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가족이 함께 모여 오손도손 식사하는 주말 저녁. 저녁 식탁을 준비하는 주부 김정이(정혜엘리사벳, 서울 한강본당)씨의 손놀림이 여느 때보다 흥겨워지는 순간이다.
오늘의 메뉴는 감자볶음, 호박무침, 장조림, 된장국 그리고 여름철 입맛을 돋굴 신선한 쌈…. 식단이야 평범한 듯 보이지만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을 하는 김씨가 꾸민 식탁은 알고 보면 남다르다.
무공해 유기농 야채와 오리농법으로 재배한 쌀, 우리콩 메주로 담근 된장으로 차려진 식탁은 그야말로 공해, 농약, 유전자 조작식품의 「접근 금지구역」이며 「무공해 청정지역」인 것.
『우리농산물로 식탁을 차리면서 예전과 다른 점이요?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깨끗해지는 듯한 느낌이죠. 음식을 준비하다 보면 농산물을 땀흘려 정성스럽게 길러냈을 농부들 그리고 모든 생명의 원천인 하느님께 대한 감사의 기도가 절로 우러나요. 가족에게 좋은 음식으로 건강한 밥상을 차려주어야 한다는 주부의 마음을 안도시키는 것은 물론이구요』
결혼 전 공해문제연구소에서 동아리 활동을 하는 등 환경, 생명운동에 대한 관심을 가져오던 김씨는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을 하면서 미처 깨닫지 못했던 농업 현실을 발견하고 그간의 생활을 반성하게 됐다고 한다.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에서 실시한 녹색학교, 하늘땅물벗 교육 등 도시 소비자 교육은 이러한 인식을 자각시키는 중요한 계기였고 농촌의 생산공동체를 직접 방문하면서 도시와 농촌 사이의 연대감이 어떤 것인지도 알게 됐다.
그는 지금 우리농 홍보위원으로, 명동 직매장 판매봉사자로 활동하고 있다.
『부끄럽지만 저도 아이들에게 패스트푸드, 수입과자 사 먹여요. 하지만 우리농 운동을 하면서부터는 양심의 가책이 느껴진다는 점이 다르죠. 수입 농산물을 사려면 '이건 아닌데…'하고 망설이게 되더군요』
우리농 회원인 주부 대부분은 많은 불편함을 인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평상시 다른 주부들에 우리농산물 애용을 권유하는데 간혹 동네 슈퍼에서 수입 농산물이라도 하나 사려면 이웃의 눈치가 신경 쓰이기 십상이다. 또 집 앞의 가게를 두고 먼 거리의 본당 매장에 가는 것도 귀찮은 일이고 그나마 매장이 없는 본당에서는 매번 물류센터에 미리 전화주문을 해야 하는데 이 또한 쉽지는 않다.
『각 본당마다 매장이 들어서고 우리농 회원들의 본당 생활공동체가 형성돼야 할텐데 어려운 점이 많아요. 일부 본당에서는 우리농 운동이 단순한 판매와 수익사업으로 오인되기도 하고 재정이 불투명해서 문을 닫은 곳도 있어요. 하지만 생명운동이라는 뜻으로 주부들이 함께 모이면 우리의 소비행태와 농촌문제 등 많은 부분을 변화시킬 수 있을 텐데 무척 아쉬워요』
『젊은 주부들이 나서 우리농 운동을 확산시켰으면 한다』는 그는 덧붙여 『개인의 건강뿐 아니라 농촌과 농민을 살리는 마음으로, 나아가 식량안보와 나라 경제를 생각하며 많은 주부들이 함께 하면 좋겠다』고 바랬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