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다윗이 예수님의 가문에 직접적인 조상이며 지혜의 왕 솔로몬의 아버지였기 때문에 너무나 호의적으로 듣고 배웠다. 우리는 여기서 다윗의 이야기 속에 담겨진 바쎄바가 아니라 존엄하고 평등한 한 인간으로서의 여성 바쎄바를 찾아보고자 한다. 바쎄바를 특징 지우는 말들은 다음과 같다. 다윗의 눈에 보인 목욕하는 그 여자의 「아름다움」, 다윗과 함께 누웠다. 부정함을 깨끗하게 했다, 임신했다. 이러한 언어들은 성적인 대상으로서 바쎄바의 모습을 드러내어 준다.
바쎄바가 처음 본문에 등장하는 것은 다윗의 응시의 대상으로서다. 다윗은 저녁 때 왕궁 옥상을 거닐다 우연히 한 여인이 목욕하는 것을 보고 아름답다고 느낀다. 여기서 본문은 단지 「그 여자가 보여졌다」고 말한다. 다윗은 곧 신하를 보내 그 여자가 누구인지를 알아보게 한다. 그는 「엘리암의 딸이며, 햇 사람 우리야의 아내인 바쎄바」이다(2사무11 ,3). 여기서 알게 되는 것은 그 여자의 위치가 「유부녀」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다윗은 전령을 보내 그를 데려오게 하여 그와 동침한다. 이 사건은 간통인가 강간인가? 전통적인 시각은 바쎄바의 행동이 수동적이며 반항하는 흔적이 없다는 점을 들어 이 사건을 간통사건으로 본다. 그러나 이 사건을 보도하는 2사무엘 12장 3절~5절에서 다윗의 힘의 남용을 보여주고 있으며, 바쎄바의 결백을 암시하고 있다.
강간범의 아내 바쎄바
다윗에 의해 우리야가 제거된 후, 바쎄바는 다윗의 아내가 된다. 그러나 본문에서 다윗과 바쎄바 사이의 첫 아이가 죽고, 다윗이 위로할 때까지 다윗은 결코 그 여자의 「주」가 아니다(2사무 12, 24). 그리고 뒤이은 나단과 하느님의 심판은 이 사건이 다윗에게 책임이 있으며 바쎄바가 가난한 자의 '양'과 같이 무력하고 순수한 희생자였다는 것을 증명한다(2사무 12장).
따라서 이 사건은 강간사건이며, 바쎄바는 네 번의 폭력을 경험했다. 강간, 그 범인에 의한 남편의 죽음, 그 범인과의 결혼, 범인에게 주어진 심판으로 첫 아이의 죽음이다.
권력의 정점에 서있는 여성
다윗은 늙었고 왕위를 물려줄 때가 되었다. 그의 셋째 아들 아도니야가 재빠르게 움직인다. 그러나 다윗편의 충성스런 신하들과 선지자 나단, 솔로몬은 아도니야의 편과 분리된다. 바쎄바는 다윗을 찾아가 야훼 앞에서 다윗이 그에게 했던 맹세 즉 솔로몬이 왕위를 계승하리라는 것을 상기시키면서, 다윗에 대한 아도니야의 불충과 솔로몬의 충성을 대조시키는 것이었다. 그의 전략은 성공한다. 그 여자의 아들 솔로몬이 왕이 된다. 그는 힘없는 희생자에서 강력한 모후의 자리에 올라선 것이다(1열왕 1장).
한편 솔로몬이 통치자가 된 후, 아도니야는 바쎄바에게 아비삭과의 결혼을 솔로몬에게 청하여 줄 것을 부탁하고 바쎄바는 이를 허락한다(1열왕 2장).
바쎄바는 처음부터 「네가 언짢은 일로 왔느냐」(1열왕 2, 13)는 물음을 통해 아도니야의 의도를 의심했으며, 아도니야의 청을 「작은일」로 바꾸어 솔로몬의 감정을 유발시키고, 결국은 아도니야의 측근들까지 제거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 측근에는 우리야를 죽인 직접적인 장본인 요압이 포함되어 있다. 바쎄바는 순진했던 것이 아니라, 매우 이성적인 판단을 통해 남성들의 정치적인 게임을 꿰뚫고 있었던 것이다. 권력의 정점에 서 있는 능력 있는 여성이다.
가부장제의 틀 속에서 성적 욕구를 위한 희생자가 된 바쎄바는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인간의 한 성으로서의 정체성 회복에 관심을 갖도록 하며, 편견과 왜곡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것을 부르짖고 있다. 또한 오늘 우리 사회와 교회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남녀 불평등 관계와 성차별은 인류 타락의 결과임을 자각하여 죄악으로 기울어진 역사를 하느님 창조인 인간의 본래 모습인 남, 여 고유한 인간성을 회복시키야 함을 시사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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