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순례자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그동안 103위 한국 순교 성인의 시성과 세계 성체대회 집전을 위해 84년과 89년 두차례 한국을 순방했다. 교황은 이 역사적인 방문을 통해 한국교회에 대한 각별한 애정과 관심을 표명하며 아시아 교회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해줄 것을 당부한 바 있다. 특히 교황은 한국교회 구성원들에게 순교 성인들의 불타는 열정을 본받아 이 땅의 복음화에 적극 투신해달라고 요청했다.
7월 1일 교황주일을 맞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두차례의 방문에서 우리에게 강조했던 강론 내용 등을 중심으로, 또 올해 한국 주교단 사도좌 정기 방문을 통해 한국교회에 당부하고 강조했던 메시지를 종합, 소개한다. 이를 통해 교황이 방문했던 그날의 감격과 기쁨을 되새기고 올해 신유박해 순교 200주년과 새 천년기를 맞은 한국교회의 나아갈 방향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아픔과 희망 같이 하면서
⊙ 84년 4월 28일 메시지(방한 5일전 한국민에게 보낸 메시지)
이제 다시 순례자가 되어 한국을 찾아가는 것은 여러분 모두의 벗으로서 그리고 평화의 사도로서입니다. 물론 천주교 전체에 봉사할 직무를 진 사람으로서 우선 이른바 사목 방문에 임하여 지역교회와의 유대를 두텁게 하려는 뜻도 있으나, 아울러 한반도 온 겨레의 아픔과 희망을 같이하면서 하루빨리 모두가 평화롭게 하나의 화목한 가족이 되어 복되게 살게되기를 기원하는 마음도 간절한 것입니다.
어리면서도 믿음은 굳세
⊙ 84년 103위 시성식 강론
이 신생교회는 아직 어리면서도 믿음에는 그토록 굳세어 몹시 사나운 군란을 거듭거듭 견디어 왔습니다. 그리하여 한세기도 채 못돼 1만명을 헤아리는 순교자를 자랑하기에 이르렀던 것입니다.
한국 순교자들은 십자가에 못박히고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증거했습니다. 자신의 생명을 희생함으로써 그들은 그리스도와 같이 되었습니다. 선교의 열성이 교회에게는 항상 필요한 것입니다. 이 장엄한 날이 대대손손으로 생명과 거룩함의 기약이 되기를 빕니다.
봉사를 뜻하는 특전입니다
⊙ 84년 대구대교구 서품식 강론
사제가 되면서 여러분 위에는 성령이 성사적으로 내리십니다. 그리스도께서 당신 사제직의 한몫을 여러분들께 맡기시어 구원사업에 있어 당신과 결합시키십니다. 여러분이 이처럼 선택된다는 것은 분명 하나의 특전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섬김을 받으러 오지 않고 섬기러 오신 예수님의 봉사를 뜻하는 특전입니다.
⊙ 89년 10월 제44차 세계 성체대회 방한 성명서
지난 103위 시성 이후 5년이 흐르면서 세계의 눈이 더욱더 한국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여러분 나라의 산업진보와 경제발전이 해외에 널리 명성을 떨쳤습니다. 사랑하는 한국민 여러분, 여러분 자신의 겨레를 계속 갈라놓고 있는 온갖 비극적인 분열 앞에서 여러분이야말로 불신과 증오로 찢긴 이 세계를 영원한 평화로 이끌어낼 저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여러분의 유산이며 소명인 것입니다. 하느님의 평화가 한국민 모두의 마음속에 자라나 여러분 겨레의 장래와 세계 미래를 위해 열매 맺기를 빕니다.
여러분은 우리 모두의 희망
⊙ 89년 젊은이 성찬제 미사 강론
이 나라 각 본당, 각 가톨릭 단체와 운동들의 대표자 젊은이들을 만나니 기쁩니다. 친애하는 한국 젊은이 여러분! 그리스도 안의 '새삶'이야말로 여러분이 동포 젊은이들과 한국에 이바지 할 수 있는 사명입니다. 그리스도는 새로운 삶의 근원입니다. 예수님의 화해와 일치를 증거하는 용감한 증인들이 되십시오. 여러분은 우리 모두의 희망입니다.
반상의 계급을 과감히 헐어
⊙ 89년 여의도 장엄미사 강론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는 그리스도인의 빠스카 신비가 모든 악과 모든 분열을 극복하는 생명과 사랑의 신비를 현존하고 실현되게 한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탄복할만한 여러분 신앙의 선조들은 그리스도안에서는 모든 인간이 다같이 존귀하고 다같이 애정과 배려를 받을 자격이 있다는 것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형제자매로서 살고자 당시에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반상 계급의 벽을 과감히 헐어버렸습니다.
⊙ 89년 평화의 메시지
우리는 방금 성찬례를 거행했고 제44차 세계성체대회를 마무리지었습니다. 오늘 서울에서 우리는 그리스도의 평화가 온 국민 위에 내리기를 비는 열렬한 기도를 바치고 있습니다. 여기서 나는 특히 내 마음에 매우 가까이 있는 백성에 대해 말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깊은 애정과 희망과 슬픔을 가지고 북한 사람들과 특히 그곳 천주교인 공동체를 마리아께 여쭈어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떨어져 있으나 한결같이 한가족으로 다시 모일 수 있다는 소망을 품고 기다리고 있는 부모와 자식, 형제와 자매들을 위하여 기도합니다.
한국을 위해 자주 기도
⊙ 2001년 4월 한국 주교단 사도좌 정기 방문시 발표한 서면 요지
두차례 한국을 방문했을 때 200여년 전 복음의 씨가 처음 뿌려진 이래로 한국교회가 얼마나 성장하고 꽃피워 왔는지를 직접 보았습니다. 올해에 여러분은 한국에서의 첫 대규모 박해 발생 200주년을 기념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순교자들이 그리스도를 위해 기꺼이 겪은 희생은 참으로 풍성한 수확을 거두었고, 우리는 그 수확이 한반도 전체의 모든 그리스도인들을 위한 긍지와 희망과 영감의 원천으로 계속 이어지도록 기도해야 합니다.
생명 윤리와 관련되는 문제를 다루기 위해 특별한 소위원회를 구성해 생명의 복음을 증진하려는 시도는 칭찬할만 합니다. 낙태에 대한 여러분의 확고한 반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것은 모든 근본적인 윤리 도덕적 원칙들에 대한 상대주의적인 태도를 사회에 도입하기 때문입니다.
친애하는 주교님들, 나는 여러분의 조국을 위해 자주 기도합니다. 나는 한국 가정의 모든 구성원들 사이에 화해와 상호 이해 그리고 협력이 증진된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기뻐합니다. 타당한 방법으로 그리고 사목적인 사랑으로 북한 가톨릭 공동체에 물질적, 영적 연대를 제공하는 것은 틀림없이 화해를 향한 긍정적인 단계임이 입증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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