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그리스도의 성체성혈대축일 다음 첫 금요일을 예수성심대축일(올해는 6월 22일)로 지내고 있다. 그리고 예수성심대축일이 들어 있는 6월을 예수성심성월로 정했다. 따라서 6월은 특별히 예수성심(聖心)을 공경하고 예수성심의 신비를 묵상하는 달이다.
우리의 신앙 자체가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것일진데 새삼스럽게 예수성심을 따로 혹은 특별히 공경하고 그 신심을 다진다는 것이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교회는 초기시대부터 예수성심에 관해 언급해왔다. 비록 당시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신성(神性)과 함께 인성(人性)을 이루는 한 구성요소로서 였지만, 오늘에 있어 예수성심은 예수의 심장만을 분리해서 말하는 것이 아니라 강생의 신비, 수난과 죽음, 성체성사 설정 등을 통해 보여준 그 분의 「사랑의 마음」을 일컫는다.
예수성심에 대한 신심의 근거는 예수께서 십자가에 못박히시는 장면에서 찾을 수 있다. 예수께서 십자가 위에서 숨을 거두실 때 '군인 하나가 창으로 그 옆구리를 찔렀다. 그러자 곧 거기에서 피와 물이 흘러 나왔다'(요한 19, 34).
여기서 피는 인간의 죄를 씻어줄 구세주로서 그리스도의 신성을 나타내며,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베풀어주신 은총의 근원을 의미한다. 물은 그리스도의 인성을 나타내고 그 분의 공덕으로 정화시켜주는 생명의 원천을 상징한다. 특히 교부들은 옆구리에서 피와 물이 나온 것을 『천상 보화의 창고에서 무수한 은혜가 쏟아져 나온 것』에 비유하였다. 즉 심장에서 흘러내린 피는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게 하는 영혼의 양식인 성체성사를 상징하며, 물은 영혼을 깨끗이 씻고 초자연적 생명을 부여하는 세례성사를 상징한다. 따라서 피와 물이 흘러나온 예수님의 심장(성심)은 모든 성사의 근원으로서 신비성을 내재하고 있다. 그러나 육체의 일부인 심장 자체가 공경의 대상일 수는 없다. 예수님의 심장은 사랑의 마음을 뜻하며 말씀의 위격과 일치한 그리스도의 심장부로서 주님의 거룩한 사랑의 원천을 상징하는 것이다.
예수성심 상본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가시관에 둘러싸인 심장에서 불이 활활 타오르고, 눈부신 광채가 사방으로 뻗어나가며, 붉은 선혈이 흘러내리고 있다. 이는 세상의 차가워진 마음에 사랑의 불을 놓고, 죄로 혼탁해지고 어두워진 마음을 성화로 이끄는 사랑의 성심을 보여 주는 것이다. 그러나 심장에 둘러있는 가시와 타오르는 불길과 빛나는 광채는 죄에 어두워진 우리의 수치스러운 몰골을 훤히 비추기도 한다.
성녀 말가리다 마리아 알라콕 수녀에게 발현하신 예수님은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입으로 나를 사랑한다면서 내 마음에 상처를 더하는가…내 옆구리의 상처를 보라. 사랑하기에 상처받은 마음, 내 사랑의 귀중한 표를 보라. 사람들을 이처럼 사랑하는 내 마음을 보라. 네 마음을 내게 다오』(1673년 12월 27일).
『보라 사람들을 이렇듯 사랑했고 그들에게 많은 은혜를 베풀었지만 이 무한한 사랑에 대해 오직 배은 망덕만 당하는 이 성심을』(1675년 6월 16~20일).
이처럼 우리는 아직도 예수님의 심장(성심)을 예리한 창끝으로 후벼파고 있는지 모른다. 입으로는 「예수님을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행동으로는 「배은망덕」한 삶을 살고나 있지 않은지 특별히 예수성심성월에 반성해볼 일이다. 예수님은 오늘도 여전히 『네 마음을 내게 다오』하시며 우리를 기다리고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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