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떠나자.
온갖 일상을 훌훌 털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여름이다. 하지만 자칫 잘못 나선 길은 인파와 바가지로 오히려 더 피로한 여행길이 되기 쉽다.
철저한 준비와 알뜰한 마음으로 올 여름 휴가를 지내보자. 또 기왕이면 신앙 선조들의 흔적이 남은 교회 사적지들을 함께 둘러보는 것도 괜찮은 생각일 듯하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피서와 함께 인근의 성지, 성당들을 찾아보고 의미 있는 피서가 될 수 있도록 전국의 휴가지와 사적지 중 함께 둘러볼 수 있는 곳들을 몇 군데 골라 두 번에 나눠 소개한다.
■ 서양문명과 첫 대면지 강화도
갑곶돈대·황사영 생가터 석모도 등 다양
강화도는 서양문명과의 첫 대면지로 섬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역사, 문화유적지일 뿐만 아니라 혹독한 박해를 겪어야 했던 선조들의 믿음과 순교 열정을 함께 맛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교회 사적지는 갑곶돈대, 관청리 형방, 황사영 생가 터 등.
섬의 초입인 이곳에서 신앙 선조들의 숨결을 느낀 후 마니산, 동막해변, 전등사, 광성보, 초지진, 참성단, 지석묘, 동성보, 도자기예술원 등 강화의 유명 관광지를 둘러본다면 더욱 값진 여행이 될 듯 싶다.
강화대교를 건너면 좌측 벼랑에 갑곶돈대가 위치하고 있다. 1679년 축조돼 8문의 대포를 설치한 포대로 병인박해의 회오리가 일기 시작한 곳이다. 1866년 병인양요 때 프랑스 함대는 조선 정부가 프랑스인 성직자 9명을 처형한 책임을 물어 바로 이곳으로 상륙한 뒤 강화성과 문수산성을 점령했다. 프랑스군은 결국 후퇴했으나 이로 인해 시작된 병인박해로 많은 신자들이 갑곶돈대에서 바라다 보이는 바다 건너편 백사장에서 이슬로 사라졌다.
강화읍으로 들어가 읍내 중심부에서 북쪽으로 400m쯤 가면 왼쪽으로 울창한 나무 속에 하얀 건물로 세워진 강화성당(032-933-2282)이 있고 성당 바로 위 고려가 몽골에 항전하던 당시의 궁궐터 관청리 형방이 있다. 1232년 강화천도 당시 세워진 이 궁터에는 현재 동헌과 이방청만이 남아있는데 병인박해 당시 동헌과 형방에서 천주교인들에 대한 극심한 고문이 자행됐다고 한다.
강화읍내에서 강화경찰서 방향으로 난 큰길을 따라 2㎞쯤 가면 강화농협창고가 있는 갈림길이 나타나고 왼쪽 길로 접어들어 700m쯤 가다가 다시 우측으로 700m쯤 들어가면 황씨 문중 사당에 도착한다. 황사영은 조선교회의 위태로운 상황을 북경교회에 알리는 백서를 써 보내려고 했으나 이것이 발각되는 바람에 순교하게 된 인물. 황씨 문중 사당 옆 그의 생가터가 있다.
교회 사적지를 다 돌아보았으면 이제 강화도 서편으로 들어가 작고 아름다운 섬 석모도로 가보자. 섬과 바다와 갯마을이 뛰어난 조화를 이룬 이 곳은 영화 "시월애"를 촬영한 장소로 유명하며 아름다운 일몰 경관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강화도의 서쪽 끝 외포리 포구에서 카페리선을 타고 맞은편 석모도 석포리 선착장까지 바닷길을 건널 때 갈매기에게 먹이를 주는 재미 또한 만만찮다.
석모도는 빼어난 도서경관과 해상풍광, 아름다운 산들이 어우러져 자연의 여러 풍광을 한번에 느낄 수 있는 장소로 유명하다. 특히 석포리항에서 보문사 방향으로 가면 왼쪽으로 염전, 해수욕장, 갯벌, 포구 등이 차례로 나타나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으며 석모도의 유일한 해수욕장인 민모루 해수욕장에서는 썰물 때 아이들과 함께 갯벌 탐사를 하기에 좋다.
■ 최초의 신학터 - 배론성지 / 왕건 촬영 현장 - 청풍호반
최양업 신부 묘소 안치
능강계곡·작은 울산바위 등
최초의 신학당 터이자 최양업 신부 묘소가 있는 배론성지. 계곡이 깊어 배의 밑바닥 같다고 하여 배론이라고 불리울 정도로 깊은 산중에 위치해 있다. 하지만 이제는 성지로 가는 길이 편안하다. 원주에서 제천으로 가는 5번 국도를 달리다 오른쪽으로 커다란 원주 위에 십자가에 달린 예수상이 보인다. 차를 돌려 작은 도로를 3km 정도 올라가면 성지가 나타난다.
