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적인 한국의 어머니상을 그리는 연기. 탤런트 김해숙(비비안나·47씨가 MBC TV 주말연속극 「그 여자네 집」에서 보여주는 모습이다. 극중에서 김씨는 넉넉하지 못한 삶이지만 늘 그림자 없이 살아가는 단란한 가정에서 끔직하게 자식 사랑하는 어머니며 효도할 줄 아는 며느리다.
때론 못마땅한 며느리에게 별난 시어머니 역할을 톡톡히 하지만 그 안에도 사랑하는 마음은 늘 가득하다.
MBC 7기 탤런트로 데뷔, 20년 가까운 연기경력을 지닌 김씨는 비련의 여주인공서부터 아줌마, 한국적인 어머니상까지 안해본 연기가 없다. 최근에도 여전히 「허준」「여인천하」「결혼의 법칙」등에서 다양한 캐릭터들을 소화하면서 원숙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에 상처를 안고 사는 엄마, 가족들을 위해 헌신하는 어머니의 모습 등 넉넉한 '어머니'를 그린 연기가 요즘 그녀에게 제일 잘 어울리는 듯 하다.
「가을동화」「정 때문에」등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드라마에 출연했지만 근래 가장 애착이 갔던 프로그램은 「가을동화」다. 덕분에 탄탄한 연기에 비해 상훈이 별로 없었던 그녀에게 지난해 처음으로 연기상이 주어졌다.
『하면 할수록 어려운 것이 연기』라고 말하는 김씨는 아직까지도 새로운 대본을 받아들고 첫 녹화에 들어갈 때면 떨리는 마음이 여전하다고 한다.
이럴 때 힘이 되는건 용기를 얻고자 드리는 기도. 불교신자였던 그녀가 천주교로 개종한 것은 딸아이들이 성당에서 운영하는 유치원을 다니면서부터다.
예전부터 성당에서 미사포 쓰고 기도드리는 모습이 좋아보였다던 그녀는 아이들을 먼저 영세 시킨 후 개종을 했다. 이때 절에 다니던 친정어머니도 성당에서 함께 영세, 지금은 온 가족들을 위해 불철주야 기도를 드리는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고 한다.
『너무 부끄럽네요. 저한테 많은 은총을 베풀어주시는데 지금은 주일의 의무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있어요』
김씨는 죄송한 마음 때문에 「가톨릭신자」라고 말하기 쑥스럽지만 하느님에 대한 믿음은 그녀의 맘속에서 늘 커다란 안식처가 되고있다고 한다. 5년 전 가정이 파산위기를 맞았을 때 그녀를 다잡아 준 것도 신앙이었다고 고백한다. 그때 하루도 빠짐없이 드렸던 기도 때문인지 경제적, 심리적인 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었다 한다.
『하느님께 받은 은총을 조금이라도 다른 사람들과 나누며 살고 싶다』고 말하면서 신앙에 대한 충만함 때문에 눈시울을 촉촉히 적시는 김씨는 『성실하게 성당을 나가진 못하지만 마음 안에서는 늘 주님이 함께 하심을 믿고 살아갈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앞으로도 꾸준한 연기를 통해 교우로서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겠다는 김씨의 다짐은 하느님 보시기에 참 좋은 모습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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