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여명이 동틀 무렵, 가르멜의 봉쇄 수도원에서는 하느님을 찬미하는 아침기도 소리가 세상 밖으로 울려퍼진다. 침묵과 고독, 관상으로 수련된 수녀들의 기도소리는 천상의 것처럼 사람들의 영혼을 파고든다. 아침기도와 묵상이 끝난 뒤 바치는 삼시경. 기도소리만 잔잔하게 퍼질 뿐 숨소리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시간경을 드린 후 하느님께 봉사하러 가는 발걸음을 재촉하는 가르멜 수녀들은 시장기를 면할 정도의 「요기」로 아침을 대신한다.
각자의 소임지에서도 침묵으로 임하는 이들의 외적고요는 하느님과의 영적 대화로 내적 충만감을 더욱 풍성하게 한다. 가르멜 수녀들의 이같은 수도생활은 매일 미사와 7번의 성무일도, 두시간의 묵상기도와 영적독서 등 끊임없는 기도생활로 이어진다.
「가르멜산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수도회」. 수도회 명칭에서 드러나듯 가르멜의 영성은 성서에서 비롯되며 성모신심께 대한 봉헌을 기본으로 한다. 이와 함께 가르멜 수도회의 영성은 회헌에서 언급된 바와 같이 관상과 사도직으로 표현되는 데레사적 카리스마, 관상적인 삶, 포기와 이탈을 통한 수덕생활로 요약할 수 있다. 가르멜 수녀들은 청빈, 정결, 순명의 수도서약을 완덕을 추구하는 관상적인 방법으로 고행과 침묵을 통한 기도의 삶으로 실천하고 있다. 또 순수한 관상생활 안에서 모든 영혼들을 위하여 그리스도 안에서 직접적이고 간접적인 복음선교를 가진다. 이같은 순수관상적인 삶은 교회의 사도적 봉사와 긴밀히 연결돼 있다. 침묵, 고독, 현실적인 삶 안에서 하느님의 현존을 만나게 한다. 이 현존의 체험은 바로 이웃과 공동체, 교회 안에서 하느님 백성의 일치를 가져다 주며 하느님 안에서 일치된 삶을 살도록 한다.
가르멜 영성의 근원을 이루는 것은 관상을 통한 「하느님과의 일치」다. 이 영성은 수덕적인 삶의 목표를 실천하고 초자연적인 삶을 바탕으로 한다. 관상을 위한 기도생활과 수덕생활은 필수적이며 가르멜 수도생활의 기본적 골격을 형성한다. 성녀 데레사는 「이 기도생활은 인간에게 은통을 주시고 하느님을 만나기 위한 열쇠」라고 했다. 또 관상기도를 통한 하느님과의 만남을 위해서는 끊임없는 자신과의 싸움을 필요로 하며 그 여정을 십자가의 성 요한은 「정화(淨化)」라고 말하고 있다.
정화의 목표는 하느님과의 일치, 그리고 관상적 삶에 이르기 위한 영성적 수련을 위해서이다. 십자가의 성 요한은 감각, 세속, 자애심에 대한 정화를 요구하며 하느님과 인간의 일치를 위해 우리가 나아갈 영적 성장의 길이라고 제시하고 있다. 또 가르멜의 수녀들은 완덕으로 나아가기 위해 아무리 사소한 집착에서라도 벗어나려고 끊임없이 수련의 길을 걷는다.
가르멜 여자수도회는 엄한 봉쇄와 규율 아래 끊임없는 기도와 복음적 포기의 생활로써 사도직을 도모하는 순수관상 수도회다. 하느님을 만나기 위해 광야에서 은수하던 사부들의 후예로서 엄한 봉쇄 안에서 21명의 수녀들이 침묵과 고둑 중에 머문다. 초기 가르멜 수도회는 예수님의 열두제자와 성모님을 의미하는 차원에서 13명이 수도공동체를 이뤘으나 공동체 생활을 영위하는데 어려움이 따라 최소한의 인원인 21명이 공동체를 이룬다.
가르멜의 수녀들은 순수한 관상생활의 형태 안에서 교회와 함께 기도하고 자기를 봉헌하며 사도직을 다하고 있다.
따라서 가르멜회 수녀로 서원하는 그 순간부터 모든 가르멜의 영혼은 교회를 위하고 이웃을 위한 도구의 삶을 살아간다.
이같은 삶을 위해 수녀들은 하느님 말씀을 주야로 묵상하고 정신을 단련하며 하느님께로 더 나아간다. 이와 함께 공동체 전례생활을 생활의 전부로 삼고있으며 형제적인 인간관계의 애덕, 재화의 공동소유, 상호 영성을 돈독히 하며 공동생활의 친교를 이룩한다.
39년 진출한 서울을 비롯해 대구, 부산, 대전 등 8개의 가르멜여자수도원의 수녀들은 정통 가르멜의 정신을 이어 관상과 기도, 묵상의 수도 삶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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