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성서학자로 개방적, 진보적 신학 사상을 펼쳐온 정양모 신부가 강단 일선에서 은퇴한다.
정 신부는 올 8월 자신이 마지막으로 교편을 잡은 성공회대학교에서 물러나기에 앞서 지난 5월 9일 낮 12시 서울 구로구 항동 성공회대 성미카엘 성당에서 은퇴강연을 갖고 사반세기에 걸쳐 서있던 강단을 내려왔다.
정 신부는 「종교다원주의의 이해」를 주제로 열린 이날 고별강연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종교 평화 없이는 세계 평화가 불가능한 시대에 살고 있다』고 강조하고 '그간 그리스도교에서는 다른 종교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관한 다양한 입장이 제기됐지만 모두 한계를 지니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976년부터 22년간에 걸쳐 서강대학교 종교학과에서 재직하다 천주교 사제로서는 처음으로 타교파 신학교에서 강의하는 기록을 세우며 99년 9월부터 성공회대 신학과에서 강의해온 정 신부는 구원에 관한 진보적인 입장에 서왔다. 학문적으로 그는 각 종교의 기원과 역사에 대한 철저한 역사비평과 현대적 의미로 성서를 바라보는 해석학적 접근을 대안으로 제시, 타종교와의 대화의 방법을 모색하며 참다운 구원문제에 천착해왔다.
『「학문적 자유」를 통해 하느님의 놀라운 구원의 역사를 늘 새롭게 발견해왔다』고 밝히는 정 신부는 올해 안에 「요한 복음 이야기」를 탈고하고 내년부터는 분도출판사가 5개년 계획으로 추진하는 신약성서 주석 작업에 총책임을 맡아 또 하나의 길을 닦아나갈 계획이다.
1936년 경북 상주에서 태어난 정 신부는 가톨릭대학교 신학부를 졸업하고 63년 프랑스 리옹 가톨릭대 대학원에서 사제로 서품된 후 독일 비르츠부르크대학교에서 신약성서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바 있다.
대구대교구 정학모(대봉동본당 주임) 신부와 서울대교구 정웅모(홍보실장) 신부 등과 「3형제 신부」로도 유명한 정 신부는 「마르코 복음서」, 「성서를 읽는 11가지 방법」 등 21권의 저서를 낼 정도로 왕성한 활동을 펼쳐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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