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종합】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6월 23일부터 27일까지 우크라이나를 방문, 가톨릭과 정교회간의 분열과 갈등의 상처를 치유하고 형제애 속에서 진정한 화해와 화합을 실천할 것을 호소했다.
교황은 방문 이틀째인 24일 키예프에서 야외미사를 집전하고 중세 키예프 성인들의 모범을 따라 동서교회간의 불화를 씻고 화해할 것을 당부했다.
교황은 강론을 통해 공산주의 시절 박해를 받은 그리스도인들과 나치에 의해 살해된 유다인들을 상기시키고 『우크라이나는 순교자의 피에 젖은 땅』이라며 『온 세상에 그리스도의 복음을 충실하게 전해준 여러분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키예프에서 10마일 가량 떨어진 차이카 구공항에서 거행된 이날 미사에는 15만여명의 순례자들이 참례했다. 당초 예상은 약 35만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와 키예프에서의 먼 거리, 보안 문제 등으로 인해 미사 참례자수가 적었다고 현지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미사에는 리투아니아, 카자흐스탄 등을 포함해 멀리 시베리아에서 온 순례자들도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교황은 강론을 통해 키예프가 첫 번째 천년기 말경 슬라브족 그리스도교의 요람이었음을 상기시키고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사회적, 종교적 영역에서 일치를 키워나가는 소명을 충실하게 수행해줄 것을 요청했다.
교황은 또 젊은이들을 향해 손쉬운 행복을 추구하는 착각에 빠지지 말 것을 당부하고 그리스도의 길을 따라 생명의 충만한 의미를 누리고 마음의 평화를 얻으라고 권고했다.
교황은 이어 우크라이나 주교단과 식사를 하고 정교회, 유다교, 회교 지도자들과 회담을 갖고 상호간의 이해와 화합을 위해 노력할 것을 당부했다.
이 자리에서 교황은 우크라이나 유다인들의 비극적인 역사에 대해 언급하고 20여만명에 달하는 유다인들이 나치에 의해 학살된 사건을 기억하면서 지난 세기의 가장 야만적인 범죄 중 하나라고 비난했다.
이에 앞서 교황은 23일 키예프에 도착해서 자신의 이번 방문은 「평화와 형제애」를 위한 순례라고 지칭하고 동방교회에 대해 가톨릭이 범한 역사적인 과오에 대해 용서를 청했다.
교황은 공항에 도착한 뒤 즉시 『나는 우크라이나 사람들을 개종시키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 아니라 모든 교회의 그리스도인들과 함께 그리스도의 복음을 증거하기 위해 왔다』며 『이 존엄한 땅의 모든 형제 자매들이 자신의 생명을 세상의 구원을 위해 희생한 예수 그리스도에게로 눈을 돌릴 수 있기를 빈다』고 말했다. 교황은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땅에 입을 맞춘 뒤 정교회에 대해 사랑과 애정이 담긴 목소리로 이같이 말했다. 하지만 이날 공항에는 한 명의 정교회 지도자들도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교황은 지난 시절 가톨릭과 정교회는 서로 반목함으로써 사랑이신 그리스도의 모습을 훼손했다고 말했다.
교황은 이미 지난 5월 4일 전체 정교회를 향해 용서를 청한 바 있으며 특별히 십자군 전쟁 당시 콘스탄티노플에 대한 약탈 행위에 대해 언급하면서 동방교회 형제들에 대한 가톨릭의 과오를 인정한 바 있다.
교황은 24일 라틴 전례에 따라 미사를 집전한데 이어 25일 같은 장소에서 정교회 전례대로 미사를 집전하고 우크라이나 가톨릭의 중심지인 리보프를 방문해 두 차례 더 미사를 집전했다. 그리고 순방 마지막 날인 27일에는 공산주의자들에게 고문을 당해 숨진 우크라이나 성직자를 비롯해 모두 28명에 대한 시복식도 가졌다.
한편 교황의 우크라이나 순방은 자신의 94번째 해외순방이었다.
세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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