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은 시대의 필요에 의해 왕정제도를 도입했는데도 불구하고 사울의 왕정이 몰락하였다. 그 이유를 살펴 보고자한다.
하느님의 절대권 무시
이스라엘 왕정은 왕이 절대권을 가진 이웃 나라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매우 독특하다.
13장은 이스라엘에 대한 야훼 하느님의 절대권을 무시하고 이스라엘 고유의 전통적 지도자로서의 분수를 넘어서서 왕으로서의 절대권을 행사하려 했던 사울의 실패, 비운을 그리기 시작한다.
본래 이 부분은 베냐민 지파지역에 한정된 사건인데 13장 1절이 첨가되어 왕국 전체에 관련된 기사로 확대되었고 특히 새 인물 요나단을 소개하면서 13장에서는 사울과 요나단이 중심에 있으나 14장에서는 요나단 쪽으로 방향이 쏠리고 있다.
전쟁이 불리하게 되자 전군이 하느님께 대한 신뢰보다 인간의 힘에 의지함으로서 위기에 처한다(13, 6~15a). 그러나 사울은 다시 전군을 점검하고 요나단과 함께 대적하니 요나단의 용맹으로 불레셋군이 혼란에 빠져 결국 전쟁에 승리한다(13, 15b~14, 23a). 전쟁에 승리하고 이스라엘과 불레셋과의 갈등이 해소되는 이 부분은 결론이라 볼 수 있다(14, 2 3b~46절). 사울 왕국의 기능은 외부방어로 군대를 조직하는 일인 것으로 보이며, 사울의 통치는 그의 인기가 떨어지기 전의 절정에 해당한다(14, 47~52).
순종하는 것이 우선
사울은 이미 하느님의 법을 거스른 죄인으로서(15, 1) 또 왕으로서 뿐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배척받은 자임을 드러낸다. 그리고 이러한 제반 환경은 조금씩 다윗의 등장을 준비하고 있다. 사울은 처음 왕으로 도유 될 때의 겸손한 태도와는 달리 아말렉족과의 전쟁에서 야훼의 뜻을 거스린다. 그는 정치적 야심과 함께 욕심으로 가득차 전리품을 탐냈던 것이다.
『야훼께서 당신의 말씀을 따르는 것보다 친교제 바치는 것을 더 기뻐하실 것 같소? 순종하는 것이 제사드리는 것보다 낫고, 그분의 말씀을 명심하는 것이 염소의 기름기보다 더 낫소』(15, 22)하고 질책한다. 그리고 사무엘은 사울 왕의 일을 보고 야훼께서 후회하신 일을 생각하면서 통곡한다(14~15장).
아마렉 사람들은 이스라엘의 숙명적인 원수였다(출애17, 8~6 신명25, 17~19). 그렇기 때문에 사무엘은 사울에게 그들을 상대로 거룩한 전쟁(herem)을 하도록 명령하였다.
아말렉과의 전쟁은 야훼께서 주도하시는 거룩한 전쟁(herem)으로서 적군의 전리품을 일체 가져오지 않는 전멸 작전이다. 모든 생명은 하나도 남기지 않고 야훼께 바치는 희생제사로 몰살해야 하는 것이다(15, 1~8).
그런데 적의 임금은 사로잡고 짐승 중에 좋은 것은 후에 제물로 삼을 의도로 살려준다. 사무엘은 이것을 수긍할 수가 없었다. 예언자가 행동하는 원칙은 하느님께 순종하는 일이 인간이 생각해 낼 수 있는 무슨 선행이나 행동보다 더 우선이라는 것이다(15, 9~23).
사울은 불순종 후 자신이 잘못했다는 고백과 후회는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사무엘의 말은 냉혹했고 사울이 사무엘을 잡으려다 그의 겉옷이 찢어지는 결과는 이 사건이 파멸로 치닫는 의미로 재해석된다(15, 24~31).
비극으로 치닫는 마지막 분위기는 달라진다. 사무엘은 사울을 지지하는 태도를 보이고 포로로 잡힌 적국의 왕을 제단 앞에서 난도질하였다. 사울과 사무엘이 가는 길이 궁극적으로 갈라진다(15, 32~35).
사울은 군사적 지도력을 가졌으나 그는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직분을 감당할 수 없는 취약점을 가지고 있었다.
은혜를 모르는 인간은 흔히 어떤 권력에 오르거나 안정될 때 과거를 잊어버리고 그 모든 것을 자신의 힘으로 성취한 것처럼 착각할 때가 있다. 사람은 창조주 하느님 안에서 감사와 그분의 뜻에 순종하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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