가톨릭문학상과 아동문학상이 해를 거듭할수록 한국 가톨릭 문학의 발전을 주도해 나가는 권위있는 상으로 자리매김 하기를 기원하며 저희 한빛은행은 앞으로도 끊임없이 협조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 수상자 소감 (문학상 수상-이규정씨)
“약자를 대변할 수 있는 것은 작가의 청빈정신”
저의 수상이 하느님의 영광과 연결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그리고 가톨릭 문인이라면 누구나 받고 싶어하는 큰상을 받게된 기쁨을, 평소 저의 신앙과 창작 생활을 격려, 기도해주신 모든 분들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또 저보다 훨씬 깊은 영성으로 신앙생활을 하면서 좋은 작품을 발표하고 계신 동료 문인들께는 송구스럽기도 합니다.
입교하기 전후의 저의 졸작들은 오로지 현실적 부조리에 저항하고, 불의를 폭로·고발하는 쪽에 치우쳐 있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저를 철저한 리얼리스트로 분류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그런 경향에서 좀 벗어나 있다고 여깁니다. 우리가 당하는 현실적 좌절과 박탈감을 그리스도께서 보여주신 인내와 관용과 사랑으로 일단 수용하고, 마침내 이를 신앙의 힘으로 극복하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참 자세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두고 저의 의식이 무디어졌다거나, 젊은 시절의 패기가 퇴색된 것이라고 저는 보지 않습니다.
이 물질 만능의 시대, 쾌락 제일주의의 시대에 과연 문학이 서야 할 자리가 있는가. 특히 소설이 서야 할 자리가 어딘지 생각해 봅니다.
요즘 일부 작가들의 소설이 너무 가벼워지면서 표피적 감각을 자극하는 것이 소설의 본령인 줄 알고 있는 작가도 있습니다.
역사의식도, 현실인식의 안목도 결여된 작가가 있다는 것은 등단 제도에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아니, 그 등단 제도를 남용, 함량 미달의 신인들을 양산하고 있는 기성 문인들이 책임을 통감해야 할 것입니다. 이런 일로 우리 문학의 장래를 우려하는 분도 많습니다.
외람된 말씀입니다만 오늘의 문인, 특히 가톨릭 문인들은 더 자중해야 한다고 봅니다. 프랑스의 비평가 시몽이 주장한, 작가의 성직자화란 말이 새삼 상기됩니다.
성직자의 표상은 극기와 청빈일 것입니다. 오늘날 작가에게는 작품의 질도 중요하지만 작가의 극기와 청빈 정신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작가로 하여금 우리 주변의 소외계층, 뿌리 뽑힌 약자들에 대한 대변자 내지 옹호자의 역할을 하게 하는 원동력은 작품의 수준이 아니라, 작가의 극기와 청빈 정신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저는 평소의 이러한 생각을 굽히지 않고 글쓰기에 임할 것입니다. 끝으로 저의 졸작집 『퇴출시대』를 수상작으로 선정해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진심에서 우러난 감사를 드립니다.
■ 수상자 소감(아동문학상 수상-정영애씨)
“사유하기 싫어하는 아이들 이끌 수 있는 작품 쓸터”
산다는 것이 얼마나 혹독한 시련인가. 지난 3, 4월 두 달 동안 나는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먹은 나이만큼 시련의 무게도 그만큼 무거웠습니다. 그 즈음 수상 소식을 들었습니다.
올해 장편 동화가 두 권이나 나왔지만 문학상은 생각지도 않았습니다. 난 상에 대한 욕심이 없었습니다. 내 몫은 그저 『열심히 쓰는 것 뿐이다. 나머지는 독자들이 내 작품을 평가해 줄 것이다』그것이 전부였습니다.
사진과 이력서를 신문사에 전해주러 가면서 비로소 내가 상을 받는다는 실감과 함께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하느님께서 이런 식으로 나의 시련을 위로하시는구나. 눈물이 왜 그렇게 찔끔찔끔 나오는지. 문학상을 받는 작가가 흘리는 기쁨의 눈물이 아니라 신앙인으로 의무를 다하지 못한 자괴지심이었습니다.
우리의 하느님은 죄인도 사랑한다는 선배 언니의 말을 듣고 난 후에야 난 비로소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7년 전, 교직을 계속할 것인가 작가의 길을 걸을 것인가를 두고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오랜 고민 끝에 교직에 있으면 동심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동화의 깊이가 얼마쯤 되는지 그 높이와 넓이는 얼마나 되는 지는 알지 못한 채 서서히 소멸되고 말 것이라는 조바심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전업작가의 길을 택했습니다.
그러나 그 자리에 전업 작가로서의 정신적 채무가 자리를 잡고 앉아 끊임없이 나를괴롭히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 무게에 눌러 아무 저항도 하지 못한 채 주저앉을 수는 없었습니다.
『쓰자. 이 일만이 빚을 갚는 일이다』. 이렇게 하여 작년에 한국동화문학상을 받은 「내 친구 엄지」, 「생쥐네 일곱 식구」, 「고아원 아이들」과 같은 작품으로 돌파구를 찾았습니다.
나는 이 번에 받게 된 가톨릭 문학상을 신인 작가에게 주는 신인상으로 생각하겠습니다. 이 말은 새로운 각오로 작품을 빚겠다는 뜻입니다.
요즘 아이들은 컴퓨터의 속도만큼 생각이 빠르며 멀리 내다보려 하지 않고 미래에 대해 사유하길 싫어합니다. 이런 아이들을 붙잡아놓을 수 있는 작품을 쓰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끝으로, 사랑으로 돌보아주시는 하느님과 부족한 작품에 손을 들어주신 심사위원님, 나에게 글 쓰는 재능의 씨앗을 심어주신 부모님, 추락할 때마다 용기와 격려를 보내주신 문단 선배님들과 문우들 그리고 출판사 여러분, 방황과 객기를 말없이 인내해준 남편과 그런 환경에서도 바르게 자라준 딸과 아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축전·화환 보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축전
부산교구장 정명조 주교
문화관광부 김한길 장관
▣ 화환
한빛은행 이덕훈 행장
한국샤프전자 이관진 회장
한국평신도사도직협의회 여규태 회장
서울가톨릭경제인회 박광순 회장
라파엘 여행사 김흥민 사장
옥스톤바이오수맥돌침대 이경복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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