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에 의해 정치적으로 이용당한 미갈을 중심으로 그의 생애를 재구성하여 다윗과 사울의 정치적 역학관계 속에서 미갈이 왜 거짓말을 했으며, 다윗을 비난했는지에 대한 배경을 객관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정략결혼으로 희생
사울은 다윗을 제거하기 위해 자기의 두 딸 메랍과 미갈을 미끼로 이용하여 의도적으로 다윗과 결혼을 시키려 한다. 미갈이 다윗을 사랑한다는 것을 계기로 사울은 다윗에게 지참금 없는 특전을 베풀고 대신 불레셋 사람의 양피100개를 요구한다. 양피 100개를 얻으려면 불레셋과의 싸움은 필수적이고 이는 위험을 수반한 것이다(1사무 18, 17~21).
설화자는 「미갈이 다윗을 사랑했다」(1사무 18, 20)는 것과 다윗이 「왕의 사위」가 되는 것을 좋게 여겼다고 말한다(1사무18, 26). 그럼으로써 다윗이 미갈과의 관계에서 사랑이 결여된 것을 강조하고 있다. 미갈은 남편의 사랑없는 결혼 속에서 정치적인 희생물로서의 삶을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까지 성서는 미갈을 수동적인 여성으로 보도하고 있지만 1사무엘 19장에 와서는 미갈의 능동성을 이야기한다. 그녀는 창문을 통해 다윗을 탈출시킴으로써 자율성을 행사한다.
그러나 여성의 영역인 집안에 미갈의 힘은 제한된다. 그는 다윗이 떠난 집안에 남아 가정의 일상을 연출하며, 자신을 변호하기 위해 「거짓말」을 한다.
협상조건이 된 미갈
사울이 죽자 이스라엘의 정치 판도는 급변하였다. 아브넬은 다윗과 협상을 시도하였고 다윗은 그 협상조건으로 미갈을 요구하였다(2사무3, 12~16). 왜 다윗은 미갈을 협상조건으로 제시하였을까? 그 당시 다윗은 남쪽 헤브론에서 자기 세력을 구축하고 있을 때에 아브넬이 협상을 요구하고 나섰던 것이다. 이 기회야말로 다윗이 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 다윗은 미갈을 데려옴으로서 사울 가문과 결속하고 또 북방 지파의 충성을 획득하여 명실상부하게 남과 북의 세력을 통합하는 것이 다윗에게는 급선무였다. 미갈은 다윗의 정통성을 인정받기 위한 수단으로 되돌려져 왔을 뿐이다.
자율성 행사로 소외당해
다윗은 사울 잔당의 항복을 받아 전 이스라엘의 왕으로 등극하였다. 다윗은 법궤를 수도 예루살렘의 천막 성소에 안치함으로써 예루살렘이 가지는 이스라엘 중심지로서의 의미를 확고히 하였다.
그는 법궤를 예루살렘에 안치하는 과정에서 고대 근동에 널리 유행되었던 가나안 제의의 요소인 춤을 추어 법궤를 안치하였다. 이때 미갈은 다윗이 계집종들 앞에서 벌거벗은 채 춤을 추는 이교도적인 행위를 보고 비웃었다(2사무6, 16~23).
미갈은 자신이 파멸될 것을 알면서도 「판의 법칙」을 깨뜨렸다. 게임의 승자 다윗을 비난한다.
미갈은 「사울의 딸」로서 모든 이스라엘이 참여한 행사에 배제되어 집안에 갇혀있다. 그러나 미갈은 집 밖으로 나아가 다윗 앞에서 자신의 자율성을 행사한다.
미갈의 비난은 무분별한 성행위와 불만족스런 결혼생활, 그리고 사울의 집에 대한 다윗의 처리와 정치적인 행동에 대한 증오의 양면을 갖는다. 그 결과 미갈은 희생자가 된다.
미갈에 대한 마지막 언급 『그러므로 사울의 딸 미갈이 죽는 날까지 자식이 없었다』(2 사무6, 23)는 것은 여자로서의 존재가치를 상실하는 것이요, 공동체로부터 완전히 소외당하는 것을 말한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여성들은 남성들에 의해서, 국가 권력이나 교회 구조 등에 의해 희생당하고 있다. 하느님 나라의 도래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우리는 새로운 공존과 조화의 장을 만들어 가기 위해 가부장적이고 관습적인 틀로부터 벗어나 존엄하고 평등한 인간으로서 즉 규정되는 「객체」로서의 삶이 아니라, 규정하는 「주체」로서의 삶을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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