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의 항구도시 부산
오륜대 순교 기념관·수영 장대벌
광안리·송정 해수욕장, 해운 8경
여름 휴가철 많은 피서객들이 몰려드는 남해의 항구도시 부산. 이곳에는 한국 교회의 초석을 이룬 순교자들의 귀중한 유물들이 쌓여있는 부산 오륜대 한국 순교자 기념관을 비롯해 순교자들의 넋이 서린 곳이 곳곳에 있다. 올해는 신앙 선조들의 숨결을 찾아 순교자들의 정신을 느껴본 후 가까운 해운대,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시원한 바닷바람과 함께 휴가를 즐겨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경부고속 국도 종점에서 지산전문대학에 이르러 다시 500m 정도가면 무성한 숲 사이에 자리한 오륜대 기념관을 만나게 된다. 『순교자의 후손은 살아있다』라는 글이 한눈에 들어오는 기념관에는 성당, 부산 동래 출신의 8명의 순교자 묘소, 김대건 신부가 중국에서 타고 왔던 「라파엘호」 모형 등이 있어 순교자들의 혼을 느낄 수 있다. 기념관 1층 전시실에 마련된 대들보 사형틀, 수십 종의 곤장, 죄인을 참수할 때 사용한 칼인 행형 도자 등은 당시 참혹한 광경을 연상케 한다. 군문효수(軍門梟首)형으로 10명의 천주교인들이 순교한 부산 남구 광안4동의 수영장대벌과 살티공소도 오륜대 기념관만큼 의미있는 순교지이자 신앙촌이다. 특히 살티공소는 가장 오래된 현존(現存)공소로서 병인박해, 기해박해를 피해 많은 신자들이 교우촌을 이뤘던 곳이다. 살티공소는 경부 고속 국도 언양 인터체인지에서 빠져 나와 24번 국도를 타다가 석남사 입구에서 좌회전, 700m쯤 나아가 길 좌측 살티마을 푯말을 보고서 찾아가면 된다. 부산에는 넓고 긴 백사장이 있는 광안리해수욕장, 송림과 오목조목한 해안선이 멋스러운 송정해수욕장 등 여름철 관광명소로 꼽히는 대표적인 해수욕장들이 있으며 작은 섬과 폭포 등 가볼 만한 곳이 많다. 바다와 산이 조화를 이루는 부산의 장산 남쪽 기슭 높은 산봉우리에 위치한 간비오산 봉수대는 세종 7년이전부터 설치된 것으로 왜적의 침입을 감시한 곳이며 부산에서 가장 오래된 봉수대다. 이와 함께 해운8경의 하나인 장산폭포와 동백섬, 오륙도, 태종대, 자갈치 시장 등은 부산의 또 다른 운치를 맛볼 수 있는 곳들이다.
천혜의 관광지 제주
황사평 묘·정난주 묘·관덕정
중문단지·미양도·마라도 등
빼어난 풍광에 이국 정취마저
천혜의 관광지로 봄가을이면 신혼의 단내가 온 섬을 물들이는 남녘의 제주. 세계 어느 나라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만큼 빼어난 풍광을 자랑하며 찾는 이로 하여금 이국적인 정취마저 느끼게 하고 있다. 피서지는 북제주군의 우도를 비롯해 한라산, 국토 최남단의 마라도, 비양도와 중문해수욕장, 화순해수욕장 등 섬 전역에 걸쳐 있다. 이러한 제주가 조선 시대에는 중죄인들을 세상에서 격리시키는 유배지였다는 사실은 선뜻 믿기지 않는다.
유명한 백서(帛書) 사건으로 순교한 황사영의 부인 정난주(마리아)가 남편을 잃고 두 살배기 아들을 데리고 하염없이 뱃길을 가야 했던 곳이 바로 제주다. 제주가 맞이한 첫 번째 신앙인으로 기록된 정난주는 제주도 남제주군 대정(大靜)에서 관비가 되어 천수를 다한 뒤 제주시 남제주군 대정읍 보성동에 위치한 모슬포 뒷산에 묻혔다.
