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레미야서에 있어서 죄악으로 점철된 임금 위에 하느님의 「의노의 잔」이 흘러 넘쳐 그 벌을 모면하지 못할 것이라는 이방나라들을 향한 심판 예언을 살펴보고자 한다.
25,15~38은 46~51장의 이방 국가에 대한 심판 선언의 서론으로서 「분노의 잔」으로 묘사된 심판 신탁에 우주는 사면초가에 부딪친다. 예언자적 설교의 독특한 특징을 보여 주는 이 부분은 전 예언서 안에서도 가장 훌륭한 시들의 일부를 포함하고 있다. 여기서 전하는 메시지는 하느님께서 모든 나라의 운명과 그들이 당신의 지상왕국에 미치는 선익이나 정도에 관심을 갖고 계시다는 것을 전한다.
46, 1에서 이 단락의 주제가 드러나듯 이방 민족에 대한 벌이 선고된다. 에집트를 향한 두 개의 선언으로 된 46장은 여호야킴 제4년 늦은 봄 아니면 초여름에 작성된 것으로 느부갓네살(바빌론 왕)이 가르그미소에서 파라오 느고의 병력을 격파시키기 바로 직전 아니면 바로 직후에 작성되었을 것이다. 이 부분은 예레미야서 전체를 통해서도 그 시적 우수성을 높이 평가받는 부분이라 하겠다(46, 1~12). 느부갓네살의 접근에 대해서 이집트가 느끼는 공포를 위의 시 못지 않게 생동감 있게 그린다(46, 13~24). 산문체의 짤막한 해설과 에집트의 패전과 그후 재건에 이어 이스라엘 백성에게 용기를 주는 시적 단편으로 끝맺는다. 이 부분은 30장 10~11절을 약간 변형시켜 반복하고 있다. 47장은 요시아 왕(유다의 왕)을 전사시킨 이집트의 파라오 느고가 바빌론으로부터 멸망되며 이스라엘의 강적으로 잔존했던 불레셋도 이때 멸망되리라는 것이다.
48장은 계속하여 이스라엘의 인근 국가들이 차례로 붕괴되는 과정을 웅대하게 극적으로 묘사한다. 모두가 모압에 관한 신탁으로 일련의 개별적인 시들과 산문체로 된 여러 개의 주해와 첨가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예레미야의 말들을 포함하고 있으나 자료 출처가 잡다하고 전승사 역시 복잡하다.
이 부분들과 이사야서는 다같이 상당 부분 예언자들의 제자들이 소중하게 간직해 왔던 익명의 말씀들이 각각 집성된 것으로 본다.
그러므로 48장은 이보다 오래되고 또 전통적인 자료들이 개작되고 보충되어 유다의 최후와 바로 그 직후의 상황에 맞게 만들어졌다고 본다. 49장은 여러 민족(암몬, 에돔, 시리아, 아랍 부족들, 엘람)에게 내려진 비교적 짧은 신탁들로 70인역과는 그 배열 순서가 완전히 다르며 원래는 각각 따로 떨어져 전승된 것이 모아진 것으로 본다.
50~51장은 거대한 괴물 바빌론에 대한 예언으로 이는 포로 기간 동안 모은 민족적 신탁으로 고대의 그 많은 국가들 중에서도 바빌론만큼 이스라엘에게 물리적 내지 정신적 충격을 크게 가한 나라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유다인들은 바빌론을 선민의 제일의 적으로 간주하여 가장 긴 심판 예언 속에 감정적인 강도를 심각히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이 단락에서 나타난 지배적인 주제는 하느님이 역사의 주인으로서 묘사됨이다. 이제 머지않아 바빌론이 붕괴되고 유다인들은 고국으로 귀환하리라는 예언으로써 이 단락을 끝맺는데, 재난의 역사를 주관하시는 하느님의 활동은 그들을 모조리 죽음으로 끝장내는 것이 아니라 『그러나 내가 훗날 엘람의 운명을 되돌려 주리라. 나 야훼의 말이다』(49,39)라는 속에 회복의 언약을 함께하여 여명을 주고 있다.
이스라엘은 야훼의 세계 주관이 결코 편파적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주지시키면서 우주를 다스리시는 하느님의 보편성을 두드러지게 한다. 결국 강한 민족이든 약한 민족이든 모든 인류는 하느님의 법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으며, 온 우주를 주관하시는 하느님의 권능만이 온 인류가 모두가 승복해야 하는 힘임을 드러내어 모두가 귀의해야 할 길임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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