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학대가 개개인의 차원을 넘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한국보건연구원이 최근 65세 이상 노인 복지회관 이용자 865명을 대상으로 한 노부모 학대 실태에 따르면 전체 응답 노인 중 8.2%가 그 가족원으로부터 학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학대 원인으로는 경제적인 문제가 39.5%로 가장 많았고, 다음이 성격차이로 22.1%였다.
또 서울 송파구가 지난 한해 동안 관내 거주 65세 이상 노인 1만5181명을 면담 조사한 결과 학대를 당했다고 응답한 경우가 6.4%(962명)이었고, 학대 유형별로는 신체적 학대 1.9%, 정서적 학대 4.2%, 경제적 학대 4.1%, 언어적 학대 3.6%, 방임 2.4% 등이었다. 학대 주체는 아들, 며느리, 배우자, 딸의 순으로 나타났다.
평생을 자식과 가족 뒷바라지에 바쳐온 노인들이 이젠 그들로부터 버림받고 있는 것이다. 누구나 노인학대의 가해자도 피해자도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 모두의 문제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대부분 이 문제를 남의 일로 가볍게 생각하고 별 관심을 갖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본지는 노인학대 문제의 심각성을 살펴보고 어떤 대책들이 강구돼야 할지를 모색해보고자 한다.
노인학대의 정의와 유형
노인학대란 가족·부양 사람이 노인에게 신체적 손상을 입히는 것을 비롯해 경제적, 언어·심리적고통을 주거나 방치하는 행위를 말하며 넓게는 노인 스스로가 자신을 돌보지 않아 건강을 악화시키는 것도 포함된다.
학대를 유형별로 살펴보면 폭행, 폭력, 흉기사용, 감금 등의 신체적 학대를 비롯해 비난, 폭언, 협박 등의 언어·심리적 학대, 노인의 재산을 부당하게 착취, 조작하거나 필요한 생활비, 용돈을 주지 않는 경제적 학대, 보호가 필요한 노인에게 의식주 및 의료제공을 기피하는 방치, 그리고 노인 스스로 자기 자신을 돌보지 않아 심신의 건강과 기본생활을 위협하는 자기 방임 등 다양하다.
왜 발생하나?
노인학대 발생의 원인에는 크게 학대를 유발시키는 노인관련 요인, 학대를 가하는 가해자 관련요인, 가해자와 노인과의 상호작용요인, 가정환경요인, 사회 문화적 요인 등을 들 수 있다.
노인의 개인적 특성의 경우 정신장애, 알콜중독, 무기력감 등이 학대를 유발하기도 하며 노인이 장애, 질병, 치매 등을 가지고 있어 의존적일 때 노인학대가 일어난다. 또 알콜중독 등 가해자의 성격적 특성으로 인한 학대와 가정의 경제적 문제, 가족관계의 불화 등에 의해 발생되기도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족들의 스트레스로 인한 학대가 빈번하다. 성인자녀가 다른 스트레스 예를 들면 손자녀가 대학입학을 할 때 등의 상황에 직면하는 동시에 노부모가 특별한 보호를 필요로 하는 경우 노부모의 욕구와 성인 자녀 자신의 가족 사이에서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럴 때 성인자녀가 그 중압감과 스트레스로 인해 노부모의 학대 가해자가 되는 것이다.
노인학대 사례
5년전 남편과 사별하고 장남 부부와 함께 살고 있는 71세 할머니는 식당일을 하고 있는 며느리를 대신해 빨래나 청소 등 집안일을 도맡아 하고 있는데, 할머니가 피곤하다고 하면 며느리가 『그깟 일로 피곤하다고 그러냐』『내가 집안일 할테니 나가서 식당일 해라』는 등 노인에게 소리를 지르곤 한다. 또 어쩌다 식당일을 도와주러 나가면 『걸리적거리니까 빨리 들어가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고.
또 다른 경우 노환과 영양결핍으로 건강이 매우 좋지 않은 상태인 89세 할머니는 장남부부와 함께 살고 있는데, 며느리와의 관계가 좋지 않아 잦은 싸움이 일어났고, 그 과정에서 며느리로부터 잦은 폭력을 당하여 얼마 동안 떨어져 살아야 했다.
