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여러분!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
출발신호와 함께 600여명의 어린이가 동시에 내달았다. 하얀색 티셔츠에 조깅화, 앞 가슴에 선수번호까지 붙인 꼬마 마라토너들의 뜀박질 소리가 서울 오륜동 올림픽공원에 울려 퍼졌다.
경기 전 한데 모여 바친 기도를 들어주셨을까. 불과 1시간 전까지 천둥번개에 우박처럼 쏟아지던 소나기는 거짓말처럼 그치고 맑게 개인 하늘은 어린이들의 함박웃음을 더욱 밝게 해주고 있었다.
지난 9월 29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제1회 10지구 어린이마라톤대회」. 지구 내 초등부 주일학교 3∼6학년 학생 전체가 참여한 마라톤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올림픽공원 순환도로를 세 바퀴나 돌아야 하는 총 8km의 코스. 초등학생들이 뛰기에는 버거운 거리였지만 어린이들의 뛰는 모습은 여느 때보다도 힘찼다.
코스 곳곳에 걸려 있는 선생님들의 응원 플래카드와 박수를 치며 응원하는 부모님들의 모습은 어린이들의 걸음을 더욱 가볍게 했다. 지친 어린이의 손을 잡고 함께 뛰는 배불뚝이 아빠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함께 뛰어본 적이 언제였더라」
「맨날 컴퓨터 게임 한다고 집에만 있었더니 이렇게 힘드네」
아빠는 아빠대로 아이는 아이대로 잠시 생각에 빠졌다가 이내 맞잡은 손에 힘을 준다. 비지땀 뻘뻘 흘리는 서로의 모습에 함께 웃으며 피로를 잠시 잊는다. 선생님에게 업히려 장난치는 어린이들. 지쳐서 걷다가도 옆 친구가 뛰면 질세라 다시 뛰는 어린이들. 1등은 포기한 채 서로의 물을 나눠 마시며 대화하는 아이들의 정겨운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마라톤이 시작된 지 2시간여. 600여명의 어린이들이 한 명의 낙오자 없이 모두 결승점을 통과했다.
시상식에서 자전거를 부상으로 받는 1등 어린이가 내심 부럽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은 자전거나 손목시계보다도 더욱 값진 것을 얻었다.
『예수님! 이번 주에만 학교운동장 20바퀴를 돌았는데 35등이에요. 저보다 운동을 잘 하는 친구들이 참 많네요. 하지만 엄마와, 선생님과, 친구들과 함께 뛰며 기분은 좋았어요. 다른 본당 친구도 생기고요. 그런데 예수님도 함께 뛰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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