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센병 환우들의 낙원, 몰로카이 섬. 나환우들의 아버지 다미안 신부의 숨결과 사랑이 잠들어 있는 이곳을 성 라자로마을 환우들이 방문했다. 10명의 환우와 김화태 원장 신부, 라자로돕기회 봉두완 회장 등이 동행한 이번 방문은 전 라자로마을 원장 고(故) 이경재 신부의 생전 약속을 지키기 위한 것. 『꿈만 같았다』는 환우 대표 신복균(그레고리오)씨의 방문기를 싣는다.
『이것이 정말 사실일까? 설마 꿈은 아니겠지!』
김화태(제르바시오) 원장 신부님께서 들려주신 뜻밖의 소식은 우리 가족들을 감격에 젖어들게 했다. 그토록 간절히 고대하고 바랐던 하와이 몰로카이 섬 방문이 현실로 다가오자 새로운 삶의 희망과 활력이 솟아오르는 것 같았다.
한센병 환우들이 이만큼 성장하게끔 진심 어린 사랑을 베풀며 감싸주신 원장 신부님, 음으로 양으로 도와주신 라자로 돕기회 봉두완 회장님을 비롯한 운영위원들 그리고 모든 은인들의 사랑과 배려가 있었기에 가능한 여행이었다.
7월 13일 마침내 몰로카이 섬으로 가기 위해 비행기에 탑승했을때 조차도 그곳에 간다는 것이 실감나지 않았다. 그곳이 어디인가? 바로 우리 한센병 환우들의 아버지이신 다미안 신부님의 사랑과 숨결이 배어있는 곳이었다. 우리에겐 꿈에서나 그려 볼 수 있는 천국이었다.
여행 마지막 날, 마침내 학수고대하던 몰로카이 섬을 방문할 수 있었다. 이른 새벽부터 서둘러 준비한 우리는 몰로카이 섬 행 소형 비행기에 몸을 싣자 만감이 교차했다. 오늘을 위해 도움을 주신 은인들과 무엇보다 하느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기도를 바쳤다.
몰로카이 섬에 첫발을 내딛자 가슴 벅찬 감격을 느꼈다. 더구나 처음으로 우리 한센병 환우들이 방문하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던 만큼 이 순간의 감격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마침 올해가 다미안 신부님이 선종하신지 113주년이었고 복자품에 오르신지 7주년이어서 그 의미는 더했다.
벨기에 어느 작은 시골마을에서 태어나 사제가 됐고, 젊은 시절 자청해 어느 누구도 보살펴주지 않던 한센병 환우들을 돌보기 위해 멀고도 먼 이국땅에서 한 평생을 바쳤던 다미안 신부님. 결국 신부님 자신도 한센병을 얻어 생을 마치신 그분의 고귀한 사랑을 느끼는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책으로만 접할 수 있었던 신부님의 활약상을 현장에서 직접 보고 체험하며 그분이 얼마나 위대하신 분이란 것을 절감할 수 있었다.
요즘 같이 교통수단도 발달하지 않은 그 당시 몇 달이 걸리는 배편으로 이곳에 오셔서 일체 정부의 보조없이 1400여명의 환우들을 보살피셨다는 신부님의 얘기를 듣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현재 몰로카이 섬에는 40여명의 환우들이 정부 보조비를 받으며 생활하고 있다. 100여년이 지난 지금 신부님이 사용하던 건물 등은 대부분 소실되어 신부님께서 미사 드리던 성당 등 일부만 볼 수 있었지만 그분의 숨결과 사랑은 고스란히 숨쉬고 있었다. 이곳은 진정 천국이었다. 야생 멧돼지 등 갖가지 동물들이 뛰어 다녔고 이 섬 자체가 국립공원으로 조성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잠시 우리나라의 소록도를 떠올리기도 했다.
끝으로 지면을 빌어 그동안 불편한 저희 가족을 위해 수고를 아끼지 않으셨던 김화태 원장 신부님을 비롯한 모든 은인들과, 특히 즐거운 여행이 될 수 있도록 온갖 환대와 정성을 아끼지 않으신 하와이 라자로 돕기회 회원님들에게 머리 숙여 감사를 드린다. 앞으로 우리 환우들은 다미안 신부님의 영혼이 영원한 안식을 누리며 성인대열에 오르실 수 있도록 두손 모아 기도드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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