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한국천주교회사 가운데서도 경상도 지역에서 19세기에 이르러 을해(1815년), 정해(1827년), 무진(1868년) 등 여러차례의 박해가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각 고을에서 체포된 이들은 해당 지방관아에서의 심문과 처분을 거쳐 경상감영이 있는 대구로 이송돼 옥살이를 하게됐다. 오늘날에는 당시의 참혹한 감옥생활을 엿볼 수 있는 유적이 남아있지 않아 매우 안타깝지만 감옥과 주변환경을 널리 고찰해보는 것은 순교한 이들의 모습을 확인하는데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질병에 노출된 감옥
당시 감옥은 보통 담으로 둘러싸인 울타리 안에 판잣집을 세워 짚으로 짠 멍석 만이 간신히 깔린 원시적인 시설로 각종 질병에 그대로 노출돼 있었다. 따라서 일시적으로 신체에 위해를 가하는 그 어떤 종류의 고문보다 더 무서운 형벌이 장기 유치임을 기록으로써 알 수 있다.
고문의 종류는 곤장 혹은 치도곤, 판봉, 태, 장(형장), 뼈의 탈구와 주뢰질, 매달기, 다리 톱질, 삼모장 및 살저미기 등 다양하고 잔학했다.
끝까지 배교하지 않고 감옥에 갇힌 이들 중 옥사하지 않은 죄인에게는 예외없이 사형을 집행하게 된다. 이번에 대구대교구에서 정리한 23위의 순교자들은 그들의 행적이 역사적으로 분명히 확인되는데 이들의 치명과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특징을 해석할 수 있다.
먼저 순교한 23인을 중심으로 박해별 순교자 수를 대비해보면 을해박해 때가 가장 많은 14인이며, 정해박해 때에 6인, 병인박해 때에 3인에 이른다.
둘째 23인의 순교자 중 당대 기록 등을 기초로 생몰 연대를 파악하거나 추정가능한 인물은 14인인데 연령별 분포에 따라 구분해보면 40대가 5인으로 가장 많고, 20대 연령을 제외하고 10대의 어린 나이로부터 70대의 노인에 이르기까지 넓은 분포를 띠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신앙을 증거함에 있어서 극형의 위협을 마다않고 노소에 관계없이 용감히 나서고 있음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13명 형집행전 옥사
세째 형 집행 전에 옥사한 이들10인과 형 집행을 받은 이들 13인을 대별해볼 수 있다. 특히 옥사자들은 갖은 고문과 억압에도 불구하고 옥 안에서 참 신앙의 증거자로서 모범적 삶을 몸소 실천했다는 점에서 그 정신을 후세에 길이 계승하고 또한 높이 받들어야 할 것이다.
가장 짧은 감옥생활을 한 사람은 최봉한 프란치스꼬, 김윤덕 아가다 막달레나로 3개월여 만에 치명했고, 박사의 안드레아, 김사건 안드레아, 이재행 안드레아는 약 13년에 이르는 기간을 감옥에서 보냈는데 이 오랜 기간을 견딘 것은 온갖 육신의 고통 및 시련이 가해져오는 가운데서도 진정한 믿음과 순교의 정신이 충만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한편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감옥생활을 한 이들은 고문과 굶주림 등이 옥사의 원인이었다. 결론적으로 이렇게 보면 유치 기간의 길고 짧음이 곧 정신적 나약함 또는 강인함을 좌우하는 잣대가 될 수는 없다.
모두 참혹한 고문 당해
순교한 23인은 공통적으로 참혹한 고문을 당했으며 당시 신체에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는 고문보다 한층 무서운 것으로 알려진 장기유치의 고난을 기꺼이 감내하고, 열악한 환경의 감옥 안에서도 한결같이 천주를 증거하고 권면했으며, 동시에 신앙인으로서의 희생과 사랑을 몸소 실천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커다란 귀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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