백운산(1097m)과 구학산(985m) 연봉 사이로 10여리를 들어간 곳에는 계곡 만큼이나 깊은 신앙의 터가 펼쳐지는 배론. 충청도 서부 지역의 신자들이 1791년 박해를 피해 숨어들면서 교우촌이 생겨났다. 옹기토굴에서 황사영백서가 쓰여졌고 최초의 서구식 대학인 신학당이 섰으며 최양업 신부가 묻혀 있는 곳이다. 주소는 충북 제천시 봉양면 구학리.
더욱이 편리한 교통과 피정센터 등 편의 시설들이 갖춰져 있어 순례자들은 별도의 준비물이 필요 없을 정도. 또 원주에서 제천쪽으로 가는 길에 있는 용소막 성당도 한 번 들러볼 필요가 있다.
배론을 들러본 후 나와 제천 쪽으로 가는 길, 인기 대하 드라마 태조왕건의 해상 촬영장이 있는 제천시 금성면 성내리 일대는 이미 관광 명소화된 코스다. 청풍호반 1만2,000여 평의 부지에 수군관아 4동, 초가(민가) 28동, 망루 2동, 선착장, 선박 4척 등 옛 고려 개성 벽란도 포구를 완벽하게 재현해 놓아 작은 민속촌을 연상케 할 정도로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다.
청풍호반에 세워져 있어 전망도 아주 좋다. 또 호수 건너편에 있는 청풍문화재단지를 비롯해 삼복 더위에도 얼음이 언다는 능강계곡, 날카로운 칼봉우리가 첩첩이 겹쳐 있는 거대한 수석 전시장을 방불케 하는 '작은 울산바위' 금월봉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명소가 촬영장을 중심으로 차로 10~20분내에 모두 모여 있어 인기를 더하고 있다. 특히 이곳으로 이르는 청풍호반 드라이브가 멋지다. 뱀이 또아리를 틀 듯 꼬불꼬불한 길이 호숫가를 따라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 솔뫼·해미 등 성지 밀집한 서해안
난지도 해수욕장에 서해의 땅끝 왜목마을도
대천해수욕장, 서산, 태안 등 서해안에서 휴가를 보내려는 이들은 마음만 먹으면 신앙의 향기에 흠뻑 취해볼 수도 있다. 솔뫼, 해미, 갈매못, 공세리성당, 다락골 줄무덤 등 대전교구의 성지들이 집중적으로 몰려 있기 때문이다.
해미는 다른 어떤 순교지보다도 참혹했던 박해의 흔적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곳으로 1790년에서 1890년에 이르는 1백년 동안 줄곳 서슬 퍼런 박해의 칼날이 서 있던 곳이다. 이름 모를 순교자들이 구덩이로 내몰려 생매장 당한 기막힌 사연을 갖고 있다.
끊임없이 내포지방의 교우들을 잡아들여 죽이던 해미진영은 매일 교수형, 참수, 몰매, 석형, 자리개질 등등 온갖 방법으로 천주학쟁이들을 죽였다. 1866년부터 1868년의 박해 때에는 한 명씩 죽이는 것이 번거로워 한꺼번에 구덩이를 파고 생매장을 했다.
교통이 편리해 순례자들이나 피서길에 들르기에 안성마춤이고 인근에는 수덕사로 유명한 덕산도립공원과 가야산, 덕산온천, 내안 해안 국립공원, 그리고 바다가 갈라지는 기적을 볼 수 있는 안면도 등이 자리하고 있다.
벚꽃이 일품인 부석사, 보원사지, 규모는 작지만 월척 포인트가 많은 석포지도 명소로 꼽힌다. 해미에서 운산면의 개심사에 이르는 7km 남짓의 길은 하이킹 코스로 적당하다. 제방 위에서 파는 미꾸라지로 쑤는 어죽이 별미이다.
한국교회 첫 신부 성 김대건 안드레아의 탄생지인 솔뫼는 김신부 순교 100주년을 맞은 1946년 성역화 사업이 시작돼 지금은 잘 정리돼 있고 순례자들을 맞기 위한 피정의 집도 세워져 있다. 충남 당진군 합덕 읍내에서 북서쪽으로 1.5km 거리에 있다.
당진군 석문면 난지도리에 위치한 난지도 해수욕장은 『섬』속의 해수욕장으로 서해에서 보기 드물게 깨끗한 물과 곱고 하얀 모래 등이 자연경관과 어우러진 가족 단위 피서지이다.
멀리서 보면 미인의 눈썹 같다고 하여 이름 붙여진 아미산은 당진읍에서 면천면으로 가는 도로변에 있다. 또 전국에서 유일하게 일출, 일몰, 월출 광경을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충남 서해의 땅끝 왜목마을도 눈길을 끈다.
농업교육관, 농수산물직판장, 미래농업관, 종합휴게소, 숙박시설, 상가등의 시설이 되어있는 대호농어민교육복지센터는 가족 단위로 서해안을 찾는 사람들에게 편리하다. 한편 아산 인주면과 당진 신평면을 연결짓는 3,360m, 폭 4m의 삽교호방조제를 비롯해 석문, 대호 등 방조제도 여행객들의 눈요기에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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