1901년 신축년에 발생한 제주교난으로 700여명의 교우를 포함해 900여명이 죽음을 당했다. 그 후 1903년 4월 죽은 시신들은 제주시 봉문동 황사평에 안장됐다. 황사평 묘는 총 면적 1만8000평으로 신축교난 때의 순교자들 뿐만 아니라 현재 제주교구의 공동 안장지로도 사용하고 있다. 현재 이곳에는 당시 피살된 교우들 중 연고가 있는 분묘는 다른 곳으로 이장해 간 상황이며 그 나머지 무연고 시신들을 포함해 26기의 분묘에 시신 28구가 있다.
또 제주시의 중심가에 위치한 관덕정도 제주교난의 희생자들이 죽음을 당한 곳이다. 관덕정은 본래 조선 초 세종때 목사 신숙청이 군사들의 연무장에 세운 정자였지만 제주교난은 이 정자를 처참한 사형장으로 만들었다. 이렇게 해서 관덕정에서 죽은 인원이 17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1901년 당시 프랑스 함대장이 찍은 사진에는 교우들을 죽일 때 사용했던 몽둥이들이 시신 옆에 함께 놓여 있어 당시의 참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때 희생된 교우들의 시신은 현재 황사평 묘지에 안장돼 있다.
전통의 숨결 넘실 전주
전동 성당·치명자산, 천호성지
남부시장·한옥마을·강암서예관
비빔밥과 한지, 부채 등 전통공예로 유명한 전주는 박해시대 행정의 중심지였던 만큼 천주교 사적지가 많다. 치명자 산과 천호 성지, 여산 성지 등 볼거리가 많지만 그 중에서도 도심에 우뚝 서 있는 아름답고 웅장한 전동 성당을 순례하며 전통 문화의 숨결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호남 고속도로에서 전주 톨게이트를 빠져 나와 팔달로를 따라 순창 방향으로 직진, 약 5분 거리를 달리면 '경기전'을 알리는 도로 표지판이 있는 사거리가 나온다. 표지판을 따라 좌회전하면 바로 전동 성당이 나오고 건너편에는 풍남문이 자리잡고 있다.
비잔틴 양식과 로마네스크 양식을 절충한 건물로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당으로 손꼽히는 전동 성당(063)281-2553, 281-2554)은 한국 교회 최초의 순교자인 윤지충과 권상연이 처형당한 풍남문(豊南門) 자리에 세워진 성당이다.
사적 제 288호로 지정돼 있는 성당 안에는 순교지를 상징하는 머릿돌과 순교자들을 채색화한 스테인드 글라스, 순결을 상징하는 흰 대리석으로 조각된 유항검과 동정부부 기념상 등이 볼거리다. 또 순교자 정원에서 미사를 봉헌할 수 있도록 돼 있으며 「치명 생수」가 솟아 쉬어 가며 목을 축일 수 있다.
목을 축이고 나서 전동 성당 앞 큰길을 건너면 전통 문화의 정취를 맛볼 수 있는 곳들이 즐비해 있다. 전주시에서 「전통문화 특구권」으로 지정해 놓은 남부시장과 풍남문과 한국에 마지막 남은 도심 속의 「한옥마을」이 자리해 예향전주의 풍류와 멋이 기와의 처마 끝에 묻어나는 전통가옥을 만날 수 있다. 사거리에서 냇가까지 직진한 후 우회전하면 좌측에 추사 김정희, 단원 김홍도의 작품과 다산 정약용의 간찰 등 1162점이 전시되고 있는 국내 유일의 단일 서예 전시관 「강암서예관」이 자리하고 있다. 또한 이밖에도 전주시에는 한솔종이박물관(063)210-8103)과 국립전주박물관(063)223-5651)등이 있으며 쌈지박물관과 전주시향토사박물관이 건립중이어 전통문화 여행에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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