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내가 나그네 됐을 때 따뜻하게 대해 주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한국에서의 외국인 노동자 출현은 그들이 처한 노동조건과 문화적 차이 그리고 의사소통에서 비롯된 문제 등이 인권문제를 발생시키며 예견하지 못했던 심각한 사회 문제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현재 한국의 노동계는 외국인 노동자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다.
산업연수생, 불법 체류자로 한국에 몰려오는 이들이 이 땅에서 인간 이하의 대우를 받고 있고, 급기야 「인간 대접을 받고 싶다」고 외쳐대며 거리로 뛰쳐나오는 사태로까지 번져 나오고 있다. 이는 최소한의 인간적인 권리를 간절히 바라는 염원에서 비롯됐다.
그렇다면 현재 외국인 노동자들은 어느 정도이고 어떠한 인권유린 실태가 발생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노동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초창기의 10만 외국인 노동자가 현재 5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그 중 60%이상이 불법 체류자인 상황이다. 이처럼 불법 체류자가 증가하고 있는 것은 현행 산업연수생 제도가 외국인 노동자들의 노동자 지위를 인정하지 않아 강도 높은 노동과 저임금, 인권침해가 일어나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이들이 좀더 좋은 조건의 작업장을 찾아 이탈하는 과정에서 불법 체류자가 양산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요리사로 한국 식당에 취직했던 인도인 P씨(33)는 최근 거래하던 다른 물품업자에게 돈을 상납 받았다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쫓겨났다. 나중에 확인한 결과 이 식당은 인건비를 줄이려는 목적으로 고 임금을 받던 P씨 대신 다른 사람을 고용하기 위해 이런 누명을 씌운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그는 어디에도 하소연 할 곳이 없었다. 부인과 딸을 두고 있는 이 인도인은 당장 자기 나라에 돌아가면 취업하기가 쉽지 않아 어떻게 해서라도 다시 한국에 남아 있기 위해 다른 곳을 알아보고 있다.
러시아인 K씨(32)는 더욱 억울한 경우다. 지난해 8월 코리안드림을 꿈꾸며 한국에 온 이 사람은 다른 동료와 함께 경기도 가구 공단에서 일해오다 최근 다리에 큰 부상을 입었다. 작업도중 동료를 돕다 무릎뼈가 깨진 것. 당연히 공장측에서 산재처리를 해서 도와주어야 하는데도 이 사람은 돈 한푼 받지 못하고 결국 쫓겨나고 말았다. 가구 공장에서는 작업 중 사고가 난 것이 아니라 개인적인 과실이므로 도와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밖에 지금도 수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체불임금, 폭행, 산재 등의 문제로 어려움에 처해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들의 대부분이 불법 체류자여서 언제 어떻게 추방될지 모르는 불안한 마음에 대부분 이러한 부당한 대우를 감수하고 돈을 벌기 위해 침묵하고 있다는 데 있다.
서울대교구 외국인 노동자 상담소에 따르면 현재 한 달에 외국인 노동자들의 상담 횟수가 100여건에 이르고 있다. 더욱이 대부분 한국 노동자들이 기피하는 섬유공장이나 가구공장 등에 취업해 있는 이들은 한 달 평균 70~80만원 임금에 매일 12~15시간 씩을 일하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확인됐다.
외국인 노동자 상담소 정순옥 수녀는 『외국인 노동자들도 우리와 피부색은 달라도 한 형제, 자매임을 인식하고 이들에게 관심과 사랑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예전 우리나라 노동자들이 다른 나라에서 일했던 점을 잊지 말고 이들을 진정한 노동자로 대우하며 인간적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교회는 지난 92년 외국인 노동자 문제가 사회 문제로 대두되는 시점에 서울대교구 외국인 노동문제 상담소를 명동에 설치하며 발빠른 행보를 보여왔다. 90년대 들어서면서 급속히 증가한 외국인 노동자 문제가 단순한 노동 문제를 떠나 인권침해에 미치고 있던 당시의 상황에서 교회는 복음적 견지에서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나선 것이다.
이후 서울을 필두로 93년 인천, 95년 수원교구가 각각 교구 내 외국인 노동문제 상담소를 개설하는가 하면 기존의 노동관련 센터들도 외국인 노동자와 관련된 업무를 늘리는 등 교회는 현재까지 이들의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교회 내 상담소의 역할은 임금체불을 비롯해 외국인 노동자들이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들을 상담하고 해결하는 일이며 「노동허가제」 등 외국인 노동자 보호법 제정과 같은 대 정부 활동을 병행해왔다.
또 하나의 우리 이웃 외국인 노동자. 이들이 우리 사회 안에 마땅히 노동자로 자리 매김을 할 수 있도록 교회 차원에서도 계속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불법 신분이란 이유로 이들이 당하는 인권유린이 전 세계의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는 이들을 양성화해 합법적으로 관리하고 산업현장의 부족한 인력을 정당한 방법으로 해결해나가려는 의지가 중요하다.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인격적인 대우가 바로 그들을 위한 것일 뿐 아니라 우리 자신들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