이밖에 서울 송파구에 사는 27세의 강선미씨는 자신의 어머니와 나이가 비슷해서 가끔 집에 놀러오는 이웃의 정순례 할머니 얘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 정할머니는 『할일 없이 밥만 축내고 집도 좁은데 빨리 죽었으면 좋겠다』라고 하는 며느리의 말을 들을 때마다 자살하고 싶다는 생각을 수없이 했다고 털어놓았다. 어느날 며느리가 구타를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강선미씨가 그 집을 찾아 가보니 팔, 얼굴 등에 심하게 상처가 나 있는 정할머니를 보고 놀라 일단 자신의 집에 데려다 놓고 신고를 했다고.
학대로 인한 영향
전문가들은 학대를 당하는 노인의 경우 심한 정신적 충격에 휩싸이게 된다고 지적한다. 특히 학대자가 노인과 가까운 관계에 있는 사람이라면 보다 심한 감정적 동요, 실망, 배신감까지 경험하게 된다고. 또한 전문가들은 노인들 중 많은 이들이 이러한 모든 것을 자신의 잘못으로 생각하고 죄의식을 갖게 되며, 가해 성인자녀와의 관계유지를 위해 참고 인내하며 학대행위를 개선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한다.
노인학대에 관심을
이러한 존속상해를 포함한 노인학대 사례들의 경우 극히 일부 불효자들이 반인륜적 패륜행위로서만 이뤄지고 있는 사건이 아니라 우리 이웃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는데 그 심각성이 있다. 이런 실상에도 노인학대 대부분은 은폐되고 있으며, 노인학대를 사회문제로 인식하는 시간이 부족한 상황이다. 더욱이 학대받는 노인들 대부분 자신과 자식의 체면 때문에 학대받는 사실조차 숨기고 있어 학대 사실이 노출되지 않고 있다. 최근 가정폭력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고 그에 대한 법적인 대응도 이루어지고 있지만, 그 중 노인학대는 아동학대나 배우자학대에 비하면 관심이 매우 미약하다. 이제는 더 이상 노인학대를 개인의 문제나 가정의 문제로 방관하거나 방치해 둘 수 없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노인학대를 사회적인 문제로 인식하고 그에 대한 사회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할 수 있다.
교회 차원의 체계적 지원 필요
현재 전국적으로 25개의 상담소가 노인학대 상담을 돕고 있다. 이중 지역 본당들도 인천 부평1동 본당을 비롯해 서울 주엽동 본당 등 상당수의 상담소가 개소돼 있다.
교회 관계자들은 이러한 상담소가 보다 체계적이고 활발하게 운영되려면 우선 노인학대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교회 차원의 뒷받침과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 우선 노인학대 전문 상담원과 자원봉사자 양성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앞으로 이러한 교회 차원의 교육의 장이 지속적으로 마련된다면 보다 체계적인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각 본당에서는 본당 사목자를 중심으로 한 단체들의 가정 방문 및 지원체제가 구체화돼야 한다. 본당 신자들은 노인들과 함께 생활하는 가정들의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어려움을 겪는 가정에 대한 관심과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아울러 지역 내 주민을 대상으로 홍보, 자원봉사자 활동 등을 통해 문제의 심각성을 널리 알리는 한편, 노인학대예방교육 등을 마련해 서로간의 이해를 바탕으로 한 긍정적인 가족기능을 강화시키고 노인의 행복권을 추구할 수 있는 기회를 제시한다면 지역 복음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까리따스 노인학대 상담을 담당하고 있는 최바울라 수녀는 『가야할 길이 아직은 멀지만 그러나 한 분 한 분씩 뜻을 모은다면 학대받는 어르신을 결코 혼자 두지 않는 세상이 되리라 확신한다』고 강조하고 『어르신이 고통받지 않는 세상 그런 세상을 위해 오늘도 사랑과 나눔을 마음에 새기며 열심히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멋진 시어머니 행동지침
1. 가정밖에서 자기 일을 찾는다
2. 젊은 며느리를 이해하기 위해 독서나 TV를 본다
3. 며느리의 행동에 사사건건 참견 하지 않는다
4. 며느리 생일 챙겨준다
5. 남에게 며느리 험담하지 않는다
6. 딸앞에서 며느리 위신 세워준다
7. 같은말을 되풀이 하지 않는다
■ 노인학대 관련 전국 상담소 현황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