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예정도착시간보다 4시간 늦은 오후 8시쯤 어둠이 짙게 깔린 장전항에 도착했던 440여명의 방북단은 15일 금강산의 자태가 훤히 드러날 만큼 화창한 가운데 금강산 호텔 입구에서부터 깃발을 흔들며 환영하는 북측 대표단 200여명을 만나 악수를 건네며 토론회장에 도착했다.
토론회장은 「조국통일」「민족자주」「화해협력」등이 쓰인 대형 풍선과 「6·15 공동선언 실천, 화해로! 평화로! 통일로!」등 남·북측 구호가 쓰인 플랜카드가 곳곳에 마련돼 있었다.
◎…한반도기가 하늘 높이 게양되면서 시작된 토론회는 북측 허혁필 민화협 부회장과 남측 김종수 신부의 공동사회로 남북 각각 6명의 토론자가 번갈아가며 10∼20분 가량의 발제문을 발표했다. 토론회는 토론없이 발표로만 진행됐으며 6·15 공동선언을 실천하자는 의지를 다졌다.
3시간의 긴 대토론회가 끝난 후 남북대표단들은 금강산 여관에서 식사를 마치고 축하공연을 즐겼다. 오후에는 금강산 문화회관에서 마련된 평양 모란봉 교예단 공연을 남북이 함께 관람, 공연의 열기로 문회회관은 후끈 했다.
◎…교예단 공연 후에는 종교·경제·통일·문화 등 게층별 간담회를 개최했다.
종교인 간담회에서 김재완 민족종교협의회 사무총장은 『분단 이후 남북 종교인들이 함께 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으며 북측 종교인들도 『좀처럼 마련되기 어려운 이 자리에서 기탄 없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답변했다.
남측 종교인들은 종교인대회 등 교류할 기회를 자주 갖자고 제의한 반면 북측에서는 종단별로 원활한 정보교환이 이루어진 뒤 신중하게 검토하자고 말했다.
◎…16일 금강산 산행도 북측 대표들과 함께 한 남측 대표들은 구룡연 코스를 밟으면서 금강산의 절경을 감상하면서 많은 대화를 나눴다. 산행을 마친 후 일행은 온정리 김정숙 휴양소에서 작별의 정을 나누며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다같이 손을 잡고 불렀다. 많은 남북 참가자들은 서로 선물을 전달하면서 끝내 참았던 눈물을 터뜨려 아쉬움을 전하기도 했다.
◎…이번 공동행사에 참가한 17명의 가톨릭계 인사들은 민족통일대토론회를 계기로 가톨릭교회 차원에서 보다 미래지향적인 통일방안들을 마련하고 실천해야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실무접촉 대표단으로 참가했던 변진흥 한국종교인평화회의 사무총장은 『종교계를 주축으로 민화협·통일연대와 함께 이번 행사를 개최했다』면서 『이 민족대토론회가 대내적으로는 통일 분위기를 고양시키는 계기가 됐고 대외적으로는 6·15 선언 실천을 위한 화합 노력을 드러내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새세상을 여는 천주교 여성공동체에서는 지난 95년 여성공동체 발족미사 때 봉헌한 북녘 여성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7년째 간직, 이번 행사 때 북측 여성단체 조직부에 전달하기도 했다.
■ ‘6.15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민족 공동행사 추진본부’ 상임집행위원장 김종수 신부 인터뷰
“민간단체가 나선 공동행사에 의의”
▲ 김종수 신부.
「6·15 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민족공동행사 추친본부」상임본부장 겸 상임집행위원장 김종수 신부. 금강산 실무접촉 대표단 단장을 맡기도 한 김신부는 『무엇보다 정부 당국간의 대화가 중단된 상태에서 각계 각층의 수많은 민간단체들이 방북, 남북이 한자리에 모여 공동행사를 가졌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신부는 『잦은 대화와 교류를 통해 남북대화 창구의 틀을 만들자는데 뜻을 같이한 양측 대표단들이 남북의 현황과 서로의 통일 의지를 확인해보자는 취지에서 이번 행사를 공동으로 주최하게 됐다』며 행사의 추진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북측이 공동행사 추진을 희망하는 등 6·15 공동선언 실천에 대한 바람과 기대가 아주 컸다』며 이번 행사에 대한 북측의 적극적인 관심을 전했다.
7대 종단을 비롯해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통일연대 등 성향이 다른 단체들이 한 목소리를 내는데 다소 어려움이 있었지만 『종교인들이 남과 북의 매개자로서, 성향이 다양한 단체들의 중개자로서 역할을 잘해냈다』면서 『더 많은 종교인들이 통일운동에 참여해 각자 제 역할을 잘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향후 여러 단체와 협력해 남북 공동행사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힌 김신부는 『종단 측에서 남북종교인대회 개최를 고려하고 있지만 북측 종교인들의 상황 때문에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김신부는 『이제 구체적이고 소박하게 통일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며 『형제애를 바탕으로 민족의 하나됨을 위해 노력하자』고 말했다.
■ 대토론회 요지
지속적 교류·협력 통해 과제 해결 강조
6·15 공동선언 1주년 기념 민족통일대토론회 참가자들은 6·15 남북공동선언이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통일을 위한 초석을 닦았다고 평가하고 화해협력과 남북교류를 통해 공동선언을 실천하자고 제의했다.
남측 토론자 손장래 민족화해범국민협의회 상임의장은 『6·15 공동선언의 본질은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통일 실현』이라며 『공동선언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남북간 합의된 통일추진방안 마련과 구체적인 시간계획, 세계적 평화세력과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북측 김세민 사회과학원 부원장은 『6·15 선언은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을 선포한 민족자주선언이자, 우리 민족문제에 끼어들려는 외세에 대한 경고』라고 주장했다.
북측 정운업 민족경제협력연합회 회장은 『6·15 공동선언 이후 경제협력을 위한 법적 장치들이 마련됨으로써 민족경제의 발전과 민족의 공동번영을 위한 초보적인 기초를 이뤘다』며 『북남 협력사업을 활성화해 북남간 통일적이고 균형적인 발전을 이뤄 조국통일을 앞당기자』고 말했다.
남측 이천재 전국연합 공동의장도 『남북 경제협력의 확대와 문화교류 등을 통해 통일조국틀과 민족의 동질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7000만이 참가하는 남북간 대화와 남북의 국가주권 통합을 위한 UN의석 단일화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은희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사회문화 교류를 활성화하고 이산가족 교류를 더욱 확대해야한다』고 지적했으며 임흥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국장도 『다양한 남북 교류협력을 확대하고 식량지원, 의료지원, 농기계지원, 의류지원 등 민간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북측 최창숙 조선민주여성동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은 『일본 종군위안부 문제와 일본중학교 역사왜곡교과서 문제에 대해 노력하고 있는 남측 정신대문제 대책협의회와 여러 민주화 운동단체에 대해 열렬한 지지와 성원을 보낸다』고 주장했다.
이번 민족통일대토론회에서는 경제협력, 여성 및 이산가족 교류 등 사회의 다각적인 방면에서 6·15 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과제들이 제시됐으며 지속적인 교류와 협력을 통해 해결해나갈 것을 다시금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