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서 가운데 요한 복음이 가장 이해하기 어렵다고들 한다.
요한 복음에는 선재(先在), 하강(下降), 상승(上昇) 등 예수님의 존재양식이 시공을 초월하여 나타나고, 역사의 예수(인간 차원)와 신앙의 그리스도(하느님 차원)가 신학적인 성찰을 통해 상징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런 연고에서 예로부터 요한 복음서는 「영적인 복음서」로 일컬어졌고, 해석의 오류가 생기지 않도록 철이 들기 전에는 읽지 말도록 권고했다. 하지만 내 개인적으로는 요한 복음이 직관적으로 사물을 통찰하고 순환적인 시간 관을 갖고 있는 동양인들에게 가장 매력적인 복음서가 아닌가 생각한다.
성서 공부를 조금이라도 하신 분들은 요한 복음을 알기 쉽게 설명해 주는 우리말로 된 주석서나 묵상서를 찾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잘 알 것이다.
전문적인 주석서들은 세부적인 설명이 많아 영적 독서를 하기엔 건조하고, 묵상서들은 개인적인 주관에 치우쳐 복음서 자체가 전달하려는 핵심에서 벗어날 위험이 있다.
그러나 스테픈 버니(Stephen Verney)의 「놀라운 변화」(원제 「Water into Wine」)는 지적인 욕구를 채워 주면서도 동시에 기도하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켜 주는 균형 잡힌 요한 복음 소개서이다.
이 책을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으로 학생들과 같이 공부한 적이 있는데, 나와 학생 모두가 대 만족이었다.
성공회 주교인 버니는 46년 동안 요한 복음 한 마디 한 마디를 묵상하며 이 책을 저술하였다고 고백한다.
그는 사목적인 목적에서 요한 복음을 접하려는 독자에게 요한 복음서 전체를 이해할 수 있는 거시적인 안목을 제공하며, 동시에 복음서의 한 구절 한 구절을 세부적인 설명으로 안내해 주고 있다.
요한 복음의 예수님은 세상의 질서(옛 질서)에 속하지 않고 새로운 질서, 새 하늘 새 땅에 속하는 분이며, 하느님(위)께로부터 왔다가 하느님께로 돌아가는 분, 하느님과 같으신 분이기에 세상에 속한 사람들은 그분은 알아볼 수가 없다. 그래서 『나를 본 사람은 곧 아버지를 보는 것』이라는 진리를 알아듣기 위해서는 옛 자아(에고, 이기심)를 버리고 새로운 자아(에고 에이미, 참된 자아)로 나아가는 생각과 마음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성서와 이 책을 나란히 놓고 요한 복음으로 묵상하기를 권하고 싶다. 분명 전에는 못 느꼈던 예수 그리스도의 신비를 느낄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끝으로 더 많은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에게 이 책을 접할 수 있도록 원문의 맛을 살려 수려한 문체로 번역해 주신 박 태식 박사의 정성과 노고에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스테픈 버니/박태식 역/생활성서/296쪽/9000원)
출판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