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 공동선언기념 민족통일대토론회 대표단의 일원으로 금강산을 다녀왔다.
6월 14일 아침 6시에 서울을 출발하여 12시에 속초항에서 출발하기로 통보 받았는데, 4시간이나 늦게 출항하였다. 출발이 늦어진 이유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안내나 해명이 없어서 답답하고 불안했다.
배가 떠나자 일행 중에서 불만스러운 이야기가 터져 나왔다.『이거 도대체 외국 가기보다도 힘들지 않아?』『자동차로 휙∼ 달려가면 될텐데, 이게 뭐란 말이야?』
작년 6·15 정상회담을 보면서 당장 통일 될 것 같은 희망과 꿈에 부풀었는데, 오늘과 같은 답보상태를 볼 때 분통이 터질만도 하다. 새천년 대희년에 가졌던 그 꿈은 이대로 사라지는 것인가? 안타까운 심정이다.
96년도에 경제기술교류협력타당성 조사차 북측을 방문하는데 방북 수속만도 1년 반 이상의 기간이 걸린 경험이 있다. 그때를 생각하면 몇 시간 늦어지는 것쯤은 견딜만하다. 그래도 조급한 마음과 설렘을 가라앉히기는 쉽지 않았다. 하루빨리 내나라 내땅을 자유롭게 넘나들고 싶은 마음이 자꾸만 앞서간다.
분단된 지 56년만에 각계각층의 700여 남북인사들이 한자리에 섞여 앉아서 번갈아 주제 발표를 하고, 식사를 나누고, 부문별 계층별 모임을 하고, 등산을 하고, 공연을 하는 등 합동행사는 비교적 자유스럽고 유연하게 대과없이 진행되었다. 다만, 참석한 단체가 민화협과 종단 및 통일연대로 크게 구분되고, 그 속에 여러 단체와 개인이 포함되어 있어서 서로의 의견을 조율할 시간이 없었다는 것을 느꼈다.
행사 계획이 변경되거나 늦어질 때 우리측 참가단 사이에 의견 충돌이나 거친 말이 오고 갈때면 남북대화에 앞서서 우리의 남남대화가 먼저 성숙되기를 기도했다.
장전항과 회의장, 그리고 금강산 산행을 하면서 만나는 사람들과 주변환경을 볼 때, 아직도 많은 지원과 협력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실감했다. 특히 밤시간에 이동하면서 보니 낮 시간에 보였던 길가의 민가들이 불을 켜지 않아 칠흙과 같이 어두웠다. 기념행사 기간인데도 불구하고 전력공급 사정이 좋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의식주의 해결도, 상품의 생산도 전력 에너지가 필수일텐데 참으로 힘들겠구나 하고 걱정이 됐다.
필자는 종단 대표단의 일원이었으므로 낮 시간의 대토론회 석상에는 전에 만난 적이 있는 북측 가톨릭계 인사들과 가깝게 앉아 정담을 나눌 수 있었다. 교회에서 추진하고 있는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와 지원과 주교님의 방문 및 사제 상주와 교회증설 등에 대한 희망을 나타냈다.
저녁시간의 부문별 모임에는 경제협력 분야 쪽에 참가해서 북측의 관계 인사와 경제교류협력의 중요성에 대해서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특히 중소기업의 대북 투자와 에너지협력, 식량개발협력 등에 대해서는 등산길을 오르내리는 여러 시간 동안 여러 가지 대안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만남과 대화를 통하여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서로의 신뢰 회복과 동질성 회복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행히 주교회의 사무총장 김종수 신부가 대토론회 의장을 맡고, 종교인평화회의 사무총장 변진흥 교수가 총진행을 맡아서 보수와 혁신과 여러 부문 여러 계층을 잘 조화 있게 포용하면서 성공적인 행사가 되었다고 본다. 역시 우리 교회는 만남과 나눔의 선봉이 되어야 하고, 신뢰 회복과 동질성 회복의 다리 역할을 해야한다는 책임감과 긍지를 갖게 되었다.
끝으로 이런 모임을 서울에서도 개최하고, 북측인사들을 초청하고 싶다는 소망을 표시하면서 「우리의 소원은 통일」과 「다시 만납시다」를 부르며 아쉬운 작별로 눈시울을 적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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