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주님께서 마련하여 주신 새로운 집에서 셋째, 넷째, 다섯째 딸을 낳았다.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어여쁜 공주를 다섯이나 주셨다. 혹시 아들을 바라는 마음에서 다섯이나 낳지않았나하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지만 결코 아니다. 다시한번 지면을 통해서 말씀드리지만 주님께서 주시는 은총의 선물이기에 순종하고 낳았던 것이다.
그때 우리 집을 마련해 주실 때에 주님께서는 95년 서울대교구 성령봉사회의 음악부장으로 부르셨다. 음악 부장으로 발령받은 후 나는 더욱 교회 일에 바빠졌다. 나는 오래전부터 하고 싶었던 일들 가운데 음악 봉사자를 양성하는 음악 학교를 설립하는 것이 무척 필요하다고 느끼게 되어 대표 신부님께 말씀드렸다. 그렇게하여 신부님 지도하에 교구 음악부의 노력으로 음악 학교를 설립하였고 더불어 그곳에 녹음실도 함께 설치하였다. 그리하여 음악 학교를 통해 음악 봉사자들이 조금이라도 더 늘게되고 앞으로도 더욱 봉사자들이 필요한 교회의 실정이지만 한국 교회의 복음 성가 발전은 희망적이라고 본다.
우리 부부는 다섯째를 낳고 도와주시는 아주머니가 오시게 되어 다시 함께 봉사를 할 수 있게 되었고 처음으로 외국 선교 여행도 같이 다녀오게 되었다. 그 동안 결혼 초부터 아기로 인해 아내는 함께 외국 선교여행은 못갔던 것이다. 지금은 아이들이 도와주어 부르는 곳이면 어디든지 갈 수 있게 되었다.
그 후로 그 22평형 아파트에 우리 어머님과 이모님, 또한 장모님까지 몸이 편찮으시어 오시게 되었다. 요한 형의 아내인 우리 형수님께서 암이라는 선고를 받고 더 이상 어머님 이모님을 모실 수 없게 되었던 것이다. 그동안 20년 이상을 맏며느리로서 두 분을 잘 모셔주시고 너무나 든든한 기둥처럼 우리 집안의 중대한 몫을 하셨던 그 형수님이 집안의 썩은 밀알 역할을 하시면서 사순절 고난 주간에 영혼 준비를 잘하시고 하느님 곁으로 가시게 되었다. 우리 가족들의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었으나 모두 회개하는 마음으로 옛 생활을 더욱 청산하고 주님 뜻대로 잘 살라는 사랑의 부르심으로 여기고 있다. 그리하여 좁은 공간에 부모님 세분과 아이들 다섯, 우리 부부가 생활하게 되어, 처음엔 부모님께 효도할 수 있게 되었다고 기뻐하였으나 날이 갈수록 불편함을 더 느끼게 되었다.
나는 감실 앞에 나아가 왜 주님께서 이러한 환경을 우리에게 허락하셨는가하고 불평을 쏟아놓기 시작했다. 2시간 정도를 의지적으로 앉아 기도하고 있으니 주님께서는 그동안 죄악에서 날 구해 주시고 좋은 아내와 예쁜 아이들을 주시고 한번도 굶기지 않으셨으며 필요에 따라 모든 것을 부족함없이 주셨음을 상기시켜 주셨다. 그리하여 그날부터는 감사 기도를 하였고 아내 또한 그런 감사의 마음으로 힘들 때마다 찬양과 감사의 기도를 한다고 말해 주었다. 나보다는 집안에서 아내의 역할이 크다고 느껴져 나는 늘 아내에게 고맙고 미안함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는 부모님께 효도하면 집회서 3장의 말씀처럼 축복을 받으리라는 것도 믿고 있었다.
그리하여 어미를 공경하면 보화를 쌓는 일이고 주님께서 우리가 역경에 처해 있을 때에 우리의 효도를 기억해 주실 것이라고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는 얼마 안있어 34평형 아파트로 그것도 깨끗하게 수리하고 살림까지 새 것으로 장만하여 이사를 가게 되었다. 그야말로 주님의 은총이었다.
그 뿐 아니라 계속 힘들 때마다 주님을 믿고 의지하며 기도하니 점점 평화와 감사가 넘치게 됨을 느꼈다. 오히려 힘들고 짜증스럽도록 피곤할 때도 이사야 40장의 말씀을 믿으니 그대로 이루어 주심을 체험하게 되었다. '너희는 모르느냐? 듣지 못하였느냐? 야훼께서는 영원하신 하느님, 땅의 끝까지 창조하신 분이시다…야훼를 믿고 바라는 사람은 새 힘이 솟아 나리라. 날개쳐 솟아 오르는 독수리처럼 아무리 뛰어도 가단하지 아니하고…'(이사야 40, 28~31).
이제 우리 부부의 소망은 온가족이 다 주님의 영광을 위하여 힘있게 살아가며 자녀들도 모두 주님의 제자가 되기를 바라고, 계속 주님을 말씀과 찬양으로 증거하되 주님을 믿지 않는 사람들과 힘들어 지친 사람들에게 살아계시며 자비하신 주님을 보여 주며 사는 것이다.
지금까지 읽어 주신 모든 분들에게 주님의 은총이 함께하시길 기도하며 감사를 드립니다.
지금까지 수고해 주신 고영민 씨께 감사드립니다. 다음호부턴 월간 「레지오마리애」편집장 박광호(모세·시인)씨의 글이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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